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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지은이 김시천┃펴낸곳 책세상┃2013.11.5┃1만 8000원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지은이 김시천┃펴낸곳 책세상┃2013.11.5┃1만 8000원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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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실이나 인물을 평가할 때,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  두 사람보다는 세 사람, 세 사람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 훨씬 더 보편적이고 사실적인 평가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 분야에서 다면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거라 생각됩니다.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석가모니 하면 불교가 생각나고, 예수 하면 기독교가 그려집니다. 마찬가지로 공자와 맹자 하면 유교가 떠오르고 노자나 장자 하면 무위자연으로 상징되는 도교가 연상됩니다. 하지만 노자와 장자는 물론 이들과 함께 연상되는 도교는 석가모니나 예수, 공자나 맹자로 상징되는 불교와 기독교, 유교에 비해 덜 알려져 있고 그 정체 또한 모호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노자로 상징되는 <도덕경>을 읽고, 장자가 쓴 <장자>를 읽었다고 해서 노자와 장자를 다 아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읽었음에도 보지 않는 면이 있고, 읽었음에도 제대로 새기지 못할 만큼 보는 사람과 보는 입장에 따라 달리 평가되는 부분이 많은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의 문신 박세당은 "세상에서 노자의 글을 이단이라고 여기는 것이 확고하지만, 세상에서 노자에 대해 비평하는 자 가운데 노자에 대해 제대로 아는 자가 없다"고 했고, 근래에 작고한 소설가 함석헌 선생은 박정희 정권의 서슬 퍼런 유신 체제 아래서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 "제발 건들지 말라!" 같은 어록을 남기며, 독재 비판과 자유를 향한 외침으로 <노자>와 <장자>를 해석할 정도로 노자와 장자에 대한 해석은 프리즘을 달리하며 각양각색에 천양지차입니다.

여러 관점에서 바라본 노자와 장자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지은이 김시천, 펴낸곳 책세상)는 대학새내기이던 1987년, 도올 김용옥의 강의를 통해 <노자>와 <장자>를 만나 후 지금까지 줄곧 <노자>와 <장자>를 공부하고 있는 저자가 그동안 <노자>와 <장자>를 연구하며 만난 동서고금의 평가와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보다 다양하고 보다 객관적으로 <노자>와 <장자>를 조명한 내용입니다.

책에서는 사마천의 <사기>, 도교학자인 앵거스 그레이엄(Angus C. Graham), 리비아 콘(Livia Kohn) 등의 <노자 열전>에 대한 분석, 조선 유학자 율곡 이이가 지은 <순언> <노자>를 페미니즘으로 연결시키려고 시도한 영국의 과학사가 조지프 니덤(Joseph Needham)의 연구, 함석헌 선생의 <씨알의 옛글풀이> 등에 수록되어 <노자>와 <장자>들을 인용해 노자와 장자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료적 토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양파는 겹겹이 껍질입니다. 까고 또 까도 켜인 게 양파입니다. 노자의 실체가 양파 같습니다. 때로는 전설 속의 인물이고, 때로는 역사적인 인물입니다. 5000여 자로 이루어진 <도덕경> 또한 그러합니다. 이렇게 새기면 이런 뜻이 되고 저렇게 새기면 저런 뜻이 되니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입장에서 어떻게 새기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켜를 이루고 있는 양파처럼 반복됩니다. 

<장자>의 글을 인용했다고 과거에 합격한 이함의 합격을 취소시킨 조선시대의 이단적 눈, 이함이 쓴 글이 <장자>의 글이라는 것을 알아낸 선조는 어떻게 그 글이 <장자>의 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미스터리, 조선의 대표적 성리학자인 율곡이 노자의 글 가운데서 유학에 가까운 2079자를 가려내 <순언>을 저술하였다는 의미에 함축된 다양한 평가 등을 통해 노자와 장자를 에두르고 있는 켜들을 한 낱 한 낱 살펴갑니다.    

무위자연에서 페미니즘까지

노자가 페미니즘적이라고 보는 견해들 또한 이러한 도식적 통념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견해들이 모두 역사적 사실이나 어떤 중요한 사안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 기존의 <노자>와 페미니즘 연결이 '잘못된 만남'이거나 오해에 지나지 않았음을 밝히고,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284쪽

책에서 저자는 <노자>는 '칼'로 설명하고 <장자>는 '방패'에 비유하는 모순적인 설명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자와 장자를 백색광을 일곱 빛깔로 보여주는 프리즘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다각적인 평가로 분절시켜서 보여주고 있는 <노자>와 <장자>를 새기다 보면 이러한 모순, <노자>와 <장자>가 칼과 방패일 수밖에 없다는 것에 수긍하게 될 것입니다. 

독일 출신의 학자 한스 게오르크 묄러(Hans-Georg Moeller)의 서양 <노자>, 율곡이 말한 조선 <노자>, 씨알 함석헌 선생님이 유신 독재에 항거하며 꺼내 든 <노자> 그리고 무위자연에서 페미니즘까지….

<노자>의 칼을 갈고 <장자>의 방패를 챙기다 보면, 무뎌진 지혜는 저절로 벼려지고, 엷어진 지식은 시나브로 어떤 경우에도 뚫리지 않는 방패처럼 두터워질 거라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지은이 김시천┃펴낸곳 책세상┃2013.11.5┃1만 8000원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 삶의 모순과 철학의 위안

김시천 지음, 책세상(2013)


태그:#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김시천, #책세상, #순언,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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