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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과 프로필 사진을 도용한 트위터 음란계정.
 실명과 프로필 사진을 도용한 트위터 음란계정.
ⓒ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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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다. 넷세상도 넓고 사용자도 많다. 더 좁게는, 트위터 세상 역시 광활하고 미친 한국 사용자도 많다. 우리는 이미 국정원이 인터넷과 트위터 악성댓글을 사는 나라에서 살고 있지 않나. 지금부터 꺼낼 얘기는 이 트위터 상에서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소름끼치는 '음란계정' 경험담이다.     

"그 계정 봤어? '일베'지? '일베'하는 사람이 만든 거 아냐?"
"아, 저 그게 말이죠, 감독님. 그게 프로필 사진을 도용당한 건데요…."

지난 1월 <또 하나의 약속> 제작보고회 자리에서 만난 김태윤 감독의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휘둥그레졌다. 잊고 있었던 과오(?)가 까발려진 느낌이랄까. 그러다 보니, 내가 뭘 잘 못했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래, 난 잘못한 게 하나도 없지 않나.

지난해 11월 말인가 12월 초로 기억한다. 트위터로 내 이름을 검색했더니 버젓이 '변태 작가 하성태…'(지금은 기자로 바꿔놨다)로 시작하는 아이디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풀네임은 차마 옮겨 담을 수 없어 사진에서도 삭제했다).

이 사실은 트위터로 이야기를 자주 주고 받던 다른 '트(위터)친'(구)의 귀띔으로 자세히 알게 됐다. 이야기인 즉슨 이랬다. 자신에게 음란 멘션을 보내는 계정이 있었는데, 그 계정 주인이 아무래도 나에게 달라붙은 것 같다는 얘기였다. 차단도 해보고, 음란 계정으로 신고(트위터에 스팸 신고 기능이 존재한다)도 해봤으며, 경찰서를 찾아가 직접 신고까지 해 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현직 시의원도 속수무책인 음란계정,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트위터 악플러를 고소한 2PM 멤버 옥택연의 트위터 글.
 트위터 악플러를 고소한 2PM 멤버 옥택연의 트위터 글.
ⓒ 옥택연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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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이란 마음 속 외침과 함께 그렇다면 내가 취할 수 있는 액션이 별로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트친을 통해 같은 사용자로 추정되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버젓이 활동 중이지 않나. 경찰 측 설명은 이러했다. 트위터는 아이피 추적이 쉽지 않고 본사도 미국이라 그쪽에 계정 폭파를 의뢰하는 것이 빠르다는 것이다.

2차 '멘붕'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내 사진과 이름을 도용한 음란계정의 존재라니. 넓게 잡아 전세계 5억 명이 사용한다는 트위터 상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광경을 두 눈 뜨고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닌가.

1월 말인가, 그래서 일단 한꺼번에 대량으로 스팸신고를 하면 계정폭파가 가능하단 얘기를 듣고, 음란 계정이 생겼단 사실을 주위에 알리기로 했다(사실 그 전부터 몇몇 이들이 음란계정이 생겼다며 본인 맞냐고 문의를 해오기도 했다). 그 글은 하루 만에 수백 건의 리트윗이 됐고, 어쩌다 그런 일을 당했느냐며 스팸신고를 완료했다는 위로 글도 줄을 이었다.

헌데,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트위터는 요지부동이었고, 그 음란계정은 자신을 향한 관심을 20살 여자연예인에게 음란 글을 보내는 것으로 풀기까지 했다. 그 광경을 버젓이 보고도 어찌 할 수 없다니. 이때는 도리어, 진중권 교수의 강심장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자기 이름을 내건 음란계정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데도 아랑곳 않는 진중권 교수의 무관심함 말이다.

그러나 이 계정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이유는 개인적인 분노 차원이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2차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컸다. 실제로 이 계정은 자기가 내키는 순간에 내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용자들에게 그들의 트위터에 있는 사진을 퍼나르며 음란한 말을 건네고 있었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불쾌함과 수치심을 다른 여성 사용자들에게까지 널리 퍼트리고 있었다.

