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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민영화를 비롯한 현 시국을 비판한 고려대 학내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를 읽고 뜻을 모은 학생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시국촛불집회에 참석해 자신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적은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철도민영화를 비롯한 현 시국을 비판한 고려대 학내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를 읽고 뜻을 모은 학생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시국촛불집회에 참석해 자신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적은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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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요즘 들불처럼 번지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빌려와 인사 드리자면, 대통령님은 안녕하십니까. 천주교 사제단과 민주당 장하나 의원에 이어 종교계까지 나서 '대통령 퇴진' 요구 목소리를 내는 걸 보면, 분명 그리 안녕하시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요.

이 와중에 새누리당의 김무성 의원은 국민들이 아닌 당원 '동지'들에게 '안녕들 하십니까'란 대자보 인사를 남겼더군요. "박근혜 정부가 잘 되어야 국민이 행복하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습니다"란 충정어린 문구와 함께 말이죠.

그러나, 대통령님이 취임 1주년에 맞춰 자선행사에서 내놓은 질그릇을 400만 원에 샀다는 '친박' 김무성 의원의 글에선 '국민'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국민의 '안녕'보다 대통령과 당원들의 안위를 먼저 챙기는 측근들이 많아 보여 대통령님은 더없이 안녕하실 거란 생각도 들었는데, 틀렸는지요.

최근 대통령님 지지율이 하락세라고 들었습니다. 리서치뷰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잘함 44.3%, 잘못함 48.3%'로 나타났다고 하더군요. 헌데, 좀 더 유의미한 결과는 이게 아니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님을 뽑은 지지자 511명 중 12.9%가 경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사실대로 발표했다면 문재인 후보를 찍었을 것이라 답했다고 해요. 알고 계신가요?

"제가 댓글 때문에 대통령이 됐다는 것이냐"는 대통령님의 말이 어록처럼 떠돌고 있는 지금, 일부 민심은 '그랬던 것 아니냐'고 말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댓글'은 '대통령 박근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린 것 같은데요.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의 "(기사와) 댓글들을 (대통령이) 말도 못하게 열심히 보신다"는 설명이 더더욱 신빙성(?)을 갖게 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정작, 국민들은 대통령님이 어떤 댓글을 보면서 어떻게 소통하시려는지 가늠할 수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마련했습니다. 댓글 한 줄보다 더 강렬하게 기억과 잔상에 남을 시청각 자료를 말이죠. 원래 영상의 힘이 꽤나 강력하거든요. 이 영화들 몇 편이면 취임 1주년을 돌아보시며 국정 운영의 철학을 재고하시는 데 꽤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아마, 더 이상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자랑스러운 불통"을 운운해 국민들의 반발을 사는 일도 없을 겁니다.

<그때 그사람들>을 다시 보는 이유, '선친의 전철'이 아니랍니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서 고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연기한 배우 김윤식.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서 고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연기한 배우 김윤식.
ⓒ 명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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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들>이란 영화는 아마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대통령님의 동생이 사자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을 제기해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바로 그 작품이니까요. 아, 원래 이 영화엔 대통령님도 출연을 하셨었죠? 친절한 법원이 삭제를 명령한 앞뒤 다큐멘터리 뉴스 화면 중 일부분에서 말이죠.     

아무래도 고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신 그 날인 1979년 10월 26일을 다루고 있기에 불편하실 겁니다. 하지만, <그때 그사람들>은 분명 풍자극입니다. 심지어, 아버님은 인자하고 기력이 쇠한 노인으로 평범하게 그려졌어요. 다만, 20대 여성들을 양옆에 끼고 궁정동에서 파티를 벌이다 부하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만은 또렷이 기록하고 있을 뿐이죠.

영화가 겨냥하는 것은 혼란스러웠던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었습니다. 절대적으로 충성했던 부하들은 '국왕'과도 같았던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왕좌왕하죠. 사상 최초의 대통령 암살 사건에 당황하기는 국무위원들도 마찬가지고요. 2005년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개봉한 이 영화는 금기와도 같던 그 사건과 시대를 현재적 시점에서 조롱하는 셈이죠.

결국 <그때 그사람들>을 추천하는 이유는 결국 '자기성찰'과 '소통' 때문입니다. 21세기에 다시 그때 그 시절을 조망하는 이 영화는 '후지다'는 표현과 함께 '분노'를 일깨우는 시대를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 동안 새마을 운동을 위시해 '역사의 회귀'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 터져 나오고 있는 지금 봐도 헌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요. '공안통치'니 '유신의 부활'이니 하는 비판들이 거센 현재 분위기와도 들어맞고요. 물론, 절대 민주당 양승조 의원처럼 "선친의 전철"을 운운할 생각은 없답니다. 

