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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동우여고 학생들이 '우편향' 논란이 일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반발한 가운데, 같은 재단(경복대학교)인 동원고 학생들도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이 학생들은 '안녕 대자보'를 넘어서 온라인 공식 계정을 만들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시키기 위한 반대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이날 오전 긴급 회의를 열고 교학사 교과서 채택 재심의 여부를 논의 중이다. 한편 동우여고는 이날 오전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의 대자보' 바로 철거... 학생 "징계 두렵지 않다, 전교생 서명운동 예정"

동원고 재학생 8명은 3일 오전 7시 10분께 "동원고는 이제 집필진마저 부끄럽다고 고백한 역사 교과서를 채택한 전국 1%의 학교가 되었다"는 대자보를 학교 안팎 6곳에 붙였다.

그러나 학생들이 학교 내 계단과 2, 3, 4층 화장실 등에 부착한 대자보는 곧바로 학교 측에 의해 철거됐다. 매점에 붙인 대자보는 커터칼로 훼손되기도 했다. 이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오전 8시께 남아있는 대자보는 학교 밖 식당에 부착된 대자보뿐이다.

3일 오전 동원고 재학생 8명은 학교 내 계단 등 6곳에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였지만 학교 측에 의해 바로 철거됐다. 매점에 붙인 대자보(오른쪽)는 훼손되기도 했다.
 3일 오전 동원고 재학생 8명은 학교 내 계단 등 6곳에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였지만 학교 측에 의해 바로 철거됐다. 매점에 붙인 대자보(오른쪽)는 훼손되기도 했다.
ⓒ 해당학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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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자보를 붙인 J군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학교에서 당연히 (대자보) 부착을 싫어할 걸 알았지만 그래도 학생들 의견이 이렇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며 "선생님들이 저희가 오는 걸 알고 미리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뭐가 무서워서 그렇게 바로 철거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방금 대자보를 붙이다가 선생님을 만난 1, 2학년 학생들은 지금 교무실에서 교감선생님께 설명을 듣고 있다"며 "저희는 졸업생 중심이라 징계는 두렵지 않다, 후배들이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계속 반대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오늘 내일은 매 쉬는 시간마다 틈틈이 교실을 돌면서 전 교생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교학사 교과서 채택 반대 서명운동도 벌일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학생·학부모 한 목소리 "왜곡된 역사 아닌 떳떳하고 당당한 역사 배웠으면"

학생들은 대자보에서 "예전엔 동원고 교복이 자랑스러웠지만 이제는 동원고 교복이 부끄럽다"며 "우리 학교가 식민지 침략과 친일 미화, 독재·쿠데타를 정당화하는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전국 1% 고등학교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정치가 아닌 상식과 교육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싶다, 우리 후배들과 자손들에게 떳떳하고 당당한 역사를 교육 받았노라고 말하고 싶다"고 썼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자랑스러운 동원의 교복을 입게 해달라"고 마무리했다. 

학교 측은 대자보 철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전 대자보를 철거한 동원고 정아무개 교감은 "학교 규정에 유인물을 붙이려면 절차가 있다, 그런 절차 때문에 제가 뗀 것"이라며 "(교학사) 교과서 선정도 학교운영위원회 등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채택됐다"고 말했다.

그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 논란에 대해 "지금 학교 자체적으로도 교학사 교과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협의 중이다, 지금도 그 건으로 긴급회의가 열려서 들어가 봐야 한다"면서 "조만간 빠른 시일 내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원고 학생들은 또 지난 2일 오후 8시경 트위터에 공식계정 '동원고등학교 교학사 교과서 반대위원회(@savedongwonhist)'를 만들고 학내 시사, 경제 동아리 등이 각각 발표한 반대 대자보와 성명들을 온라인상에 올렸다.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동원고 재학생들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학내 시사, 경제동아리 등이 쓴 항의 대자보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 설립이념 앞에 부끄러워서... 교학사 교과서 반대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동원고 재학생들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학내 시사, 경제동아리 등이 쓴 항의 대자보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 @savedongwonh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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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편향과 오류가 상당수 발견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동원고가 고집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교과서 선정과정에서 외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동우여고 교사의 증언이 있었는데 이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 될 수 없다,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고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썼다.

앞서 동원고와 같은 사학재단인 수원 동우여고 학생들도 지난 2일 오전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비판하면서 학내에 '안녕하지 못하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는 등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 대자보에는 "역사를 가장 객관적으로 가르쳐야 할 학교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의문을 감출 수 없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이 대자보도 학교 측에 의해 10분 만에 철거됐다.

한편 교학사 교과서 채택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애초 채택을 결정한 파주 운정고, 경북 성주고 등은 채택을 철회하고 재선정 절차를 밟고 있으며 성남 영덕여고도 교과서 채택 포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는 동원고 학생들이 학교에 붙인 대자보 전문이다.

동원고 교복이 부끄럽습니다.
동원고 교복이 자랑스러웠습니다. 휼륭한 선생님들께 배우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 뛰놀고 공부하면서 지식을, 교양을 배우고 멋진 대학생활도 꿈꿔 보았습니다.

이제 동원고 교복이 부끄럽습니다. 우리학교가 전국 1% 고등학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식민지 침략과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와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교학사 교과서를 학교 재단이 채택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동원고는 이제 집필진마저 부끄럽다고 고백한 역사 교과서를 채택한 전국 1%의 학교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정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식과 교육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싶습니다. 정의로운 가치관을 배우고 싶습니다. 우리 후배들에게, 그리고 우리 자손들에게 떳떳하고 당당한 역사를 교육 받았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랑스러운 동원의 교복을 입게 해주십시오.

-동원고등학교 학생회와 동원고등학교를 사랑하는 학생들



태그:#대자보, #교학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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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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