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오전 10시 5분 경주행 기차를 탔다. 어제 간담회 여운이 밤 늦게까지 연장되면서 아침기상이 늦어진 데다 해운대 신역사가 아니라 해운대 해수욕장 근처의 구 해운대역으로 가는 바람에 그나마 시간을 다 까먹고 말았다. 결국 예전 해운대 기차역에서 서둘러 택시를 잡아타고 내리자 마자 달려가서야 거의 출발하려는 기차를 간신히 탈 수 있었다.
자리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월내역에 내렸다. 경주로 가기 전 이곳에서 고리 원전 주변을 둘러보고 고리 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에서 주민대표와의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되어 있다.
아침에 심상치 않던 날씨는 어느새 가는 빗줄기를 내리기 시작했다. 핵발전소 가는 길 곳곳에는 주민 이주대책 이행을 요구하는 현수막들이 많이 보였다. 뭔가 한수원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와 규탄의 내용인 듯했다.
핵발전소 가까이 갈수록 빗줄기도 점점 굵어지는 듯하다. 다른 지역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원전을 보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 돌아가는 길은 간담회 시간을 맞추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큰사진보기
|
| ▲ 집단이주 요구 현수막 한수원에 집단이주 약속이행을 요구하는 현수막 |
| ⓒ 환경정의 |
관련사진보기 |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건물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오늘 만나기로 했던 박갑용 주민대표가 미리와서 기다리다 반갑게 맞아 주었다. 원전 감시기구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명칭은 다르지만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에는 원전안전 감시를 위해 설치되어 있다.
기본적인 역할은 원전부지 내외부 공기나 토양, 빗물 등에 대한 환경방사능 분석과 농, 수산물 시료를 분석하는 것인데 지역에 따라 위원들의 구성이나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 한빛원전환경안전감시센터(영광)에는 다양한 지역대책위 및 시민단체 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나 고리원전감시기구에는 아직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하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고리원전민간감시기구는 해수,토양, 해조류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전사고에 대해 관계자를 불러 설명을 요청하는 등 좀 더 신속한 확인과 대처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핵발전소 가는 길에 봤던 현수막에 대해 어떤 내용인지 설명을 부탁했다.
박갑용 주민대표에 의하면 핵발전소 격납시설에서 700m 거리 안에는 주민이 거주해서는 안 되는데 현재 딱 700m 거리에 주민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있다고 한다. 한수원이 예전에 그곳 주민들에게 이주를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안 지키고 있어 주민대책위에서 현수막을 곳곳에 걸었다고 한다.
핵발전소의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방호대책과 관련해서 박갑용 대표는 상황전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개인별 대처나 지역의 재난시 위험을 피하기 위한 벙커시설과 같은 것이 기본적으로 필요하지만 그 상황이 제때에 신속하게 전파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박갑용 대표는 재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핵발전소주변의 벙커시설과 같은 피난시설은 국가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사선 방호는 바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핵발전소 주변 몇 군데가 아니라 핵발전소를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 기준을 두고 사방에 대피시설을 만들어야 하는데 개별 지자체가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위원회에 시민단체가 참여해야 한다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 안에서 역할이 제한되기는 하겠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생각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로서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경주로 이동해야할 시간 때문에 급한 마무리를 하고 고마움을 전했다.
큰사진보기
|
| ▲ 고리지역 주민대표와의 간담회 고리지역의 주민대표와 환경정의 활동가들의 간담회 |
| ⓒ 환경정의 |
관련사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