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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두번째로 건립된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이슬람성원
▲ 이슬람성원 한국에서 두번째로 건립된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이슬람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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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 전 세계 15억 명(추산) 이상 인구가 이 이름으로 유일신을 모시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무슬림 인구는 3만5천 명, 이슬람 부산성원에 등록된 한국인은 1700명. 세계 3대 종교인 이슬람교이지만 이 땅에서는 철저히 소수일 뿐이다. 소수자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는 이곳에서 이들은 어떻게 믿음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7일 부산 금정구 이슬람 부산성원을 찾았다. 이슬람교의 주일인 금요일, 오후 1시부터 합동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다. 200여 명의 무슬림들이 2층 예배당에 모여 합동예배에 임하고 있다.

허리는 숙이는  반절을 하면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 예배 허리는 숙이는 반절을 하면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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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눈에 비친 이들의 예배는 무척 엄숙하고 신비롭다. 허리를 숙이는 반 절에 이어 이마가 땅에 닿는 큰 절이 반복되는 의식이 무척 경건해 보인다. 입던 옷 그대로의 자유복장임에도 불구하고 그 몸짓에 진지함이 짙게 묻어난다. 아랍어로 진행되는 쿠란 낭송은 기다란 여운을 남기며 한동안 귓가를 맴돈다.

예배당 바닥의 카펫에 규칙적인 줄모양이 눈에 띈다. 이슬람의 중요사상인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예배 때 함께 발끝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슬람교의 특징은 계급이 없는 것이라고 이동하 한국이슬람교 부산지회장은 강조했다. 종교 지도자격으로 알려진 '이맘'이란 호칭 역시 '앞에 선 자'라는 의미로 예배를 인도할 뿐 직책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꽃, 나뭇잎, 쿠란 속의 글귀들로 장식된 성원내 천장모습
▲ 이슬람성원 천장 꽃, 나뭇잎, 쿠란 속의 글귀들로 장식된 성원내 천장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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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숭배를 금하기 위해 사람, 인물, 동물 모양의 형상을 금한다. 이에 따라 그림 대신 쿠란을 형상화한 글씨체와 각종 문양이 유난히 발달했다. 예배당내 이슬람식 세밀화와 쿠란의 글귀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알라는 유일신이라는 의미의 아랍어다. 하나님이나 하느님, 천주(天主)와 결국 같은 존재인 셈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이방인들과의 결혼은 금지하지만 유대교, 기독교, 가톨릭교와는 형제종교라 하여 결혼을 허용한다고 한다. 이슬람교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면 생소한 이야기다. 이슬람교와 기독교는 철천지원수 아니었던가?

1990년대 중반 '트루 라이즈'라는 영화를 보고 테러범으로 묘사된 많은 중동인들을 물리치는 당시 톱스타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응원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중세 십자군 전쟁을 그린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이교도와 싸우며 십자가를 지키는 '우리 편'을 응원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존 웨인 주연의 서부극에서 인디언들을 몰살시키는 기병대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던 기억이 겹쳐진다. 서구적인 주장에만 매몰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환경과 문화를 탓해 보지만 분명 부끄러운 기억이다.

이슬람 성원의 역사와 건물이 가진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 이동하 부산지회장 이슬람 성원의 역사와 건물이 가진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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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와 다른 문화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와 다른 문화를 가진 소수자들을 만나면 색안경을 꺼내드는 건 아닐까?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 율법을 설명하기보다 알레르기가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게 이동하 지회장의 전언이다. "무슬림이라는 말에 작은 선물과 함께 '회심한 무슬림 이야기'를 담은 책자를 받은 적 있다"는 말에는 실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다름'에 대해 적응하는 훈련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다름'에 대해 포용보다는 배척이 당연시되는 세태 속에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다른 이들이 소수라면 더욱더 밟아버리려는 근성을 탓하기보다 이를 고치려는 노력을 해오지 않았음을 탓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예언자 무함마드가 계시를 받아 쓴 책
▲ 쿠란 마지막 예언자 무함마드가 계시를 받아 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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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란에는 25명의 예언자가 있다고 한다. 아담이 첫 예언자이고 무함마드가 마지막 예언자라고 한다. 이들 25명이 한 예언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예언서라고 할 수 있는 구약과 신약을 경전으로 하는 종교들과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무슬림들은 성경을 경전으로 하는 이들 신앙인들을 '믿음의 형제'라고 한다는 것이 이동하 지회장의 설명이다.

같은 길을 다르게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로의 다름에 집착하지 말고 서로의 같음에 주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설교를 마치고 줄을 맞춰 '아멘'으로 화답하는 기도를 하는 무슬림들의 모습이 관찰자의 입장에서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태그:#이슬람, #무슬림, #이슬람사원,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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