어떤 댓글들을 열심히 보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이 추천 영상들을 보시며 '다른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소통'을 이뤄주시기 바랄 뿐입니다. 1979년은 물론 2005년에서 10여 년이나 흐른 '2014년의 대한민국'이 더 '후지게'는 후퇴해서는 안 되니까요. 

'철의 여인'의 회초리, 내려 놓으셔도 됩니다

지난 2012년 3월 30일 대전역 광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합동유세에 참석한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이 최연혜 후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 30일 대전역 광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합동유세에 참석한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이 최연혜 후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경향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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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파업에 직권해제란 철퇴를 내린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회초리를 드는 어머니의 심정"이라고 했다지요. 누구에게는 직업을 잃고 거리로 내몰릴지 모르는 위기감을 주는 이 철퇴가 누구에게는 어머님의 회초리가 되는 시대인가 봐요. 2년 전만 해도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최연혜 사장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런데, 이 어머님의 심정은 대통령님이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이미 1970년대에 '퍼스트 레이디'로서 누구보다 국민들을 걱정해 보신 경험이 있으시니까요. 아, 그런데 이 회초리를 이미 1980~90년대에 몸소 실천한 여성 지도자가 존재했었죠. 대통령님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은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가 그 주인공인데요.

<브래스드 오프>라는 영국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영화가 1980년대 영국 보수당 정권의 민영화 정책 때문에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실상과 연대를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거든요.

영화 속 배경은 북부 요크셔 탄광촌입니다. 이미 1980년 중후반 전국적으로 폐광 정책에 반기를 든 대파업의 여파가 휩쓸고 간 작은 탄광 마을의 삶은 피폐해져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사측과 협상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느냐 마느냐를 두고 연일 분열돼 싸우는 중이고요.

그 안에서 음악과 연대를 통해 힘을 얻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짠하면서도 눈시울을 젖게 만듭니다. 민영화를 추진하는 국가, 정책을 수행하려는 회사, 그리고 이에 반발하거나 생계를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노동자들.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고선 거리를 전전하고, 생계에 찌든 가족들과 다투거나 미안해 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은 1990년대의 영국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정부는 거듭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천명합니다. 하지만, 철도 부문에 이어 의료 부문까지도 민영화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냔 전문가들의 진단과 의혹이 수없이 제기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일 겁니다.

부디, 역사적으로 실패한 민영화로 손꼽히는 대처의 전철을 밟지 않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존경은 존경에서 끝내셔야지, 모방은 금물 아니겠어요. 이 영화로 부족하다면, 역시나 대처 시절 노동자들의 애환을 그린 <풀 몬티>나 <빌리 엘리어트>도 추천해 드립니다. 그러나, 유머를 가미한 이들 영화보다 우리네 현실이 훨씬 냉혹하다는 전제를 잊으시면 안 됩니다.

<힐링캠프> 출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
 <힐링캠프> 출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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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박근혜가 했던 국민과의 정치, 지키실 거죠?

바쁘셔서 이 영화들을 다 챙겨볼 시간이 없으실지 몰라서, 노파심에 비교적 짧은 TV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도합 1시간이면 충분히 챙겨볼 수 있으실 겁니다. 

먼저, 최근 SBS에서 방영된 <최후의 제국> 금권천하 편은 '필견'입니다. 그리도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국, 그 세계 최고 강대국의 국민들의 삶이 돈만을 좇는 권력자들에 의해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든요. 의료와 교육체계가 망가지면서 결국은 그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이 신음하게 될 거란 결론과 함께요.

마지막으로, 2년 전 대통령님께서 출연하셨던 <힐링 캠프>란 프로그램 기억나시죠? 쑥스러우시더라도 마지막 10분은 꼭 보시길 권합니다. 거기서 대통령님은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 약속하고 지키지 않는 정치"라고 말하셨습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2년여 전 '정치인 박근혜'와 지금의 '대통령 박근혜'는 분명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란 생각인데요.    

그래서, 복지정책도, 반값등록금도, 경제민주화도 저버리시지 않으리라 믿고요. 그래서 '자랑스러운 불통'이 아닌 '부끄러운 소통'이라도 좋으니,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으로 남으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남은 임기가 무려 4년입니다. 국민들이 계속해서 서로에게만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고, 대자보만 붙이며 남은 4년을 보낼 거라 믿는 순진한 대통령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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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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