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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나이 5세, 4세, 2세다. 이런 아이들 셋을 키우면서 직장생활까지 해내는 여성이 있다. 바로 안성두레생협(친환경 먹을거리 매장)에 근무하는 이지선씨다. 그러면서 "아이 둘을 키울 때보다 셋을 키우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녀. 도대체 무슨 일일까.

눈코 뜰 새 없다는 말은 바로 그녀에게

지선씨는 아침 7시에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아이들 셋을 깨워 씻기고 먹이고 입힌다. 막내 아이를 집 앞에 있는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다. 큰 아이를 유치원차에 태워 보내고, 남편의 차를 얻어 타고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 8시 30분이 되어야 겨우 직장에 출근한다.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매장은 4시간 근무다. 근무가 끝나면 막내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온다. 막내를 재운다. 재우고 나서 밥하고 청소를 한다. 4시 30분 쯤 되면 첫째 아이가 집에 도착하고, 5시 쯤이면 둘째 아이가 집에 도착한다. 이 때쯤 막내가 잠에서 깨고, 아이들은 친구처럼 같이 논다.

이지선씨의 가족사진이다. 지금의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남편의 영향이 컸다고 지선씨는 말했다. 자녀가 많은 것을 원했던 것도, 공동육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도, 모두 남편의 공이라고 말했다.
▲ 가족사진 이지선씨의 가족사진이다. 지금의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남편의 영향이 컸다고 지선씨는 말했다. 자녀가 많은 것을 원했던 것도, 공동육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도, 모두 남편의 공이라고 말했다.
ⓒ 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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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경이 되면 남편이 퇴근한다. 같이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다. 아이들은 다시 자기들끼리 논다. 아이들을 재운다. 재우고 나서 집안 청소를 한다. 청소를 하고, 씻고 하면 새벽 1시다. 그제야 지선씨는 잠을 잔다. 1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나니 단순한 계산으로 6시간 취침이다.

하지만, 지선씨는 "5년 동안 하루도 제대로 자 본 적이 없어요. 늘 잠이 모자라요"란다. 그렇다. 아이들이 중간에 깨기 때문이다. 많이 깰 때는 10번도 깬단다. 지선씨는 자신은 항상 '만성피로'라고 했다.

둘째를 낳을 때 임신성 당뇨가 왔다. 설상가상 그녀에겐 심한 우울증이 찾아왔다. 첫째 아이가 눈만 빼고 아토피 피부질환이 있었고, 둘째도 아토피 피부질환이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한없는 자괴감을 느꼈고, 아이를 키우며 집에만 있다 보니 우울증이 점점 심해졌다. 급기야 자살하는 계획까지 세우는 극한의 상황까지 갔다. 

하지만, 겨우 그 고비를 넘겼다. 셋째가 뱃속에 들어섰다. 주위에선 "셋째를 낳지 말라"고 모두 그녀를 만류했다. 임신성 당뇨가 전이되어 당뇨병이 되었고, 그대로 아이를 낳으면 아이와 산모 모두 위험하다는 의사 소견 때문이었다.

그녀는 셋째를 반드시 낳을 거라고 주변에 말하고 운동을 했다. 당뇨를 완화하려면 살을 빼야 했던 것. 말하자면 임신부가 다이어트를 한 꼴이다. 임신한 배를 움켜 잡고, 운동을 하고, 소식을 하는, 쉽지 않은 다이어트를 한 결과, 아이를 무사히 낳았다. 아이를 낳고 보니 자신의 몸무게가 실제로18kg이나 줄었다는 거다. 셋째를 낳기 위해 이를 악문 결과였다.

"아이 둘보다는 셋이 훨씬 좋아요"

"아이 셋을 키우느라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아니요. 괜찮아요. 보육비는 모두 무상 지원이잖아요"라고 말했다. 아 맞다. 그랬었지. 아이 셋 모두 무상보육 혜택을 받지.

하지만, 다른 비용은? 그녀는 "어차피 둘을 키우나 셋을 키우나 드는 건 마찬가지 입디다"라며 해맑게 웃는다. 대체 저 긍정 마인드의 출처는 어디일까 궁금했다.

"아이들의 옷은 모두 물려 입히거나 얻어 입혀요. 장난감도 큰애부터 작은애까지 물려 주지요. 영어교육 등 사교육비는 아예 들일 생각이 없어요. 이이들은 초등학교 때까지 마냥 놀게 할 생각이거든요. '먹을거리는 엄마가 신경 써주지만, 나머지는 너희들끼리 알아서 해라'는 주의입니다. 해 달라는 건 해주지만, 미리 해주지는 않아요. 자기들이 부대끼고 경험하도록 내버려둡니다."

지선씨는 "제가 둘째 아이를 기를 때까지는 성격이 이러지 않았어요. 셋째를 낳고부터 오히려 더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 되었어요"라고 말한다. 지선씨는 "첫째 때는 힘들었고, 둘째 때는 우울했고, 셋째 때는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어느 일요일 아침,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눈을 뜨니 주변에 아이들이 아무도 없었다. 거실에 가본 순간 그녀의 눈에 행복한 광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아이 셋이 거실에 앉아서 햇빛을 받으며 소꿉장난을 하고 있다. 엄마를 깨우지도 않은 채로.

둘째 때까지는 아이들이 엄마를 많이 찾는 듯 했는데, 형제가 많아지니 엄마를 덜 찾는다는 거다. 자기들끼리 언니, 오빠, 엄마, 아빠, 친구 등의 역할을 서로 해준단다. 막내가 소변보고 싶으면, 언니와 오빠가 도와주는 게 다반사라는 거다.

그녀가 요즘 일하고 있는 안성두레생협 매장이다. 직장을 통해 삶의 보람과 경제적 보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그녀. 집에 가면  서로 역할을 하며 자기들끼리 잘 노는 아이들 셋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첫째 때는 힘들었고, 둘째 때는 우울했고, 셋째 때는 행복하다는 그녀다.
▲ 직장에서 그녀가 요즘 일하고 있는 안성두레생협 매장이다. 직장을 통해 삶의 보람과 경제적 보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그녀. 집에 가면 서로 역할을 하며 자기들끼리 잘 노는 아이들 셋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첫째 때는 힘들었고, 둘째 때는 우울했고, 셋째 때는 행복하다는 그녀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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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엄마들의 멘토가 되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그녀. 주변 엄마들은 그녀에게 '멘토링'을 부탁한다. 아이들의 아토피를 극복하기 위해 많이 공부한 그녀에게 노하우를 물어오곤 한다. 무엇보다 극한의 상황에서 아이를 키운 지선씨에게 상담을 받고자 한다는 거다.

아이 셋은 자기들끼리 의지해서 잘 크고, 자신은 직장을 다니고, 주변 엄마들은 그녀를 멘토처럼 대하니, 그녀는 자신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거다. 이게 모두 다 "닥치면 해낸다"는 그녀 특유의 뚝심과 아이 셋을 키우며 생긴 인생내공이 빚어낸 삶의 자세 때문이리라. 오늘도 자타가 공인하는 '씩씩한 엄마'는 그렇게 운명을 헤쳐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9일 이지선씨가 일하는 안성두레생협 매장에서 했다.



태그:#육아, #보육, #이지선, #안성두레생협,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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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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