그러기를 또 한 달, 이번엔 같은 피해자로부터 귀띔이 왔다. 저 계정 배경화면에 자신의 사진을 도용당하고 음란 멘션을 받아 본 피해자였다. 대구 한 지역의 시의원으로 활동 중인 이분도 그러나 도리가 없어 보였다.

"저도 yourwifemine 계정 때문에 미치겠네요. 메인 사진에 제 얼굴 사용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 경찰서 가도 트위터라 못 찾는다, 트위터에 계정 신고하고 미국에 팩스 보내도 아직까지 그대로네요. 관할 경찰서 가서 협조 구하니 미국에서 운영되는 거라 안 된다고 하네요. 뒷배경이 저인데 메인사진이 woodyh98(필자주 : 내 트위터 아이디)님인가 보죠? 경찰서에 요즘 계정 만들면서 남 사진 사용하는 그런 사람이 많다고 하네요. 신경 많이 쓰이겠습니다.

처음엔 저한테 제 아내 어쩌고 아들 둘이 어쩌고 하길래 혹시 와이프 아는 사람인가 했어요. 근데 보니까 제 트위터 자기소개를 보고 이야기 해놓았더군요. 얼굴 보고 꼭 찾아내야겠다 했는데 저보다 더 걱정이십니다. 야누스의 두 얼굴인 거 같습니다. 제 지인도 트윗보고 연락오고 그러더라고요. 아무쪼록 그 계정이 사라지도록 노력해봅시다."

시의원도 어찌하지 못하는 이 음란계정, 일반인이 당하면 정말 속수무책이겠구나 싶었다. 사진은 도용 당하면 그만이다. 음란한 멘션 한두 번이야 욕 한 번 해주고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피해자들을 양산해 내는 이 계정,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음란계정, 미치도록 잡고 싶습니다

해킹 사례에 관해 설명한 이두희 프로그래머의 페이스북 글.
 해킹 사례에 관해 설명한 이두희 프로그래머의 페이스북 글.
ⓒ 이두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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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커 출신 이두희 프로그래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한 방송에서 자신이 마음먹고 해킹을 하면 순식간에 어떤 피해까지 입힐 수 있는지 실연을 했던 내용을 글로 옮긴 것이었다. 해킹이 비등한 예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웹세상에서 누군가가 앙심을 품고 피해를 입히려 든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생생하게 경험한 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좀 더 가까운 예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 '망치부인'의 피해 사례일 것이다. 국정원 직원으로 드러난 인터넷 아이디 '좌익효수'가 망치부인의 어린 딸에게까지 성폭력적인 댓글을 올렸던 사건 말이다. 이 국정원 직원은 지난해 10월 정치개입 금지에 대한 국정원법 위반, 협박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정신적 피해를 입을 대로 입은 피해자에겐 누가 보상을 해줄까.

트위터의 무용성까지 주장할 생각은 없다. 대선 전 한창 SNS의 해악을 거론하며 음란계정들을 예로 들었던 보수 언론이나 여당의 의견에 동조할 생각도 없다.

빤한 결론이지만, 결국 진보에 진보를 거듭하는 기술도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이에게 어떤 기술을 쥐어 주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현대사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거시적인 시선을 배제하더라도 개개인의 삶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킹이 그렇고, 국정원 댓글이 그랬으며, 트위터 음란계정도 마찬가지다. '미친놈들'이 쥔 기술은 결국 바이러스처럼 피해자를 양산한다. '변태기자 하성태'를 탄생시킨 것처럼.

그리하여 요즘은, "미치도록 잡고 싶었습니다"라던 <살인의 추억> 박두만 형사의 심정으로 살고 있다. 부디 2차 피해자들이 더 생기지 않도록(더 나아가서는 악플러들과 음란계정 사용자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yourwifemine' 계정의 주인이 조속히 잡히기를(최소한 계정을 없애고 사라지기를). SNS에서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자행한 악플러들을 고소했다는 2PM 멤버 택연을 응원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누군지 얼굴도 모르는 저 트위터 음란계정 사용자, 미치도록 잡고 싶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한장면
 영화 <살인의 추억>의 한장면
ⓒ 싸이더스F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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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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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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