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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나들이로 어디가 좋을지 고민하다가 템플스테이를 알아보게 되었다. 템플스테이하면 예불과 스님과 정숙한 분위기가 떠오르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같이 갈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망설이게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참가하게 된 전남 영암 도갑사 템플스테이는 "노는 게 제일 좋아!'란 컨셉으로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월출산을 배경으로 위치한 도갑사는 밝은 분위기에 재미있는 게임도 할 수 있는 건강테마의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관계자들의 말을 들으니, 이제 템플스테이가 정착한 지 10년이 넘어가고 각 사찰마다 특색에 맞는 브랜드를 갖추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참가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 사찰은 대부분 명승지에 위치한 데다가 불교라는 고유문화를 접할 수 있는 문화재산의 요충지인데, 가족, 친구, 동료 등의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템플스테이가 세계적인 문화재산이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노는게 제일좋아 도갑사 프로그램 팜플렛
▲ 도갑사 템플스테이 노는게 제일좋아 도갑사 프로그램 팜플렛
ⓒ 공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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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단위로 가기 때문에 우리는 전주에 들러 맛난 전주비빕밥도 먹고 천천히 영암으로 향했다. 서울에서부터 시작된 눈이 전라도로 접어들자 멈추고 이슬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영암으로 접어들자 날씨는 맑았고, 지금 영동지방에 큰 눈이 내리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평균 서울에서 영암까지 소요시간은 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중간에 구경하며 유유자적하며 오다보니 어느덧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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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암 오전 8시, 오전 10시30분, 오후 2시 40분, 오후 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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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에 반짝이는 탑아래 늦게 도착한 우리를 반겨주는 스님은 사찰의 예절을 안내해 주시면서 월출산과 도갑사의 역사를 설명해 주셨다. 산세가 빼어나고 풍광이 아름다워 옛부터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월출산, 호랑이가 앞발을 들고 포효하는 형상이라는 산자락 아래 위치한 도갑사는 해탈문(국보 제50호)과 마애여래좌상(국보 제144호), 석조여래좌상(보물 제89호), 문수 보현보살 사자코끼리상(보물 제1134호), 5층석탑(보물 제1433호), 대형석조, 그리고 도선수미비 등 많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유서 깊은 고찰이라고 하였다.

도갑사는 라말 헌강왕 6년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되었는데, 도선국사의 탄생전래는 흥미로웠다. 한 처녀가 통샘에서 빨래를 하다가 오이 하나가 관음천을 따라 떠내려오자 그것을 건져 먹었다. 그 후에 처녀가 아이를 배어서 낳게 되자 부모가 부끄럽게 여기고는 아이를 구림의 국사방위 위에 버렸다.

처녀가 가서 보니 비둘기가 내려와 아이에게 날래를 깔아주고 먹이를 갖다 주면서 기르고있었다. 그 부모들도 신기하게 여겨서 아이를 데려다 기르니 아주 영특하였다. 비둘기숲 즉 구림이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도 여기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설명을 들으며 오히려 도선국사의 성스러움을 이해하는듯 하였는데, 오히려 나는 궁금증이 일었다. ' 예수의 탄생설과 비슷하네? 사실일까? 아니면 그냥 성스럽게 하기 위해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일까?' 말똥말똥한 눈으로 순수하게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부러울 따름이였다.

5층석탑(보물 제1433호)
▲ 도갑사 5층석탑 5층석탑(보물 제1433호)
ⓒ 공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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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갑사 안내를 마치고 우리를 방으로 안내하였다. 우리가 오기 5시간 전부터 아궁이에 불을 지펴 놓았다고 하신다. 방에 들어가니 방바닥이 뜨거울 정도 였다. 정말 아이들과는 처음으로 아궁이에 불뗀 방에서 자게 되어 아이들에게는 생애 첫 경험과 나에게는 장거리 운전의 피로가 다 풀릴 것 같았다.

강의실로 이동하니 이미 여럿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을 깔깔 웃으며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도 중간에 끼어 아이들과 공을 주고 받으며 '퐁당퐁당' 노래도 부르다 보니 잊고 지냈던 동심으로 빠져들었다.

강의를 진행하시는 스님은 우리가 이렇게 공을 주고 받다보면 공을 놓치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맞추려고 노력하다보면 모두가 다툼없이 하나의 공을 갖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놀이를 통해 진정 건강하게 사는 비결을 말씀해 주셨다. 살다보면 우리는 내 기준에만 맞추려고 하고 왜 내 말대로 하지 않느냐고 싸우고 실망하게 되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한다면 좀더 평화롭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것 같았다.

참가자들이 볼수 있게 지갑에 넣을수 있는 크기로 코팅해 놓은
1박 2일 프로그램 시간표
▲ 노는게 제일 좋아 1박 2일 스케줄 참가자들이 볼수 있게 지갑에 넣을수 있는 크기로 코팅해 놓은 1박 2일 프로그램 시간표
ⓒ 공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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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차게 놀고 그리고 월출산의 기(氣)도 제대로 받는 기분이였다. 강의를 마치고 숙소로 가는길 유난히 빛나는 별빛이 아름다운 산사였다. 내일 아침 월출산 산행이 기다려졌다.


태그:#템플스테이, #도갑사, #월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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