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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이촌동 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 등 참석자들이 병원 영리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구호 외치는 의사들... 총파업 초읽기 11일 오후 서울 이촌동 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 등 참석자들이 병원 영리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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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절박해서 총파업이라는 충격적인 단어까지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 노환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정부가 제안한 의정협의체에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변영우 대한의사협회 대의원의회 의장

"조용히 해. 개XX들아. 원격의료는 의사와 환자, 간호사간의 소통이야. 그걸 왜 반대해. 민초의 절규는 안 보이냐?"
- 유종옥 의사

'총파업 출정식'으로 보기엔 이견이 많은 자리였다. 일부 의사들은 몸싸움도 불사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로 의사협회 회관에서 진행된 '2014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의협은 행사에 앞서 원격의료, 영리병원을 막고 건강보험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히며 이를 위해 총파업을 불사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전국에서 올라온 의협 소속 의사들 350여 명이 모인 회의장 분위기는 찬반이 분분했다.

이날 노환규 위원장은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의협의 또 다른 축인 대의원회의 변영우 의장은 정부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안보고와 자유토론, 주제별 분과토의를 거쳐 12일 새벽 1시경 최종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총파업 불가피", "투쟁과 협상 병행해야" 현장 의견은 '분분'

11일 오후 서울 이촌동 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인사말을 마친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의사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노환규 회장 11일 오후 서울 이촌동 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인사말을 마친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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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예정시간인 5시보다 늦은 5시 20분경 시작됐다. 행사 시작과 함께 마이크를 잡은 노환규 위원장은 "의사협회와 의료계 대표자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한 원격의료, 영리병원 저지와 건강보험제도 개혁뿐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 위원장은 "경제부처 목소리를 우선할 것인지 국민 건강을 우선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 현장 의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펴는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시작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발언을 멈춰야 했다. 행사장에 난입한 한 여성 의사 때문이었다.

자신을 '아르바이트 의사'라고 밝힌 유종옥씨는 "저지해야 할 것은 의사가 환자를 화상 등으로 진료하는 원격진료이지 의사와 간호사, 의사와 의사간 통신 수단인 원격 의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현 상황을 잡기 위해 노환규 탄핵을 외친다"면서 단상에 있는 노환규 위원장에게 원색적인 욕설을 날리기도 했다.

11일 오후 서울 이촌동 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에 난입한 한 회원이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의 탄핵을 요구하다 협회 관계자들에게 끌려나가고 있다.
▲ 의사 총파업 출정식 난입 소동 "노환규 탄핵" 11일 오후 서울 이촌동 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에 난입한 한 회원이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의 탄핵을 요구하다 협회 관계자들에게 끌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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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는 5분 여 만에 행사 관계자들에 의해 건물 1층으로 쫓겨났지만 달아오른 회의장 분위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노 위원장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변영우 의장은 정부의 원격진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총파업을 거론하는 노 위원장과는 생각이 다름을 분명히 했다.

변 의장은 우선 "의협의 투쟁 활동과 관련 '의료민영화'라는 단어가 거론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의료민영화라는 단어를 앞세워서 국민들에게 혼동을 주고 의협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변 의장의 발언은 회의장 내 상당수 의사들에게 박수 갈채를 받았다.

그는 "의사들의 이권 투쟁의 마지막은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협상을 통해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장관 등이 참여하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투쟁과 협상을 동시에 해나가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객석에 앉은 의사들은 이 발언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하는 일부 의사들이 변 의장 발언이 끝나자 마자 "그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일반 의사들은 그걸 반대합니다"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그에 비해 연령대가 높은 일부 의사들이 "의장이 말하는 데 그러는 게 아니야"라면서 발언을 제지하는 광경이 빚어지기도 했다. 의협은 변 의장 발언을 끝으로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정부 "집단 행동-파업 강행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

병원 영리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이촌동 의사협회회관 앞 천막농성장에서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집단 휴진의 시기와 방식 등을 논의하기 위해 비상회의를 하고 있다.
▲ 불 밝힌 의사협회 천막농성장 병원 영리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이촌동 의사협회회관 앞 천막농성장에서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집단 휴진의 시기와 방식 등을 논의하기 위해 비상회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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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의협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사를 표명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의료계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하며 집단 행동이나 파업을 강행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로 긴급 브리핑을 열게 됐다"면서 "의료계를 압박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의료 수가 조정이 안 된 점을 알고 있는 만큼 앞으로 수가 적정성 문제에 의해 논의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당근'과 '채찍'을 함께 제시한 셈이다.

복지부는 장관 브리핑에 앞서 의협의 원격의료 반대에 대해 기존 정부의 입장을 재설명하는 입장문을 배포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와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은 국민편의 증진과 일자리 창출,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이라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 자료에서 "원격의료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이나 도서벽지 거주자,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 등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런 의도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정부-의협간의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점도 다시 거론했다. 그러나 의협과 정부간 갈등을 풀 만한 새로운 제안이나 입장 변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의협은 12일 오전 1시까지 내부 회의를 마친 후 집단휴진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총파업 방침이 결정될 경우 9만 5000여 명에 달하는 전체 회원들을 상대로 우편, 모바일 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태그:#의사협회, #노환규, #의협, #의료민영화, #원격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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