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컴퓨터나 빔, 티브이를 사용하지 않고, 어르신들의 용어로 구강보건교육 중. 교육을 진행하면서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면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 구강보건교육에 진지하게 집중 중인 어르신들 컴퓨터나 빔, 티브이를 사용하지 않고, 어르신들의 용어로 구강보건교육 중. 교육을 진행하면서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면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 정민숙

관련사진보기


11월 초순. 올 해 구강보건교육이 모두 끝났다고 생각해 만세를 부르고 있는데, 이름도 예쁘고, 마음도 곱고, 일도 잘하는 서울시립도봉노인종합복지관의 유버들 사회복지사가 전화를 했다. 11월에 2개소 경로당 교육을 부탁해도 되겠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이 교육은 재능기부 형태의 자원봉사로 진행해야 하기에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힘들면 거절하면 그만이지만, 구강보건교육이 어르신들에게 필요함을 알고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사회복지사를 만날 때면 그 부탁을 절대로 거절하지 못한다. 사회복지사도 만나 보면 선량함이 자신도 모르게 넘쳐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직업처럼 보인다. 내가 만난 사회복지사들 중 일부의 그런 모습은, 우리사회에서 힘겹고 어렵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그들이 얼마나 큰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서울시립도봉노인종합복지관 유버들 사회복지사. 8개월 임부지만 최선을 다 하는 아름다운 여인.
▲ 유버들 사회복지사 서울시립도봉노인종합복지관 유버들 사회복지사. 8개월 임부지만 최선을 다 하는 아름다운 여인.
ⓒ 정민숙

관련사진보기


임신 8개월의 유버들 사회복지사. 그녀가 무조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사회복지사로서 최선을 다 하는 태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말하는 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 해 준비해 주며, 자원봉사자로서 요구하는 것(재능기부서를 만들어서 기록해 달라, 교육의 효과가 별로 없는 곳은 취소를 하겠다, 내가 하는 것은 구강검진이 아니라 구강보건교육이고, 치과위생사라는 직종 표현을 올바르게 해 달라)들을 귀찮아하지 않고 제대로 만들어 주고 처리해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는 또 경로당이나 노인정에 가서 어르신들에게 정중한 예의와 따뜻한 보살핌으로 대하는 성품이 좋은 사람이다.

나는 2012년 11월에 5개소 경로당과 노인정에 가서 100명의 어르신들에게 구강보건교육을 했다. 3일 동안 1개소마다 60분 정도씩 시간을 할애해서 진행했는데, 빔이나 컴퓨터 없이 실습과 이론을 함께 진행하는 방식으로 해 보았다. 내가 놀란 것은 그 곳에 나온 어르신들 중 거의 80% 정도가 틀니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연령대로는 주로 70대 초반부터 80대 후반 사이가 많았다. 2013년도에는 6월에 7개소 110명 어르신들에게 이미 교육을 진행했고, 이번 11월에 2개소 28명 어르신들을 만나고 왔다.

6월에 찾아 간 경로당 어르신들. 모두 모여 틀니 제대로 닦는 법을 배운 후 자신의 틀니를 직접 닦아보고 있다.
▲ 틀니 닦는 중 6월에 찾아 간 경로당 어르신들. 모두 모여 틀니 제대로 닦는 법을 배운 후 자신의 틀니를 직접 닦아보고 있다.
ⓒ 정민숙

관련사진보기


경로당이나 노인정에는 최소 10명 이하 인원부터 최대 20여 명이 넘는 인원들이 모였고, 할아버지들만 구성된 경로당이 있는 반면 주로 할머니들만 구성된 곳도 있었다. 혼합 인원이라도 할아버지보다는 할머니들이 더 많았다. 할아버지 어르신들은 입 안 관리에 있어 깨끗한 관리보다는 치과 치료를 잘 받았으나 구강위생이 불량한 경우가 많았고, 할머니 어르신들은 너무 깨끗하게 닦아서 치아가 마모된 상태와 뜨거운 물에 칫솔을 삶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르신들이 구강보건 관련 일대일 교육은 처음이니, 입 안 환경을 먼저 살피기 위해, 치면세균막을 물들이는 착색액을 면봉에 발라 치아에 묻혀드리며 살펴보았다. 치아가 하나도 없는 어르신은 혓바닥에 물들인 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면봉으로 바르기만 하는데도 몹시 흔들리는 치아들도 있고, 꼼꼼하게 잇솔질하여 가지런한 치아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아무리 묻히려 해도 치면 세균막이 없어서 착색이 되지 않는 훌륭한 상태의 어르신도 있었다. 개인당 빈 컵과 거울을 제공하여 착색 후 침을 뱉으니 칫솔이 지나가지 않은 자리가 선명하게 물이 들어 신기해 한다.

틀니를 뺀 남은 치아에, 치면세균막이 어디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착색을 하고 나서, 거울을 보여주며 작은 손전등으로 그 부분을 비춰서 설명하는 중
▲ 어느 곳에 물들었나? 틀니를 뺀 남은 치아에, 치면세균막이 어디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착색을 하고 나서, 거울을 보여주며 작은 손전등으로 그 부분을 비춰서 설명하는 중
ⓒ 정민숙

관련사진보기


나는 작은 손전등을 들고 다니며 착색된 부분을 비추면서, 한 분씩 거울을 통해 어느 부분에 치면 착색이 되었는지 알려드린다. 주로 치아와 치아 사이, 가지런한 상태의 치아보다 삐뚤빼뚤한 상태의 치아 사이, 앞으로 튀어나온 치아 뒤에 조금 들어가 있는 치아들(주로 두 번째 앞니들), 치아와 잇몸 사이 등에서 착색 상태가 나타났다. 그 부분들이 바로 음식을 섭취한 후 3분 정도의 시간에 세균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물질이라고 설명한 후 칫솔로 닦아내는 것들이라고 말해준다.

