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받아야 할 건 우리가 아니잖아요."15일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 50대 여성이 길바닥에 드러누워 서럽게 울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피해자다. 검찰은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장을 기소했고 이날은 그 첫 재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20여 명의 피해자들과 함께 법원 앞에선 김 위원장은 억울해했다. "처벌 받아야 할 건 우리가 아니다"고 말한 김 위원장은 "경찰이 억울함에 따지러 간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막아서 그걸 따지면 집시법 위반으로 걸고, 세상에 피해자를 처벌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고 외쳤다.
앞서 검찰은 김 위원장에게 업무방해와 폭력, 공동주거침입, 공무집행방해, 상해, 공무상표시무효, 집시법 등의 죄명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고 본점 사무실에서 농성을 벌인 것에 따른 혐의였다.
여기에 김 위원장은 할 말이 많았다. 그는 "경찰이 못 지키고, 금융감독원이 못 지키는데 우리라도 가서 지켜야 할 것 아니냐"며 "은행 안에서 직원들이 증거자료를 없애는데 그걸 보고 어떻게 피해자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나"고 말했다.
김옥주 "법의 정의, 서민에겐 없어... 우리에게만 잣대 들이대"
집시법 위반과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말할 때 김 위원장의 목소리는 격앙됐다.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고 경찰이 그 분들을 밀어 넘어트려 전치 몇 주의 진단이 나와도 우리는, 경찰은 고소하지 않았다"며 "경찰은 결국 위에서 시키는대로 하는 사람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이게 뭐냐"고 가슴을 쳤다.
그는 검찰에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 사태 전까지 나는 우리나라가 법치국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그의 생각은 바뀌었다. 그는 "서민에게 법의 정의는 없다"며 "우리에게만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서럽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법원에 들어가기 전 김 위원장은 "우리가 법정에 서야하나 금감원 책임자가 법정에 서야하냐"고 허공에 외쳤다. 김 위원장은 "국가가 잘못한 것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고 다시 대답 없는 질문을 하늘로 던졌다.
형사5단독 전지환 판사의 심리로 진행한 첫 공판에서도 김 위원장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김 위원장에게 국선변호인 선임을 제안했지만 그는 그마저도 뿌리쳤다. "결국 법원의 입맛대로 재판을 내릴 텐데 변호인이 무슨 소용이냐"는 이유에서였다.
저축은행 피해자들 "피해자 외면하고 범죄자 옹호"
전국의 저축은행 피해자들과 동양증권 사태 피해자들은 김 위원장을 응원하고 나섰다. 전국저축은행비대위와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 동양사태피해자대책협의회,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은 14일 김 위원장에 대한 재판이 "국가의 금융피해자 두 번 죽이기"라고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이들은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지만 저축은행 사태를 저지른 자본, 관료, 정치인들 중 제대로 처벌을 받은 자는 없다"며 "국가는 피해자를 외면하고 범죄자를 옹호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에 대한 재판의 기각을 법원에 요청하며 "이제라도 국가는 금융피해자에게 완전한 배상을 하고 범죄를 저지른 금융자본과 권력자들을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1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아온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이성헌 전 새누리당 의원이 2심에서 무죄를 받자 상고를 포기했다. 검찰이 거물급 정치인에 대한 상고를 포기한 것이 이례적인데다 친박계 의원에 대한 봐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거듭됐지만, 검찰은 불필요한 상고를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