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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서양의 인문주의 사상인 르네상스 운동은 중세의 교조적 카톨릭 권위에서 벗어나면서 시작된다. 숨막히는 구도와 칙칙한 색으로 특정한 화가를 알 수 없는 중세의 그림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르네상스시대, 3대 화가 중 하나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푸마토 기법과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의 원근법의 발명으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예술작품으로서 미술이 가치를 빛내기 시작했다.

이것은 미술뿐만이 아니었다. 18세기엔 산업혁명이 일어나서 대량생산을 무기로 영국이 세상을 지배하더니 미국에서는 포드사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이른바 '포디즘'으로 알려진 자동차 양산체제를 창조하면서 19세기를 넘어 20세기를 질주한다.

'과거의 기업이 제품을 팔았다면, 미래의 기업은 비물질적인 경험을 판다'는 책에 대한 카피가 책의 내용을 대변한다. 일독을 권한다.
▲ <르네상스 소사이어티>표지 '과거의 기업이 제품을 팔았다면, 미래의 기업은 비물질적인 경험을 판다'는 책에 대한 카피가 책의 내용을 대변한다. 일독을 권한다.
ⓒ 내인생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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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가 상징하는 것은 인본주의다. 종교와 사제중심의 도그마에 찌들어 있던 사회에 사람중심의 사상이 활짝 펼쳐졌다는 것인데, 아직 21세기가 한창 진행중인 지금의 지구촌에 르네상스적인 다시 말하면 혁명적인 변화의 조짐을 예견하는 미래학자들이 자신들의 예견을 소개하는 책을 한 권 냈다. <르네상스 소사이어티, 롤프예센, 미카 알토넨 지음, 박종윤 옮김, 내인생의 책, 2014년 2월 15일>다.

현재까지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무한질주는 적어도 물질적으로는 풍족한 사회를 일궈냈다. 물질적으로 풍부해지면 그 다음은?

이에 대한 답을 추론할만한 근거로 메슬로우의 욕구 5단계를 참고할 만하다. 첫 번째 단계는 생리와 안전이다. 토고, 말리, 말라위, 니제르, 에티오피아 같은 나라들의 1인당 GDP는 약 700달러에 불과하다고 한다. 날마다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고 전기와 수돗물이 없다.

이 나라의 국민들이 이 욕구의 첫 단계에 해당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으로 안전, 사회적 소속감, 존경, 자아실현 등이 매슬로우가 밝힌 형편의 정도에 따른 욕구의 다섯 단계다. 그렇다면 다시 북아메리카와 유럽, 일본 등의 국민들이 욕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 조만간 우리나라의 국민들도 포함될 것이기에 답이 더욱 궁금하다.

물질사회에서 탈물질사회로

지금 서양은 행복의 척도로 더 이상 물질을 거론하지 않게 되었다. 특히,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 덴마크, 스웨덴, 호주, 캐나다, 핀란드 등은 물질에서 해방된 지 오래다. 그들이 가치롭게 생각하는 것은 예의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중 맨 꼭대기 단계인 자아실현일 것이다.

산업혁명 전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의 '인생은 더럽고 미개하고 짧았다'고 말했다고 한 것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오늘날 기준으로 보자면 당시는 세계 인구의 99%가 유엔이 정한 기준대비 가난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두 저자, 롤프와 미카는 물질이 지배하던 시대를 지나 탈물질화된 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고민은 '삶의 목표가 단지 더 큰 차를 소유하는 걸까? 돈 때문에 일하는 게 맞는 걸까? 자연과 환경에 대해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와 같은 질문들이 속물적인 고민을 대신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렇게 자아실현이나 공공선(公共善)을 추구하는 현상은 점차 우리 사회에서 커다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거다.

