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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해 12월의 어느 날, <오마이뉴스>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나에게 '2014년 2월 22일상'이라는 상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꽤나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서 어떤 분야에서도 상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던 나로서는 그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시상식 전날인 13일이 되었다. 떨리는 마음에 마침 걸린 감기를 핑계댈까도 생각했지만, 참석 못하면 대리수상자라도 있어야 한단다. 부랴부랴 컴퓨터를 켜고 <오마이뉴스> 사옥이 어디에 위치했으며, 그에 따른 교통편은 뭐가 있는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각종 정보 중 나의 눈길을 끈 것이 있었으니, 바로 시상식이 열리게 될 대회의실에서 '세계 시민기자 포럼' 등의 행사가 매년 개최된다는 소식이었다. '대(!)회의실', '세계..' 등의 문구는 나를 흥분시켰고, 미지의 공간에 대한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500석은 되는 규모에, 번듯한 강단, 그리고 그곳에 올라선 나의 모습까지도!

나는 평소 즐겨 입는 청바지를 포기하고, 옷장에서 나름(!) 가장 좋은 옷을 꺼내 입고 집을 나섰다. 7cm의 하이힐(?)을 신고 뒤뚱뒤뚱 걸으면서 말이다. 세계적 행사가 매년 열리는 곳에서의 시상식이라는데 이 정도의 수고로움이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일 아니겠는가.

드디어 도착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누리꿈스퀘어는 매우 번듯하게 잘생긴 건물이었다. 18층에 들어서니 두 분의 기자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멀리서 보아하니 조금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응원하러 오셨나요?"라고 묻는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들어서니 영락없이 그렇게 묻는다. 나이 많으면 수상이 아니라 축하하러 온 사람? 시민기자의 범위는 0세부터 99세가 아니었나요? (하하)

대회의실, 크기는 작았지만 시상식의 의의는 컸다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열린 창간 14주년 기념 및 2013 시민기자 시상식에 참가한 시민기자들이 수상을 마친 뒤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가수 김장훈(왼쪽 여섯번쨰)이 이탈리아에 있는 신수영 기자를 위해 대리수상을 하기 위해 참석했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과 김장훈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열린 창간 14주년 기념 및 2013 시민기자 시상식에 참가한 시민기자들이 수상을 마친 뒤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가수 김장훈(왼쪽 여섯번쨰)이 이탈리아에 있는 신수영 기자를 위해 대리수상을 하기 위해 참석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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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제닉상(?)을 위한 즉석사진을 찍은 후, 우여곡절 끝에 대회의실에 들어섰다. 그런데 아뿔싸! 나는 도대체 무엇을 상상했던 것일까? 저 멀리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던 강단이 바로 눈앞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한 150석 될까 말까 한 소박한 좌석들은 한마디로 '옹기종기'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그렇다. 나는 이 신문사가 <오마이뉴스>라는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다. 시민기자들과 10만인클럽의 후원자들로 소박하게 꾸려나가지만, 실리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신문사! 나는 실망감보다는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며 자리에 앉았다. 맨 앞사람부터 뒷사람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소박한 크기. 아늑하며 젊은 기운이 넘치는 작은(!) 대(?)회의실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상식이 시작되고, 많은 수상자들의 소감을 들으며 나는 조금 어깨가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기사를 위해 현장에서 발로 뛰어야 하는 이들, 기사의 내용으로 인해 수사까지 받았다는 시민기자, 수많은 연구를 통해 기사를 탄생 시킨다는 이들의 이야기. 그들에 비해 나의 기사 작성의 과정은 너무나 쉬운 것이 아닌가, 그리고 한 일에 비해 너무나 과도한 보상을 받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등의 생각은 내내 나를 짓눌렀다. 

그러한 나의 속마음과는 별개로 시상식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막을 내렸다. 진행자의 재치 넘치는 발언들, 간간이 터지는 실수, 감동적이면서도 개성적인 수상소감들, 직원들의 환호 소리는 시상식을 뜨겁게 달구었다. 연말의 각 방송사 시상식의 틀에 박힌 진행, 지루함과 어색함 등에 염증을 느끼던 나에게 <오마이뉴스>의 자유로운 시상식은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다. 

평범한 한사람의 시민기자, 그러나 사명감만은 누구 못지않아

시상식이 끝나고 조금이라도 안면이 있거나 서로의 이름이라도 알고 있던 분들과 인사를 나눈 후, 나는 축하 떡을 한 덩어리 들고 건물을 나섰다. 집 방향의 버스에 올라타고 한참 가서야 나는 뭔가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비포장도로로 터덜터덜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그곳은 은평구의 모 차고지(!)였다.

나는 중간에 내려 이전 정류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20분여를 되돌아 걸은 후 환승, 집으로 가는 제대로 된 버스에 올라탄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드디어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나의 멍청했던 행동에 왠지 히죽히죽 웃음이 나왔는데, 조금 전의 시상식은 꿈인 듯 아련했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평범한 한사람의 시민기자로 돌아왔다. 1년 남짓 기사를 썼고 그 결과 '2월 22일상'이라는 상을 받았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단지 자그마하고 예쁜 상패와 상금, 그리고 부드럽고 맛있는 떡이 눈앞에 있다는 것뿐.

나는 상패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귀하는 <오마이스타> 뉴스게릴라로 활동하면서 건강한 연예뉴스 확산에 함께 했습니다. 귀하가 쓴 소중한 기사들이 있었기에 <오마이뉴스-오마이스타>가 가능했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한없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이지만, 나는 정성을 다해 쓴 나의 글이 어쩌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떤 분야든, 개선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이 될 수 있다면 말이다. 그것은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음으로 가능한 얘기다.

오마이뉴스, 오마이스타와 나에게 동시에 파이팅을 보낸다

나는 기울어짐 없는 주고받음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의 수상소감은 '오마이뉴스가 나의 성장을 도왔듯, 나의 기사 또한 오마이뉴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였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다.

잉걸, 버금, 으뜸, 오름 등, 어떤 등급의 기사가 될지라도 신문사에 보탬이 되는 기사, 나는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많건 적건 그것에 따른 금전적 반대급부를 받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글쓰기의 재미와 보람 등을 덤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한 치도 기울어짐 없는 다짐을 해본다.

"오마이뉴스, 오마이스타, 그리고 나! 모두  파이팅!"


태그:#시상식, #오마이뉴스, #오마이스타, #2월22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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