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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8월 22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24회 서울국제 임신 출산 육아용품 전시회'(베이비페어)가 열렸다. 남편들이 부대행사로 열린 '아빠 자격증 시험'에서 아기 목욕시키기 실기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협찬사인 보령메디앙스와 아가방앤컴퍼니를 비롯해 유한킴벌리, 제로투세븐, 한국치코 등 임신·출산·육아 관련 국내외 141개 업체가 참가한다.
 지난 2013년 8월 22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24회 서울국제 임신 출산 육아용품 전시회'(베이비페어)가 열렸다. 남편들이 부대행사로 열린 '아빠 자격증 시험'에서 아기 목욕시키기 실기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협찬사인 보령메디앙스와 아가방앤컴퍼니를 비롯해 유한킴벌리, 제로투세븐, 한국치코 등 임신·출산·육아 관련 국내외 141개 업체가 참가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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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4일 오후 2시]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남자들도 한 달간 유급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된다. 직장 여성이 육아를 이유로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했을 때 지급되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도 통상임금의 60% 수준으로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4일 국무회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의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일하는 여성들이 임신과 육아를 계기로 일자리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확대하고 보육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는 "지원 방안이 일회성 대책에 머무르지 않도록 끊임없이 보완할 계획"이라면서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여성의 경력단절'이라는 용어가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성 고용 전문가들은 "여성 고용률을 정부가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력유지 정책과 함께 20대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해줄테니 남자도 한달은 육아휴직 쓰라는 신호"

우리나라 여성 고용의 특징은 출산과 육아를 거치는 30대 이후 경력단절 현상이 두드러지며 고용률이 급격히 하락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40대 이후 고용률이 다시 증가하지만 이는 생계형 하향 재취업의 결과로 비정규직 비중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성이 일단 출산 후 직장을 그만 둘 경우 그대로 고용률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지원제도 보완으로 여성 경력단절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자료에서 여성 고용률 향상을 국정과제 목표인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으로 꼽았다.

이날 나온 정책에서는 이런 정부의 의지가 뚜렷히 읽힌다. 기간은 늘리고 지원 금액은 높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육아휴직 제도다. 산모에 이어 배우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했을 때 지급되는 첫 달 지원 수준을 통상임금의 40%에서 100%로 올렸다. 상한액도 월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올랐다. 남성이 휴직할 수 있게 해서 육아 참여를 활성화하고 여성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다. 육아휴직의 법적인 명칭도 '부모육아휴직'으로 변경했다.

당초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100% 지원을 기획재정부가 반대해 적잖은 진통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전향적인 결정이라는 평이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지원해 줄테니 직장인 남성에게 최소한 한 달은 육아휴직을 쓰라는 사회적 신호를 보낸 셈"이라면서 "이게 실제로 남성의 육아 참여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제도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이전에 비해 조건이 대폭 개선됐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란 여성 직장인이 육아휴직을 하는 대신 주 15~30시간 근무하고 줄어든 근무시간에 비례하는 육아휴직 급여를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받는 내용이다. 원래는 월 급여 상한액이 62만 원 정도에 그쳐 육아휴직에 비해 불리해 거의 사용되지 않던 제도다. 지난해 이 제도를 이용한 사람은 736명에 불과했다.

바뀐 제도에서는 단축근무 기간과 급여가 늘어났다. 여성이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 단축을 선택하면 최장 2년 동안 일할 수 있으며 월 급여 역시 93만 7500원까지 받을 수 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육아휴직 사례들을 보면 아예 휴직을 한 경우 일터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식으로 근로시간 단축근무를 활성화 하면 그만큼 직장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성 고용률 안정적 신장 위해 20대 양질의 일자리 늘어야"

반면 보육지원책으로 내놓은 시간제 보육반 설치 제도는 의미와 실효성이 모두 떨어지는 내용으로 지목된다. 현재 모든 아동에게 전일제 무상보육이 실시되고 있는 마당에 부모들이 굳이 시간제 보육반을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

비정규직 육아휴직 지원책으로 나온 계속고용지원금 제도도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이 제도는 출산을 마친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계속고용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사업주가 육아휴직 전후로 계약이 끝나는 비정규직과 출산 후 15개월 이내에 근로계약을 연장하면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원금이 1년 이상 계약시 최고 240만 원, 무기계약시 최고 54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 약점이다. 비정규직을 운용하는 회사에서 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 장기계약을 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고용 전문가들은 정부가 여성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력단절 예방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20대 여성 고용률도 높여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력단절 예방책은 '고용 누수'를 막는 역할이고 여성 고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여가기 위해서는 20대 여성 고용률을 늘리는 '양방향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론적으로 여성 고용률 향상을 위해서는 두 가지 조치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0대 여성 고용률은 57.8%로 1%p 떨어졌다. 반면 50대와 60대 여성 고용률은 각각 1.4%p씩 올랐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50~60대 여성 고용률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비정규직 생계형 일자리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면서 "여성 고용률의 안정적인 신장을 위해서는 20대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공공부문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는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면서 "복지나 행정, 안전 같은 2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그:#일자리, #보육, #육아휴직, #육아, #여성 고용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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