"70년, 80년 넘게 이를 닦고 있는데 왜 치아를 보존하지 못하고 빠지게 만들어서 지금 이 상태가 되었을까요?"라고 말하면 모두들 끄덕거리며 올바른 칫솔질을 배워야 하는 것에 동의한다. 지금 물들어 있는 그런 부분들을 소홀히 하여 세균들이 그 부분에서 음식물 속의 당분을 먹고 치아와 잇몸에 해로운 물질들을 배출하고 증식하는데, 입 안의 다른 물질들과 결합하여 48시간 정도가 지나면, 돌처럼 단단한 치석으로 변해 치아에 달라붙어 턱뼈를 파괴하여 결국엔 치아를 뽑게 만든다. 또 충치를 만들어 역시 충치 마지막 단계엔 치아를 뽑게 만든다. 그래서 치석은 칫솔로 제거할 수 없으니 치과에 가서 제거를 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사람은 태어나서 보통 12세~13세가 되면 이갈이를 마무리하여 영구치열을 완성하는데 28개의 영구치를 가지고, 사람마다 다르지만 17세 정도부터 사랑니가 나오기 시작하여 4개의 사랑니까지 모두 나오면 32개의 영구치를 가진다. 나는 윗니 사랑니 두 개를 빼서 지금 현재 30개의 치아를 가지고 있다. 앞니는 보통 7세 정도에 이갈이를 하는데, 12세 정도 되면 작은 어금니들과 두 번째 큰 어금니가 나온다.

어르신들 입 안에는 대부분 앞니는 남아 있고, 어금니들이 없어 크고 작은 틀니로 대체하였다. 먼저 태어난 앞니는 대부분 남아 있는데 늦게 태어난 어금니들은 왜 다 빠졌을까? 입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혀도 있고 볼도 있어, 혀도 제치고, 볼도 제치면서 치아 구석구석을 닦아 줘야 하는데, 칫솔의 위치를 제대로 대지 못하면 정말 닦기 어려운 곳이 어금니이기 때문이다. 특히 혀 옆에 있는 아래  큰 어금니들은 더욱 그렇다.

치면착색액으로 어르신 치아를 물들인 후 치면세균막 부착 정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어르신들 입 안 상태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보다 정확한 구강보건교육을 할 수 있다.
▲ 틀니는 빼서 물 속에 담가 놓고, 치면 착색하는 중 치면착색액으로 어르신 치아를 물들인 후 치면세균막 부착 정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어르신들 입 안 상태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보다 정확한 구강보건교육을 할 수 있다.
ⓒ 정민숙

관련사진보기

어르신들은 남들 앞에서 제일하기 싫은 것 중 하나가 틀니를 입 안에서 꺼내 보이는 것이다. 이럴 때 내가 하는 말은 '틀니는 안경과 같다'는 것이다. 나는 눈이 나빠서 안경이 없으면 바로 앞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밥이나 반찬도 집어먹지 못한다. 그래서 아침에 눈 떴을 때부터 잠자기 직전까지 언제나 안경을 끼고 있다. 내 눈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그렇다.

틀니도 마찬가지로 사라져버린 치아를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틀니를 보기 흉하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 부탁은 사실 틀니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어르신들에게 하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무슨 의민지 금방들 아시고 또 끄덕거리며 웃는다. 어르신들은 그런 이야기 후 좀 더 편하게 입 안에서 틀니를 꺼낸다.

입 안에서 빼놓은 틀니들은 컵에 담아 물을 부어 놓은 후 다른 컵으로 뚜껑을 대신하여 덮거나, 물티슈로 덮어 놓아 마르지 않도록 해 놓는다. 틀니를 낀 부분의 잇몸은 치아가 있는 부분의 잇몸보다 더 빨리 흡수가 되어 평지처럼 평평해지기 쉽기 때문에 평소에도 잘 닦아서 혈액순환이 되도록 하고 마사지도 해 줘야 한다. 구취가 나지 않도록 잇몸과 입천장, 볼 안쪽도 잘 닦아 줘야 한다.

그래서 이를 닦는 실습시간에는 거울은 내려놓고 닦는 시범을 보이는 나를 보며 모두 함께 닦는다. 그 때 이가 없는 어르신들은 내가 시범을 보이는 부분의 잇몸을 닦는 것이다. 아래 잇몸은 위로 올라가라 하는 마음으로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리고, 윗잇몸은 아래로 좀 내려가서 틀니가 조금이라도 잘 얹히는 모양인 말 등처럼 되라고 쓸어내리는 방법으로 닦는 것이다. (없어진 턱 뼈는 치과에서 인공뼈를 이식하는 치료방법으로 채워 넣기도 한다. 잘 닦는 것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급격하게 나빠지는 상태를 방지하면서 그런 상태를 천천히 진행되도록 관리하는 방법이지 소실된 턱 뼈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 2편에서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위 내용은 시립도봉노인복지회관 어르신들을 위해 60분 정도로 '맞춤 교육'을 진행한 개인경험입니다. 치과위생사마다 교육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내용은 공통된 '노인 구강보건교육'을 기본으로 합니다.



태그:#노인 구강보건교육, #경로당 구강보건교육, #치과위생사, #사회복지사, #서울시립도봉노인종합복지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