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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를 타고 내려다 본 화천 산천어축제장
 헬기를 타고 내려다 본 화천 산천어축제장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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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 성원으로 불모지였던 화천군이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2014년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되는 쾌거도 올렸습니다. 지난 19일 관광객 100만 명 돌파 기념으로 작은 보은 이벤트를 열까 합니다."

나라축제 조직위원회(위원장 정갑철)는 1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관광객 여러분들께 감사  드린다"는 말을 반복했다. 주요 내용은 오는 1월 24일부터 축제 종료일인 26일까지 산천어축제 낚시터를 무료로 개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무료는 아니다. 기존 낚시터 입장 시 1만2000원을 받고, 5000원 권 농산물 교환권을 돌려줬다. 하지만 축제 조직위는 이를 5000원 권 '화천사랑 상품권'과 7000원 권 '농산물 교환권'으로 교환해 주겠다고 밝혔다. 입장료 1만2000원을 모두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화천사랑 상품권'은 화천 지역 내에서 식사를 하든, 주유를 하든 현금처럼 유통된다. '농산물 교환권'은 축제장에 설치된 농산물 판매코너에서 농산물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니 '무료 이벤트'라는 표현이 과한 건 아니다. 

보은 이벤트를 추진 한 이유

농특산물 교환권(상)과 화천사랑 상품권(하)
 농특산물 교환권(상)과 화천사랑 상품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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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은 38선 이북지역이다. 축제를 시작한 2003년 이전만 해도 화천을 아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이곳에서 군 생활을 했던 사람만이 겨우 기억을 하는 정도였다. 군 생활이 오죽 힘들었으면 "화천 방향으로 오줌도 누지 않는다"라는 말도 나오곤 했다.

화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철도도 없다. 2차선 지방도 내지는 국도가 유일하다. 그러니 그곳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없는 건 당연했다. 군사지역이어서 철저한 규제도 받았다. 건축물을 짓기 전에 군부 동의를 받는 건 필수였다. 규제면적 비율만 140%에 이른다.

"이런 열악한 여건을 역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찾아보자"

2002년 화천군수로 당선한 정갑철(현 3선) 군수는 각종 규제로 인해 원시림 그대로 남아있는 지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자원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최고의 청정지역'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때에 시작한 것이 산천어축제다.

찬물에서만 서식하는 산천어는 청정을 상징한다. 백 마디 말보다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알려지면 당연히 '산천어가 사는 지역' 즉, 굳이 청정하다는 광고를 하지 않아도 그렇게 알려질 것이라 믿었다.

2003년, 그렇게 산천어축제가 탄생했다. "2만 명만 오면 성공이다"라는 예측을 깨고 첫 해 22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화천에 사는 노인들이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이 내려온 이래 이렇게 많은 사람을 처음 본다"고 했을 정도다. 화천이 전국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이듬해인 2004년도에 예비축제로 선정했고 이어 유망축제, 우수축제, 최우수축제를 거쳐 지난해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했다.

"모든 것이 화천과 산천어축제를 사랑하고 아껴준 관광객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축제 조직위원회에서는 대표축제 선정 기념 이벤트 하나로 보은 행사를 구상하고, 지난 1월 20일 위원회의를 거쳐 축제 메인 프로그램인 낚시터를 무료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의 손해가 지역 상인들에겐 이익

정갑철 화천군수. 38선 이북 산골마을을 국제적 도시로 탈바꿈 시킨 장본인이다.
 정갑철 화천군수. 38선 이북 산골마을을 국제적 도시로 탈바꿈 시킨 장본인이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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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주 목적은 장기적으로 지역의 청정성을 알리는 것과 더불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입장료 모두를 상품권으로 교환해 주면 지역 경기는 크게 활기가 넘칠 것으로 본다."

보은 이벤트도 좋지만, 그렇게 하면 조직위원회와 행정에서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 군수는 "축제의 당초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다"라고 말했다.

축제기간 23일간 낚시터에 투입되는 산천어의 양은 무려 110여 톤에 이른다. 마리당 300g 정도라고 볼 때 30여만 마리의 산천어가 투입된다. 산천어 매입 가격만 10여억 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투입량은 70여톤이다. 남은 40톤에 대해선 조직위와 군이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지역경제 활성화에 비중을 뒀다. 상품권은 화천지역에선 현금처럼 유통되지만, 타지역에선 무용지물이다. 

매년 산천어축제 기간 농산물 판매액은 10여억 원에 이른다. 화천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에 청정을 더해 다소 비싸게 팔 수 있다면, 적은 농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거란 계획이 실현된 셈이다.

전국 축제장에서의 상품권 효시는 화천 산천어축제다. 이는 2006년도부터 시행했다. "모든 프로그램은 공짜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프로그램별로 일정액을 받았다. 그러곤 그 금액만큼 상품권으로 돌려줬다. 산천어낚시터의 경우 1만2000원을 받고 5000원 권 '농촌사랑 교환권'으로 되돌려줬다. 사실 5000원권 또는 3000원 권 상품권으로 구입할 수 있는 농산물은 흔치 않다. 관광객들은 주머니를 열었다. 축제기간 10여억 원의 농산물이 판매되는 이유이다.

산천어축제, 개막 15일만에 1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산천어축제, 개막 15일만에 1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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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화천 산천어축제는 지난 19일을 기점으로 관광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동시에 관광객 수 카운팅도 중단했다. 관광객 수에 연연하면 자칫 서비스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종 관광객 수는 내부적 통계로만 관리된다.

"산천어축제가 CNN에서 겨울철 세계7대 불가사의로 소개되고, 지난주 미국 ABC뉴스도 산천어축제를 비중있게 다뤘다. 금년 축제기간 중 외국 언론에서 보도된 건수만 200건이 넘는다. 또 지난해 미국 IFEA에서 화천군을 축제도시로 선정하기도 했다. 38선 이북 작은 산골마을이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이 모든 것들이 화천과 산천어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신 관광객 여러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산천어축제를 만들어 국제적인 축제로 발전시킨 정갑철 화천군수의 말에서 '보은행사'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화천, #산천어축제, #정갑철 화천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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