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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하다."

박석용(46)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이 진주의료원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담장 너머로 바라보며 내뱉은 말이다. 지난해 2월 26일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한지 1년째를 맞아, 박 지부장은 24일 오후 진주의료원을 찾았다.

현재 진주의료원 건물과 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 건물 바깥은 철재 펜스로 담장이 설치되어 있고, 경비원이 정문 앞을 지키고 있다. 건물 외벽에 크게 붙어 있던 '진주의료원' 간판도 없어졌다. '진주의료원 재개원 촉구 펼침막'이 내걸려 있어, 이곳이 진주의료원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할 정도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2월 26일)한 지 1년을 맞았는데, 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이 24일 진주의료원 정문 앞에서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2월 26일)한 지 1년을 맞았는데, 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이 24일 진주의료원 정문 앞에서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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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부장은 지난해 9월 11일부터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진주의료원 재개원 노숙농성'하다 간혹 이곳을 찾는다. 경남도청 정문 앞 노숙농성은 25일로 168일째.

진주의료원 정문 앞을 찾은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경남지사가 힘이 없고 나약한 사람한테 권력을 마음대로 휘둘러도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왜 하필 우리가 다니던 직장이 그 대상이 되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홍준표 지사가 야속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경남도청 정문 앞 쪽으로 옮겨 투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는 진주의료원 본관 건물 뒤편에 있는 호스피스병동을 사무실로 사용해 왔는데, 27일경 밖으로 나올 예정이다. 경남도가 보건의료노조 지부 사무실을 비워주지 않을 경우 단전·단수 조치를 하겠다고 압박한 것이다.

명예퇴직신청을 거부했던 조합원 70여명은 경남도를 상대로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해,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패소했다. 지난 4일 경남도는 '중노위'로부터 '각하 결정'을 받고, 사무실 퇴거를 요청했던 것.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2월 26일)한 지 1년을 맞았는데, 현재 진주의료원은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으며 바깥에 울타리를 해놓았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2월 26일)한 지 1년을 맞았는데, 현재 진주의료원은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으며 바깥에 울타리를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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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부장은 "사무실까지 내어주고 나온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며 "계속 있고 싶지만 노동위원회에서 우리가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경남도청 정문 앞 농성장으로 옮겨 투쟁을 계속하기로 했다. 박 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진주의료원 재개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진주의료원 사태, 지방선거 주요 쟁점 부상

진주의료원 사태는 경남지역 6․4 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남지사와 진주시장 선거에 나서는 몇몇 후보들은 "진주의료원을 살리겠다"며 첫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새누리당 경남지사 후보 경쟁하는 홍준표 지사와 박완수 전 창원시장은 진주의료원 문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박 전 시장은 예비후보 등록 뒤 지난 6일 첫 방문지로 진주를 찾아 "100년 역사의 진주의료원을 살리겠다"고 밝혔고, 그날 진주의료원 정문 앞으로 가서 박석용 지부장 등을 만나 격려하기도 했다.

박 예비후보는 "도지사에 당선되면 홍준표 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데 따른 서부경남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해 지금의 진주의료원 자리에 경남행복의료원을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홍 지사측은 "진주의료원 폐업은 이미 종결된 문제이고, 박완수 후보측이 도민 여론을 호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은 이미 과거"라며 "재개원은 절대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2월 26일)한 지 1년을 맞았는데, 현재 진주의료원은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으며 바깥에 울타리를 해놓았다. 사진은 경비실 쪽에서 바라본 현재의 진주의료원 건물 모습.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2월 26일)한 지 1년을 맞았는데, 현재 진주의료원은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으며 바깥에 울타리를 해놓았다. 사진은 경비실 쪽에서 바라본 현재의 진주의료원 건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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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통합진보당 강병기 경남지사 선거 예비후보는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홍준표 지사 취임 69일 만에 서부경남의 공공병원 진주의료원에 내려진 사형선고는 참으로 놀랍고 황당한 홍 지사의 살인적인 폭력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진주시장 선거에서도 진주의료원은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24일 통합진보당 강수동 진주시장 선거 예비후보는 "진주의료원은 진주시민의 재산이고, 1000억이 넘는 진주시민의 재산이 1년 가까이 방치되어 있다"며 "이번 진주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자는 진주의료원 폐업과 재개원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4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진주의료원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어 보인다.

진주의료원 사태 법적 문제는?

진주의료원 사태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법적 문제가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 '진주의료원 폐업처분 무효확인소송'과 '진주의료원 국정조사 관련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이다.

'진주의료원 폐업처분 무효확인소송'은 진주의료원 환자·가족과 '진주의료원 폐업철회 진주시민대책위' 등이 냈는데, 현재 창원지방법원 제1행정부에서 심리 중에 있다. 현재 증인 심문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원고 적격성'과 '폐업 처분 정당성' 등이 주요 쟁점이다.

'진주의료원 국정조사 관련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은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홍준표 지사는 "진주의료원은 국가 사무가 아니라 지방 사무이기에 국정조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지난해 6월 20일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던 것이다.

헌재는 심판청구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10월 30일 "1개월 내 진주의료원 재개원 방안 마련해 보고하라"는 내용의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를 채택했는데, 경남도는 헌재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국회 결정을 이행하지 않았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2월 26일)한 지 1년을 맞았는데, 현재 진주의료원은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으며 바깥에 울타리를 해놓았고, 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2월 26일)한 지 1년을 맞았는데, 현재 진주의료원은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으며 바깥에 울타리를 해놓았고, 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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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와 '의료공공성 확보와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경남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지난해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투쟁을 벌이면서 집회 등을 벌였는데, 집시법 위반 등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남도의회 야권 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는 지난해 '진주의료원 재개원 조례안'을 제출했는데, 집행부인 경남도가 '비용추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관련 조례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발표 1년이 되었지만, 진주의료원과 관련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고, 5월 29일 폐업했으며, 9월 25일 '청산 종결 등기'를 완료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2월 26일)한 지 1년을 맞았는데, 현재 진주의료원은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으며 바깥에 울타리를 해놓았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2월 26일)한 지 1년을 맞았는데, 현재 진주의료원은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으며 바깥에 울타리를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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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2월 26일)한 지 1년을 맞았는데, 현재 진주의료원은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으며 바깥에 울타리를 해놓았다. 사진은 진주의료원 앞 도로에 걸어 놓은 펼침막.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2월 26일)한 지 1년을 맞았는데, 현재 진주의료원은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으며 바깥에 울타리를 해놓았다. 사진은 진주의료원 앞 도로에 걸어 놓은 펼침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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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진주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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