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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라는 용어만큼 과대포장(?)돼 인식되는 용어도 드물 겁니다. '명상'하면 엄숙한 분위기, 고즈넉한 풍경, 가부좌를 틀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자세, 긴 침묵 등이 먼저 연상되며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행위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명상은 어떤 정형된 조건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순간순간을 온전하게 느끼는 그 자체가 명상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기 일쑤입니다. 눈은 펴놓은 책을 보고 있으면서 머리로는 다른 일들을 떠올립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지나간 일이나 다가올 일들을 떠올립니다. 조금만 집중하지 않으면 불쑥불쑥 연달아 떠오르는 잡다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어떤 율사(律師) 스님이 혜해 선사에게 와서 물었다.

"스님께서도 도를 닦을 때 특별한 노력을 들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어떤 노력을 하십니까?"
"배고프면 밥을 먹고, 고단하면 잠을 잡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 정도는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밥을 먹을 때도 밥만 먹지 않고 오만 가지 생각을 하고, 잠을 잘 때도 잠만 자지 않고 온갖 망상을 일으킵니다." -<스무 살의 명상책> 131쪽-

혜해 스님은 중국 명나라 때 아주 유명한 고승입니다. 그런 스님조차도 밥 먹을 때 밥 먹는 것만을 인식하는 걸 도 닦는 일이라고 했으니 지금 이 순간, 내가 여기서 하고 있는 어떤 행위에만 집중하며 오롯하게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명상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명상을 더 어렵게 하는 건 바로 '명상은 어렵고, 힘들고, 근엄하고, 특정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특정한 행위라고 생각하게 하는 과포장된 선입견'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학생 30명이 8주 동안 경험한 명상

<스무 살의 명상책>┃지은이 김정호┃펴낸곳 불광출판사┃2014.2.27┃1만 5000원
 <스무 살의 명상책>┃지은이 김정호┃펴낸곳 불광출판사┃2014.2.27┃1만 50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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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명상책>(지은이 김정호,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명상 초보자 대학생 30명과 함께 8주 동안 마음챙김 명상을 진행한 과정과 결과를 정리한 실사구시적 내용입니다. 진행방법, 진행을 하면서 대학생들이 느낀 소감, 대학생들이 명상을 통해서 체험한 효과 등을 임상적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책에서는 먼저 마음명상이 무엇인가를 정의해 줍니다. 그리고 호흡 마음챙김 명상, 몸 마음챙김 명상, 행위 마음챙김 명상, 요가 마음챙김 명상을 진행하며 명상에 필요한 자세, 방법, 주의하거나 주목해야 할 점등을 설명(안내)하고, 학생들이 명상을 통해서 체험한 효과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명상을 통해서 체득한 효과는 집중력 향상, 자각, 스트레스 해소, 피로해소, 긍정적 사고, 심리적 여유, 통증완화, 평온한 마음, 땀 조절은 물론 심지어 운동력 향상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우리는 운동을 통해 근력을 향상시킵니다. 물컹물컹한 근육일지라도 운동을 반복하면 점차 근육이 단단해지고 건강해집니다. 근육이 없을 때는 아무리 근육을 세우고 싶어도 서지 않지만 어느 정도 근육이 생긴 후에는 힘을 주면 근육이 불끈 세울 수 있습니다.

근육만 그런 게 아니라 마음도 그렇습니다. 마음도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마음만 먹으면 불끈불끈 세울 수 있는 근육처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유산소 운동이나 근력 운동이 육신을 튼튼하게 하는 운동이라면 명상은 마음의 근육을 세워주며 마음을 튼튼하게 해 줄 수 있는 운동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보다 효과적인 운동을 하려면 운동방법에 따른 효과와 보다 체계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교범서나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내 친구같은 또래, 내 아들 같고 조카 같은 대학생 30명이 체계적으로 체험한 명상 경험 코스이자 명상으로 얻은 효과를 정리한 결과여서 동떨어지게 읽히지 않습니다. 나도 할 수 있고, 나도 저런 효과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합니다. 

앞에서 연습한 마음챙김 명상은 호흡에서의 감각, 몸에서의 감각, 행위에 수반하는 감각 등으로 집중의 대상이 정해져 있었다. 우두커니 마음챙김 명상은 집중의 대상은 여전히 감각이지만 집중한 감각을 미리 정하지 않고 단지 깨어 있는 것에 더 초점을 둔다. 소리, 냄새, 모양, 색 등 어떤 감각이든지 욕구와 생각을 내려놓고 깨어서 바라본다. 말 그대로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우두커니 있는 것이다. - <스무 살의 명상책> 299쪽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명상은 결코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행위가 아니라 바로 이 순간, 내가 서있는 이 자리에서도 할 수 있는 보편적 마음운동이라는 걸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거라 생각됩니다. 무시로 찾아드는 잡다하고 번잡한 생각을 떨치며 순간순간을 오롯하게 인식하는 자체가 명상이라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두커니, 어쩌면 멍청하게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그 순간도 오로지 마음만 깨어 있다면 그 자체가 명상입니다. 명상이 무엇인가를 똑바로 알고 조금만  훈련하면 명상 초보자 대학생 30명이 8주 동안의 명상으로 이런저런 효과를 경험하듯이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명상, 명상의 길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스무 살의 명상책>┃지은이 김정호┃펴낸곳 불광출판사┃2014.2.27┃1만 5000원



스무 살의 명상책 - 심리학과 학생들의 마음챙김 명상 사용법

김정호 지음, 불광출판사(2014)


태그:#스무 살의 명상책, #불광출판사, #우두커니,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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