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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는 늘 화끈했다. 선거의 여신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에게 몰표를 줬다. 당시 서울 구청장 25곳 모두 새누리당 몫이었다. 거의 모든 구에서 50% 이상 득표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분열하지 않았더라도 졌다. 경기도 지자체 31곳 중 열린우리당(민주당 포함)은 1곳에서 이겼다. 광역단체장도 처참했다. 호남 3곳 빼고 지금 야당이 이긴 곳은 없었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지만 4년 후는 정반대였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새누리당은 6곳만 가져갔다. 대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서울에서 오세훈은 이겼지만 새누리당은 25개 기초단체장 중 고작 4곳만을 획득했다. 민주당은 서울 0곳→21곳으로 대승했다. 강원, 충남·북, 경남(김두관)도 민주당 몫이었다. 2004년 총선 이후, 민주세력이 승리한 첫 번째 전국단위 선거였다.

너무 속보인 <조선>의 '야권연대 안 하는 거 맞니?'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발언을 한 윤여준 의장 발언을 강조한 <조선일보> 1월 13일자 사설
▲ "선거 연대 없다" 지켜볼 것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발언을 한 윤여준 의장 발언을 강조한 <조선일보> 1월 13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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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6·4 지방선거의 의미는 각별하다. 안철수 신당이라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처음으로 국민에게 평가받는 선거이다. 기존 정치와 다른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차별화'가 부각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잃어버린 1년'을 지켜본 새누리당도 절박한 각오다. 반드시 이겨서 야권의 대선불복 프레임을 무너뜨리고 싶어 할 것이다.

민주당도 비슷한 처지다. 모양새는 '방어전'인데 원년 승자다운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싸움이다. 새누리당이 승리하는 경우, '김한길호'는 침몰하게 된다. '특검'을 접는 대여 온건파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만일 안철수 신당이 승리하는 경우, '급변사태'는 민주당에서 먼저 촉발될 것이다. 어느 경우든 최악이다. 민주당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처지다.

의외로 싸움의 포문은 <조선일보>로부터 시작됐다. 이 신문은 13일자 사설 '安 측 "선거 연대 없다" 약속 끝까지 지킬 자신 있나'에서 "새 정치를 표방하는 신당이 첫 선거부터 기성 정당과 선거 연대를 한다면 '그럴 바에는 왜 신당을 만들었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나오는 내용과 같이 보면 <조선>은 마치 링 위에 올라온 선수처럼 느껴진다. 언론은 심판관이 아니었던가.

이어서 "안 의원 측이 야권의 단골 메뉴인 연대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강조한 후 "국민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 의원 측이 이 약속을 어떻게 지켜나가는지를 지켜보면서 '안철수표 새 정치'에 대한 1차 평가를 내리게 될 것이다"라고 안 의원측의 발언에 쐐기를 박았다. 내용인즉, 안 의원측은 '끝까지 완주하도록!'이다.

숨길 수 없는 <조선>의 조급함이 느껴진다. 해당 사설은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의 말을 기초로 작성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야권연대'와 관련해서 안철수 의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의장의 비중이 크고 작음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안철수에게 다짐받는 사설을 쓰는데, 읽어 보면 정작 안철수는 등장하지 않는다. 안철수'측'만 7번 등장한다. <조선>, 너무 속보였다.

2년 전, '보수분열'에 답답해 하던 <조선>

2년 전, 4.11 총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을 분열을 거세게 비판한 <조선일보> 사설 내용
▲ <조선>, 보수는 분열하면 안 돼! 2년 전, 4.11 총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을 분열을 거세게 비판한 <조선일보> 사설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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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언론이 원래 그토록 '연대'를 싫어했던가. 2년 전, 4·11 총선을 앞둔 시점의 사설을 보면 그렇지 않다.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3월 13일자 사설 '보수 분열시켜 어떤 세력에 나라 맡길 셈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당시는 여론조사 결과 야권 대약진이 예상되던 시기였다.

이 사설에서 <조선>은 당시 보수 성향인 '국민생각'이 선진당과 합당하고 새누리당 공천탈락자들을 영입해서 원내 교섭단체를 노리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현을 거듭하고 있다. 신문은 "분명한 것은 보수 계열 제3세력의 출현이 범야 후보와 접전(接戰)을 벌이는 새누리당 후보의 낙선에는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라며 불편한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보수 계열의 제3세력은 끝까지 완주해서 '보수 새정치'하면 안 되나?

