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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춤>┃지은이 페마 초이든┃옮긴이 김미옥┃펴낸곳 담앤북스┃2013.11.27┃1만 2000원
 <잠시, 멈춤>┃지은이 페마 초이든┃옮긴이 김미옥┃펴낸곳 담앤북스┃2013.11.27┃1만 2000원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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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벽에 낡고 오래 된 괘종시계 하나가 걸려 있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태엽을 감아주어야 하는 그런 시계였습니다. 꽤 잘 맞던 시계였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 시계는 참으로 무심하게 한 방향으로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냥 기계적이고 습관적인 움직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관성만은 붙지 않았다는 걸 알겠습니다.

우리들 역시 습관적으로 생각하며 습관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습관에 관성까지 붙어 아주 그냥 무심코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습관적으로 내는 화에 관성이 붙으니 '욱' 하는 성격이 되고, 욱하고 낸 화가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나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습관적으로 화내고, 습관적으로 웃고, 습관적으로 반응하고, 습관적으로 행동하고…, 이런 습관에 관성까지 붙어 버리니 금방 반성할 화를 내고, 두고두고 후회할 행동을 피하지 못하는 거라 생각됩니다.

째깍거리며 돌아가던 시계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어떤 사고도 내지 않았던 건 습관적 관성을 분절시키는 찰나의 멈춤(변곡)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톱니바퀴 하나를 넘는 다는 건 직선적으로는 습관적인 연속이지만 상하(上下)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관성을 분절시키는 찰나의 멈춤이 되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사고소식 중에는 잠깐만, 아주 잠깐만 참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사고들이 한둘 아닙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세 번만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을 들어 봤을 겁니다. 참는다는 건 고속으로 달리는 차를 잠시 멈추게 하기위해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습니다.

안개 낀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연속충돌사고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합니다. 고속으로 운전을 하다 잠깐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고 보니 사고가 난 차가 눈앞에 정차해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아주 순간이지만 브레이크를 밟아 멈추지(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면 연속충돌사고를 내고야 말았을 겁니다.

행복 너머의 것을 보게 하는 <잠시, 멈춤>

<잠시, 멈춤>(지은이 페마 초이든, 옮긴이 김미옥, 펴낸곳 담앤북스)에서는 자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잠시 멈춤으로 낡은 습관과 두려움, 충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속으로 달리고 있는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밟듯이 이미 습관화 돼 관성이 붙어있을 자신을 잠시 멈춰서 살펴봄으로 찾을 수 있는 행복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속으로 달리면 시야의 폭이 좁아집니다. 안개가 꼈거나 어둔 밤에는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수십 길 낭떠러지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결과는 참혹할 뿐입니다. 감은 상황일지라도 멈추면 보입니다. 사고도 피할 수 있고, 수십 길 낭떠러지 아래로 펼쳐지는 절경을 감상하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기쁨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세 가지 본성, '지성과 따뜻함, 그리고 열린 마음'을 타고 난답니다. 우리가 잠시 멈춘다는 건 습관으로 드러나고 있는 셴파(집착)를 순간순간 분절시킴으로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세 가지 본성 '지성과 따뜻함, 그리고 열린 마음'이 우리의 삶에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주 잠깐 일지라도 창문을 가리고 있던 암막을 조금만 들추면 어둠 때문에 보이지 않던 사물을 구분 할 수 있듯이 잠시 멈춤으로 지성과 따뜻한, 그리고 열린 마음이 햇살처럼 드리울 수 있다는 걸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범쯤은 경험해 봤을 겁니다. 마음이 불안하고 엄청 흥분될 때, 마음속으로 열까지만 세라는 사람도 있고, 심호흡을 몇 번만 해보라는 사람도 있고, 침을 세 번만 삼키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열까지 세고, 심호흡을 하고, 침을 삼키라는 건 관성이 붙은 습관을 멈추게 하는 것이며, 어둠처럼 드리운 집착에 세 가지 본성이 드리우며 햇살처럼 밝힐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떤 식으로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좁은 견해에 갇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한 시도입니다. 이 책은 또한 어떻게 집착에서 벗어나는지에 대해 나의 스승이 나에게 가르쳐준 내용을 얼마간 전달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책을 선보이게 된 동기는 단지 우리들 각자가 더 행복해 지기를 기원하는 마음만은 아니었습니다. 이 책을 내놓게 된 주된 목적은 여기 포함된 조언을 따르면서 자신의 행복 너머의 것을 보고, 타인의 크나큰 고통과 불안정한 상황을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잠시, 멈춤> 169쪽, '맺음말' 중에서-

<왓킨스Watkins>지에서 선정한 세계의 위대한 영적 리더 100명 중 한 명인 저자, 페마 초트론은 스승으로부터 배우고 스스로가 경험한 과정들을 통해 복잡하고 난해하기만 한 마음 상태를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 머물 수 있는 찰나의 멈춤 알게 돼

우리는 지금 여기 있으면서도 오롯하게 지금 여기에만 있지 못합니다. 운전을 하면서 DMB를 봅니다. 밥을 먹으면서 머리로는 딴 생각을 합니다. DMB를 보면서 하는 운전이 온전한 운전이 될 리 없습니다. 습관으로 하는 운전은 사고로 이어 질 수 있고, 딴생각을 하면서 먹는 밥에서는 그 맛이 오롯하게 느낄 수가 없습니다. 

잠시, 멈춘다는 건 '지금, 여기'를 무시로 습관처럼 이탈하고 있는 '나'를 '지금, 여기'에 집중하게 하는 훈련이며 연습입니다. 잠시 멈춰서 지금 여기에 머문다는 건 자신이 행복해 짐은 물론 더불어 함께해야 하는 사람들까지도 평온하게 해 줄 수 있는 지혜의 초석이자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실천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볼 수 있는 거울, 지금 여기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지금 여기에 머물게 하는 멈춤인지를 스스로 훈련하고 연습할 수 있는 지혜가 <잠시, 멈춤>에서 찰나의 멈춤으로 어른대고 있음을 읽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잠시, 멈춤>┃지은이 페마 초이든┃옮긴이 김미옥┃펴낸곳 담앤북스┃2013.11.27┃1만 2000원



잠시, 멈춤 - 낡은 습관과 두려움, 충동에서 벗어나기

페마 초드론 지음, 김미옥 옮김, 담앤북스(2013)


태그:#잠시, 멈춤, #페마 초이든, #김미옥, #담앤북스,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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