다시 GDP얘기로 돌아가보자. '일인당 GDP가 1만5천달러에서 2만달러를 넘으면 인간관계 즉 가족, 친구, 타인에 대한 신뢰가 크게 중요해진다'고 한다. 이쯤 되면 돈보다는 인간적인 신뢰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GDP 5만 달러에 육박하는 북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조세 부담률이 높아 높은 수준의 경제적 평등을 실현하고 있다는 사실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교육은 대부분 무료인데다가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시스템 또한 공고하다.

위계질서가 무너진다

저자는 '중세와 계몽주의시대를 거쳐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느린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 느리지만 확고한 움직임은 바로 권위의 붕괴다. 민주주의 사회가 뿌리를 내리고 독재정부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현상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결국, 시민사회가 권력의 중요한 축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비정부 기구의 수는 4만개, 여기에 국내에서만 활동하는 숫자까지 하면 수백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 안에서도 두드러진다. 수평적 구조가 일반적인 기업 조직의 모습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3D프린터, 클라우드 펀딩, 클라우드 캐스팅 등을 통해 소비자가 회사의 미래를 소유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전하면서 수평적 구조는 기업이 변화무쌍한 외부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말한다.

정신건강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성인 인구의 25%인 약 5천7백만 명이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신질환은 GDP가 증가함에 따라 같이 증가한다고 한다. OECD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다.

이젠 신체질환보다도 정신질환에 더 무게를 두고 보건의료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정신건강의 퇴행은 우리 몸이 마치 운전사 없는 차와 같은 상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외부에 보여지는 코리아보다 내실을 기하는 대한민국을 추구하는 것이 현명한 지도자가 할 일이다.

저자는 정신질환의 발병원인을 두 가지 소개한다. 첫째는 사람들의 관심으로 정신적인 병리현상을 병인 줄 몰랐다가 공론화 되면서 인지하게 된 상황을 이야기한다. 둘째는 현대인들의 생활방식을 꼽는다. 통신과 인터넷의 발달로 출퇴근의 경계가 없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회사나 집에서나 일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2020년대가 되면 정신질환이 의학의 새로운 개척지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저자는 이와 관련한 8개의 감성시장을 소개하는데, 이는 사랑(영화, 화장품, 대중음악 등), 전통과 의식(결혼 등), 자유(휴양산업 등), 돌봄(보건의료가 GDP의 10%를 차지), 현자의 대답(종교 등), 통제권(피트니스산업 등), 인정, 변화와 새로운 것 등이다.

르네상스 소사이어티에서의 가치변화의 추이

'조직의 위계구조가 평평해지고, 개인화가 가속화된다. 여성적 가치가 우세해지고, 타인과의 관계가 소중해지며, 모호함과 불확실성이 쉽게 받아들여진다. 자제보다는 자유가 대세가 된다.'

미래학자의 미래사회의 모습이다.

한 세기도 훨씬 전에 살다간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케인스는 이렇게 미래를 예언했다고 한다.

"그다지 머지 않은 미래에 인류역사상 가장 큰 격변이 일어날 것이다. 이것은 느닷없이 찾아오는 게 아니라 서서히 진행된다. …중략… 점점 더 많은 계층과 집단에서 경제적 궁핍이 해결될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보람있게 쓰는 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 들판의 백합처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웃을 수 있게,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가장 큰 존경을 받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물질이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갤럽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자녀 세대의 삶이 부모 세대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55%가 거의 또는 별로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린 미래가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는 조사다.

그래서 케인스가 언급한 물질이 풍족해졌을 경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사람(기업가들에겐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삶의 질 향상사' 정도가 되지 않을까 라고 저자는 말한다. 구체적인 직업으로는 예술가, 철학자, 영화제작자, 축구선수, 심리치료사 등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여기에 미용사, 선생님, 독서 지도자, 시인, 소설가 등을 더하고 싶다. '정치인과 은행가도 살아남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는데, 여기엔 동감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르네상스 소사이어티 - 개인이 1인기업이 되고 1인시장이 되는 전혀 새로운 세상

롤프 옌센 & 미카 알토넨 지음, 박종윤 감수, 36.5(2014)


태그:#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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