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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13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로 김종술 서부원 윤근혁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은 한 해 동안 최고의 활동을 펼친 시민기자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4년 2월 14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만원, 그리고 부상으로 태블릿PC를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4 2월22일상'과 '2013 특별상', '2013 올해의 기사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 드립니다. [편집자말]
김종술 시민기자(48)
 김종술 시민기자(48)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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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겨울바람이 쓸고 간 얼굴은 초췌해 보였다. 헝클어진 머리에, 한 이틀 면도를 하지 않은 듯 턱수염도 둘쭉날쭉했다.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잔 데다 찬물로 머리를 감아서…."

스스로도 행색이 구차해보였는지 묻기도 전에 사연을 읊조렸다. 지난 22일 저녁 대전에서 김종술(48) 시민기자를 만났다. 그는 일주일 동안 자진해, 밀양 송전탑 저지 싸움을 하고 있는 주민들을 취재하고 막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는 내내 주민들의 얼굴이 눈에 밟히네요."

김 기자는 지난 18일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밀양을 처음 찾았다. 1박 2일 일정인데 당일 살고 있는 충남 공주로 되돌아왔다. 그때 한 마을 할머니가 "꼭 오늘 가야 되냐"고 물었다. 그 한마디가 가슴에 박혀, 음독 후 숨진 고 유한숙(74) 할아버지를 조문하러 다시 밀양을 찾았다.

"부근 강물이 꽁꽁 얼어붙는 날씨에 경찰이 분향소 부근에 천막도 못 치게 하대요. 매서운 강바람에 비닐 한 장으로 할머니들이 노숙하는데 울화통이 치밀더군요."

때마침 <오마이뉴스> 본사 기자가 함께 밀양 주민들을 공동 취재하지 않겠냐고 제의해왔다. 흔쾌히 응했다.

일주일 동안 김 기자는 수십 여 명의 주민들을 밀착 취재해 <땅에 내던지고, 주먹으로 때리고. 한전의 '횡포'> <"한전·정부가 사람 굴복시키고 산천 짓밟는다"> 등 하루 1~2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취재 도중 술 취한 한국전력 직원으로부터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한마디로 무법천지예요. 기자도 두들겨 패려고 하니 주민들이 어찌 견뎌낼지…. 지금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

그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눈치 챘겠지만 김 기자는 이웃의 아픔은 물론 뭇 생명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감수성 풍부한, 그리고 남다른 기자정신의 소유자다.

그에게 '올해의 뉴스게릴라'로 선정된 데 대한 소감을 묻자 "사실 (선정됐다는) 전화 받고 거절하고 싶었다"며 "기사 문장도 거칠고 아직 받을 만한 그릇이 못 돼 상의 격을 떨어트리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기분은 참 좋다"며 "이렇게 큰 상을 받는 것은 우리 집 역사상 처음"이라며 활짝 웃었다.

"어르신들이 열악한 환경서 싸우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김종술 시민기자
 김종술 시민기자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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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받을 만한 그릇'이 안 되는데도 상을 안겨준 것일까? 그는 올해 <오마이뉴스>에 140여 건의 기사를 쏴 올렸다. 이중 절반 가까이(58건)가 으뜸 이상이다. '금강 전담기자'라는 별칭에 걸맞게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것으로 의심되는 고라니 및 물고기폐사, 녹조발생, 역행침식, 녹조제거제 투입 등 금강 관련 뉴스를 꼼꼼하게 챙겼다.

'공산성 성곽 붕괴' 기사를 전국에 가장 처음 알린 것도 그다. '틈만 나면 금강에 나가 살았다'는 그의 얘기처럼 강을 지키겠다는 깊은 의지 없이는 쓸 수 없는 기사들이다. 이외에도 부여 주민들의 폐기물매립장 저지 투쟁을 비롯 <오마이뉴스>가 기획한 '두 바퀴 현장리포트 OhmyRiver!' 취재진 일원으로 참여해 낙동강과 금강현황을 실시간 중계했다. 하지만 올해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밀양 송전탑 주민' 관련 기사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싸우고 있는 게 안쓰럽고 걱정됩니다."

가장 가슴 아픈 취재는 수년 째 산업폐기물매립장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부여주민들을 취재한 것이다.

"매일 매립장 공사를 막기 위해 초소 앞을 지키며 싸우고 있는데 더 이상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요."

