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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이 내려진 지도 1년(2월 26일)이 다 되어 간다. 의료원을 둘러싼 수천만 원짜리 펜스와 출입통제 안내판 뒤로 하얀 건물은 오늘도 빼앗긴 간판과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폐업 353일째를 맞은 지난 14일, 진주의료원을 찾아 박석용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박 위원장은 경남도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한 지 157일째를 맞고 있었다.

박석용 진주의료원 노조위원장
 박석용 진주의료원 노조위원장
ⓒ 진주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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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무너뜨린 사람들 투표로 심판해야·..."

- 다가오는 2월 26일이면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 만 1년이 됩니다. 노숙 농성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강은 어떠신지?
"병원에 가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으로 당장 몸부터 추스리라는 의사의 말을 듣습니다. 일 년 동안 정상적인 생활이 못하다 보니 많이 안 좋아진 모양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하루라도 농성장과 시위현장을 떠나면 아마 마음에 병이 더 커질 겁니다."

- 1년 동안 재개원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현재 의료원의 해고자는 70명입니다. 경제적인 생활고로 힘들지 않겠습니까? 이제는 고통을 함께 나누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반드시 재개원을 통해 기쁨과 행복도 함께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 지난 2월 5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조의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구체 신청'을 각하 결정했습니다. 또한 경상남도는 노동조합 사무실 퇴거 명령서도 발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료원 자체가 폐업 상태이기 때문에 구제실익이 없어 각하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회나 정부도 재개원을 권고하고 시민들이 원하고 있는데 각하결정을 한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그것에 대해선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판결문이 나오면 경남도에서는 건물과 출입폐쇄, 단전단수하겠다고 하는데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의료원내 사무실이 없다고 싸움을 못하는 것은 아니니 잘 준비해야죠."

- 보건의료 노조의 발표에 따르면 진주의료원 청산비용으로 4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었습니다. 그 돈이면 폐업 전 진주의료원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 할 수 있는 정도 아닌가요?
"경남도는 그동안 폐업·청산을 위해 40억이 넘는 세금을 사용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명예퇴직수당·조기퇴직수당·휴업수당·해고수당 등 36억7662만 원, 폐업·청산·해산 절차 업무처리를 위한 임시채용직원 인건비 2억1240만 원 등입니다. 특히 진주의료원 펜스 설치비 8100만 원, 경비용역업체 계약 체결비용 4억9500만 원 등 추가비용을 포함하면 직접적인 비용만 45억~50억에 이릅니다. 이는 폐업이전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에 매년 지원한 금액의 3배가 넘습니다."

- 전방위적인 재개원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업처분 무효확인 소송'과 주민투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지난해 4월 진주의료원 환자·보호자대책위원회 14명이 홍준표 경남지사 등을 상대로 낸 '진주의료원 폐업처분 무효확인 소송'은 여전히 공판 진행중입니다. 안타깝게도 원고로 계셨던 어른들 중에는 돌아가신 분도 있습니다. 시민들 중 원고보조 신청, 공공의료 관련 증거자료 수집, 이사회 해산과정과 의회 날치기의 불법성을 계속 제기하고 있으며 오는 3월에 또 공판이 예정돼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주민투표가 이슈가 됐는데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불허해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12월 10일 시민단체가 홍준표 경남지사를 상대로 낸 '진주의료원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불교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홍 지사가 다시 항소함으로써 지방선거 60일 전인 4월 4일 이전엔 투표가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 상황입니다."

펜스로 둘러쳐진 경상남도 진주의료원
 펜스로 둘러쳐진 경상남도 진주의료원
ⓒ 진주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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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폐업 방관한 사람에 대한 심판 이뤄져야"

- 지난해 10월 23일 경상남도 도의회 야권모임인 민주개혁연대 의원 11명이 일명 '경상남도의료원 재개원 조례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조례안 상정시에는 경남도 소관부처인 복지보건국에서 비용추계를 내야 하는데 직무유기로 행안부 감사를 요구했음에도 갖은 핑계로 이를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례안 자체가 선언적 명시적일 때 비용추계 없이도 상정이 가능하지만 도의회 의장이나 상임위원장도 비용추계를 빌미로 상정을 미루고 있습니다. 의원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날치기한 조례를 뒤집는 조례에 부담을 갖고 있어 결국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방향이 결정된다고 봐야 합니다."