이 사설에서 <조선>은 화가 단단히 났던지 "보수 우파가 이처럼 분열 위기를 맞기까지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은 무엇을 했는지도 답답하다"며 화살을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까지 돌렸다. 또한 "우파 분열을 불러 자랑스러운 해군(海軍)을 해적(海賊)이라고 칭하는 세력에 국가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고 말한 김무성 당시 공천 탈락 의원을 말을 전하면서 박 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안철수 신당과 2년 전 '국민생각'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조선일보>에서 사설로 그들의 움직임을 다뤘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더욱 극명하게 존재한다. 한 곳은 정당 지지율이 30%에 육박한다는 점이고 다른 한 곳은 1%대였다는 점이다(12년 4월 4일 리서치뷰 정당지지도 결과). 당시 국민생각 지지율을 고려할 때 이 신문이 사설로까지 '보수 새정치'에 대해 비판하고 '보수단결'을 외쳐야 했는지 의문이다.

'붕대 투혼'은 사라지고, '야권연대'는 미지수

야권연대 안 하면 현 지지율 대로라면 야권이 전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한겨레> 성한용칼럼 1월 14일자
▲ <한겨레>, 야권 전멸할 수 있다 야권연대 안 하면 현 지지율 대로라면 야권이 전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한겨레> 성한용칼럼 1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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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일간지에서 '안철수 신당 야권연대 안 한다는 약속 끝까지 지킬지 지켜보겠다'고 한 다음 날인 14일 <한겨레>는 성한용 칼럼 '야권 전멸할 수 있다'를 게재했다. 신문은 칼럼에서 "현재의 정세를 압축하면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20%포인트 정도 앞서고, 야권은 조각조각 분열해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 신문 만평에는 입을 가리고 웃고 있는 새누리당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영호남을 제외하고 민주당, 안철수 신당, 진보정당이 경쟁하는 모든 선거구는 새누리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며 "박원순 시장이 버티고 있는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야권 지지율과 분열 상황이 2006년과 동일하다며 당시 전체 230곳 기초단체장 중 한나라당 155곳, 무소속 29곳, 민주당 20곳, 열린우리당 19곳 획득했음을 전했다.

시계를 4년 전인 2010년 1월 초로 되돌려 보자. 결연한 표정의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신년회견 자리에 섰다. 정 대표는 "국민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과 연대를 바라고 있다"며 "민주개혁세력은 이명박 정권의 진정한 대안으로 인정받으려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야권연대'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정 대표는 과감한 문호개방, 승리하는 연대, 함께 만드는 공동지방정부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행동에 옮겼다. 야권의 맏형이었음에도 경선을 통해서 경기도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경남도지사 역시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단일후보로 출마하도록 멍석을 깔아주었다. 그 결과 야권은 승리했고 이명박 정권은 조기 레임덕에 빠지게 됐다.

4년이 지났다. 다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더 이상 '붕대 투혼'을 기대할 수 없다. 선거의 여왕은 링 위에 올라오지 못한다. 자체 힘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그런데 여왕을 대신할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도 답답했는지 비대위 체제 등 다각도로 고민 중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제2의 창당' 각오로 지방선거에 임해서 꼭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철수 신당측 금태섭 대변인은 민주당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자신들의 새정치에 화답했다"며 호평했다. 호평 속에서 잠시 보인 '야권연대' 희망은 그러나 윤여준 의장의 서울을 비롯해 모든 광역단체장 출마가 목표라는 말 속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선거를 앞두고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주장글을 통해 야권연대에 대해 서로의 솔직한 바람을 털어놓았다. 한쪽은 새정치를 한다면서 '연대'가 말이 되느냐며 '끝까지 완주'한다는 약속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다른 한쪽은 '끝까지 완주'한다면 '야권은 전멸'할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야권연대 관련해 안철수 신당은 처신이 어려운 상황이다. 

새정치를 한다면서 연대가 말이 되느냐고 한 신문은 불과 얼마 전 '보수 새정치'에 대해서는 '(보수연대를 안 해서) 어느 세력에 나라 맡길 셈인가'라며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태도 변화를 보는 국민들도 불편하다.


태그:#조선일보, #한겨레, #야권연대,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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