올 들어 가장 힘들었던 취재는 지난달 14일부터 2박 3일 동안 '가을의 금강을 만나는 두 바퀴 짧은 여행' 취재다. 엉덩이에 뾰루지가 난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고 취재까지 소화해야 했다.

지난해 가을 취재현장은 김 기자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을 안겨줬다. 지난해 10월 보름 동안 최소 3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죽은 '금강 물고기 떼죽음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김 기자는 단독보도를 비롯해 전 기간 동안 현장을 밀착 취재해 <오마이뉴스> 특종상은 물론 '2월22일상'을 수상했다. 녹색연합은 '아름다운 지구인'상을,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녹색인상', 대전환경운동연합은 '환경언론인상'을 김 기자에게 수여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매일 떠오르는 물고기를 취재하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어요. 밤에는 두려움에 돌아다니지 못하고 집 안 불을 다 켜야 안심이 됐어요. 그러고도 잠을 자지 못했죠. 자다 깨고 놀라서 또 깨고. 병원에서는 신경성 질환이라고 하더군요. 아직도 한 달에 한두 번 증상이 나타나요. 죽어 있는 물고기 떼 사이에서 발버둥 치며 죽어가는 물고기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해요."

그러면서도 아침이면 다시 금강을 찾는 데는 아픈 사연이 있다.

"금강에 반해서, 서울 살다 공주로 이사 왔어요. 근데 4대강 사업을 하더라고요.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 전남 장성이 고향인데 집 뒤에 채석장이 있었어요. 그 때문에 동네 어른들은 물론 아버지도 폐암으로 일찍 돌아가셨어요. 나중에 산재 판정 받았죠. 고향 마을 일로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는 4대강 공사로 인한 가장 큰 문제를 묻자 '수질'이라고 답했다.

"4대강 공사 전 금강은 주민들의 놀이터였어요. 보가 만들어진 후 수량은 늘어났지만 탁도가 크게 나빠졌어요. 지금 강에 가면 언제나 죽은 물고기 몇 마리 보는 것은 일도 아니에요. 여름에는 녹조에 악취도 심해요. 세종시 첫마을에 사시는 분들이 강변에서 나는 냄새로 집단민원을 제기한 적도 있어요."

김 기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우선 수문을 열자"다.

"흐르는 물을 막으면 썩잖아요, 수문만 열면 일단은 녹조 등 일정 부분 문제가 해결됩니다, 보를 무조건 다 부수라는 게 아녜요. 합의 없이 강을 막았지만 보를 허물 때는 국민적 합의 거쳐서 허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마이뉴스> 최고의 장점은 상근기자와 시민기자의 어울림"  

지난해 금강물고기떼죽음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김종술 시민기자
 지난해 금강물고기떼죽음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김종술 시민기자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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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는 미혼이다. 결혼 계획을 묻자 "(장가는) 가고 싶은 데 나 좋다는 사람이 없다"며 "시집오면 고생할 게 뻔 한데 누가 오겠냐"면서 멋쩍게 웃었다.

- 가족들이 돈을 써가며 매일 금강에 나가 취재한다고 걱정이 많던데요?
"가족들이 걱정할 때마다 조금만 더 지켜봐달라고 말하고 있어요. 지금이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합니다."

- 내년이 말띠 해고 김 기자 또한 말띠인데 새해 계획이 있다면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금강의 영향에 대한 취재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석산개발이나 산업폐기물처리장 등 지역공동체를 피괴하는 관련 사안을 찾아 취재할 생각입니다."

- 시민기자를 해오면서 느낀 <오마이뉴스> 자랑을 한다면요?
"많지만 최고의 장점은 상근기자와 시민기자의 어울림이라고 생각해요. 금강과 낙동강, 밀양까지 상근기자들과 공동 취재하면서 잘 어우러지는 시스템이라고 느꼈어요. 최고의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 중장기적인 계획이 있다면요?
"일부 공사업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편법과 불법으로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면서까지 환경훼손을 일삼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속수무책이죠. 주민들이 제대로 대응해 주민 스스로 공동체를 지킬 수 있도록 조언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환경시민단체와 비슷한 일이지만 단체를 만들기는 싫어요."

이튿날 김 기자는 <오마이뉴스>에 '밀양 리포트' 후속 기사를 송고했다. 눈을 뜨자마자 부스스한 얼굴로 밀양주민들을 위해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그의 선한 얼굴이 떠올랐다.


태그:#뉴스게릴라상, #김종술, #금강, #4대강 ,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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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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