- 진주의료원 재개원 문제가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가 되고 선거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홍준표 현 지사를 제외한 모든 (예비)후보들이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공약하고 있습니다. 이번 지방 선거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공공기관이 정치인, 정치목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새누리당 쪽에서 재개원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박완수 예비후보는 직접 진주의료원을 방문해서 재개원 의사를 밝혔습니다. 물론 진정성보다는 홍준표 지사와의 공천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노조를 포함한 재개원을 위한 협의기구, 약속이행을 위한 정책협약 등 신뢰할 수 있는 후속조치가 없다면 그 말은 신뢰할 수도 없고 의미도 없는 얘기라고 봅니다.

박완수 후보가 공천을 받는다고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진주시장을 비롯해 적어도 진주의료원폐업에 동참하고 방관한 사람들에 대한 심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진주의료원의 재개원을 앞당기고 의료공공성을 회복하는 길입니다."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진주의료원 정문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진주의료원 정문
ⓒ 진주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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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6일 보건의료노조가 2014년 '진주의료원 재개원 총력 투쟁'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로 위원장님의 도의원 출마를 얘기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알리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조합이 선거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저의 도의원 출마 요구와 권유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대표를 뽑는 선거라는 원칙으로 보면 바른 선택은 아닌 듯하고 꾸준히 선거를 준비해 온 각 정당이나 정치인들에게도 예의가 아니지 싶습니다. 그래서 출마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선거를 통해 진주의료원 재개원의 약속을 받아 내고 시민들에게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알려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진주의료원 폐업이 전국적인 이슈가 될 만큼 큰 사건이었음에도 진주시민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의료원을 제2청사로 조속히 개청하라는 서명운동을 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원인은 무얼까요?
"공공의료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의료원이 너무 외곽에 위치한 것, 또 그동안 진주의료원의 의료의 질이나 서비스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 등도 시민들의 관심도를 떨어뜨리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옳고 그름이나 폐업에 관한 진실보다 지역민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입장이 우선시되고 있는 우리지역의 현실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민심에 언론방송을 통해 홍준표 지사와 경상남도가 왜곡한 일방적인 정보만을 지속적으로 접하게 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 진주의료원 폐업을 홍준표 지사의 개인적인 정치적인 야망뿐 아니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민영화와 연관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의료민영화 문제는 삼성을 위시한 재벌들의 요구와 맞물려 있습니다. 제조나 IT산업에서의 이윤창출은 이제 포화 상태로 그들은 새로운 사업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고 그것이 의료와 교육입니다. 그런데 의료와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가장 대표적인 공공재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죠. 그래서 천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체계는 크게 건강보험 의무가입제, 당연지정제, 영리 추구 금지라는 3가지 기본축이 있습니다. 그런데 영리법인의 허용과 진주의료원 같은 의료공공성의 훼손은 결국 민간보험이 건강보험체계를 대신하는 민영화의 길을 의미합니다. 대기업과 재벌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홍준표 지사가 모를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진주시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구경하더니 '건강생활실천센터'라는 주민센터에 간호사파견이라는 정책을 마치 공공의료의 대안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습니다. 의료원 재개원과 함께 진주시의 공공의료 전반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진주의료원 폐업을 계기로 많은 시민들이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진주의료원의 재개원과 함께 더 중요한 것은 우리지역의 전체적인 공공의료서비스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보건소의 기능강화와 보건지소 설립 등으로 주민밀착형 의료예방서비스, 의료원 같은 광역공공병원의 역할강화, 3차 의료기관과 협조체제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의료원 재개원과 함께 앞으로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지역건강위원회 같은 전체 공공의료체계를 고민하는 제도적 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진주의료원 재개원이 결정된다면 진주의료원은 어떤 병원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까요?
"먼저 유능하고 우수한 공공의료 마인드가 있는 원장과 의료진 구성이 필수입니다. 그리고 이사회나 경영에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공개적이고 투명한 병원이 되어야 합니다. 직원들도 그동안 뼈저린 고통의 시간을 겪은 만큼 과거의 반성과 함께 친절하고 헌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진정한 의료원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지역민의 신뢰가 바탕이 된 전국최고의 공공병원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http://jinjunews.tistory.com/



태그:#진주의료원, #공공의료, #박석용 진주의료원 노조위원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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