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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보건소죠? 2월 10일부터 일본뇌염 생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고 하는데, 오늘 맞으러 가도 되나요?"

"생백신이요? 저희는 사백신은 가능한데, 생백신은 접종 안 하고 있거든요. 아마 위탁 의료기관에 전화해서 생백신 하는지 물어보고 맞으러 가셔야 할 겁니다."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 예방접종실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정부가 지난 10일부터 일본뇌염 생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 항목으로 추가 도입했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정작 보건소에서는 일본뇌염 생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에게 기자 신분을 밝히자, 당황한 듯 "아, 잠깐만요, 자세한 건 말할 수 없고 확인하고 연락드리겠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다른 구 보건소의 상황은 어떨까? 이번엔 용산구보건소로 전화를 걸었다. "일본뇌염 생백신을 맞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곳 관계자 역시 "보건소에서는 약품구비가 안됐고, 대신 병원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서대문구보건소 관계자도 "생백신 놓는 병원에 가서는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진구보건소 관계자는 "보통 정부기관에서 홍보가 먼저 나가면서 2월 10일부터 하는 것처럼 나온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생백신이 들어와 있진 않다"고 전했다.

기자가 내친김에 서울시 25개 자치구 보건소 전체에 전화를 돌렸더니, 강동구, 동대문구, 마포구, 구로구, 중구 보건소에서도 마찬가지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몇 시간에 걸쳐 확인한 결과, 서울시 25개 보건소 중 일본뇌염 생백신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곳은 9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4일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일곱 살배기 여자아이가 일본뇌염 사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일곱 살배기 여자아이가 일본뇌염 사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 이기태

어린이 국가필수예방접종 항목에 일본뇌염 생백신이 추가된 것은 지난 10일부터다. 정부는 어린이 국가필수예방접종 무료화 정책을 전면 도입하는 것과 동시에 일본뇌염 생백신을 필수항목에 추가했다.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이 같은 사실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전면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는 반면, 정작 일선에선 정책을 시행할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일본뇌염 생백신이 국가예방접종 항목에 추가로 포함되면서 국민들은 일본뇌염 사백신과 생백신 중 선택해서 접종을 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일본뇌염 생백신은 사백신과 달리 국가예방접종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아 국민들은 생백신 접종이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총 2회 접종에 드는 비용 전부(약 7만 원)를 내고 접종을 해야 했다.

지금까지 의료기관에서 국가예방접종 시 5000원을 본인 부담했던 제도도 이번에 전면 폐지됐다. 자체 예산을 마련해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었지만, 전 국민이 혜택을 받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 본인부담금 제도가 아예 폐지되면서 국민들은 사는 곳과 관계없이 전국 어디서나 국가예방접종 지정 의료기관(전국 7000여 곳)에서 무료로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정부는 대대적으로 홍보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www.mw.go.kr) 홍보 배너에 '어린이 국가예방접종 전면 무료시행!'과 함께 '2월 10일부터 일본뇌염 생백신 추가도입'을 넣어 홍보하고 있다. 지자체들도 이 두 가지 내용을 적극 알리는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민들은 일본뇌염 생백신을 맞으러 보건소를 찾기 전에 미리 전화부터 걸어야 하는 실정이다. 생백신을 접종하지 않고 있는 대부분의 보건소는 국민 요구를 파악해 구매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강동구보건소 관계자는 "구매계획은 있는데, 유효기간 같은 부분이 있어서 주민 요구도를 파악하고 난 뒤 백신을 구매하기 위해 상황을 보고 있다"며 "지정 의료기관에서는 생백신 접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민원이 들어오면 양해를 구하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보건소 여건에 따라 시행에 차이가 있는데, 현재 생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있는 보건소 대부분이 백신 구매를 요청한 상황"이라며 "(보건소 사정에 따라 시행 기간이 다르다는) 안내가 빠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접종이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는 과연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까.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일본뇌염 생백신을 보건소와 의료기관에서 바로 맞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동안 사백신만 지원했는데 생백신도 도입됐고, 올해 1월 1일부터는 국가예방접종이 무료"라고 답했다. 그러나 기자가 직접 파악한 현황을 전하자 "저희가 백신비를 지원하는 건데, 그 사안은 파악이 안 돼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10일부터 하도록 시스템 점검과 수급 관련해서 준비시켜놨었다, 지자체 사안까지 담당하고 있진 않아서 질병관리본부에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과 관계자는 "일본뇌염 생백신 무료접종을 처음 시행하면서 수요 등을 파악하는 부분 때문에 백신 구비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보건소들이 오랫동안 시간을 끌지 않고 백신을 구비하도록 서울시에 안내한 상황으로, 곧 국민들의 불편함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육아전문지 베이비뉴스(ibabynews.com)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일본뇌염 생백신#국가필수예방접종#국가예방접종#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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