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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개울 위의 고사목으로 외나무다리, 뭇 짐승이나 벌레들의 길로 마지막 봉사를 하고 있다.
 개울 위의 고사목으로 외나무다리, 뭇 짐승이나 벌레들의 길로 마지막 봉사를 하고 있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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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것은 없다"

일찍이 부처님은 "영원한 것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야말로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듯이 모두가 세월과 더불어 다 사라진다. 영국의 대영박물관에는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품이 부서진 채 관광객의 눈길을 모으고, 남산팔각정에 세워진 이승만 대통령 동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실 이 세상에 있는 문화재들은 사라져야 새로운 문화가 창조된다. 문화만 그런 것이 아니고 살아있는 생명체도 그러하다. 살아 있는 생명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다음 생명체가 이 세상에서 활개치고 숨을 쉴 수가 있다.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곧 낡는다는 것으로 곧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다. 나는 올해 일흔에 이르는데 지금 죽는다 해도 조금도 억울치 않고 그동안 잘 살았다고 하늘에 감사드리고 싶다. 이제 남은 삶은 덤이라고 생각하며 이 세상을 위해 뭔가 조그마한 일이라도 이바지하며 살려는데 올 봄 따라 여기저기서 궂긴 소식을 잇달아 듣고 있다.

한 달 전에는 고교동창생이, 얼마 전에는 가까운 집안 어른이 세상을 뜨셨다는 소식에 전에 없이 비탄에 빠졌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지인 한 분이 큰 병으로 수술하셨다는 얘기에 남의 일이 아닌 바로 곧 내 일처럼 다가왔다.

이런 궂은 소식 속에 이 봄에 두어 가지 기쁜 소식이 내 삶의 의욕을 돋아주고 있다. 그 첫 번째 소식은 지난 2월 14일 오마이뉴스 창간 14주년 기념식장에서 지난해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장편소설 <어떤 약속>으로 특별상을 받은 일이다.

오마이뉴스 특별상 수상 장면(왼쪽 오연호 대표, 오른쪽 기자)
 오마이뉴스 특별상 수상 장면(왼쪽 오연호 대표, 오른쪽 기자)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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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념상패를 받으며 그날 수상소감과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더 열심히 쓰라고 늙은 말에게 주는 당근과 채찍으로 알겠습니다."
-지요하 기자 인터뷰 "주인공들의 섹스신, 두 번이나 보류됐죠"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에는 이 작품에 몰입했습니다."
-2.14. 수상식장에서 특별상을 받은 소감 인사말 


<길 위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큰 글자도서<길 위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큰 글자도서<길 위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 도서출판 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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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번째 소식은 도서출판 점자와 재계약을 맺은 일이다. 이태 전 그 점자 출판사에서 내가 쓴 <길 위에서 아버지를 만나다>라는 책을 점자와 큰 글자 도서로 펴낸 바 있었다.

그때는 출판사와 출판사끼리 계약 출판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점자 출판사에서 저자와 직접 계약하겠다고 하여 연락이 온 것이다.

사실 그동안 30여 권의 책을 펴낸 바 있는 나로서 이 출판에 유독 큰 기쁨을 갖는 것은 시각장애인들이 내 책을 읽는다는 데 대한 보람과 소명감 때문이다.

출판사에서는 일단 초판이 거의 다 소진되었기에 재판준비를 한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로, 흐린 눈으로 내 책을 읽으며 공감해 준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장애인들은 모두 다 불편하지만 특히 시각장애인의 불편함은 눈을 뜬 우리가 상상치 못할 일이다. 한밤중에 무슨 일에 열중하다가 정전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분들의 불편함을 이해할 것이다.

<로테르담에서 온 엽서>

그 세 번째 기쁨은 안양시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읽기 자원봉사자 주연희님이 지난 한 해 나의 저서 <로테르담에서 온 엽서>를 낭독 봉사한 것을 CD에 담아 보내주시면서 다음의 쪽지를 보냈다.

자원봉사자가 보낸 쪽지
 자원봉사자가 보낸 쪽지
ⓒ 주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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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CD는 시각장애인에게 들려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로,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기쁨을 주리라 믿는다. 그리하여 이 땅에서도 헬렌 켈러와 같은 인물이 탄생한다면 나는 이 다음 하늘에서 더욱 기뻐할 것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로테르담에서 온 엽서> CD
 시각장애인을 위한 <로테르담에서 온 엽서> CD
ⓒ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주연희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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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오마이뉴스>에서 내 기사를 읽은 어느 주부 독자가 이혼하려다가 내 글 때문에 생각을 바꿨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한 여성독자가 남자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고 나에게 세상이 싫다고 하소연하기에 사람이 사노라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게 인생이라는 답을 주었다. 그랬더니 그 답에, 죽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고 새 삶의 의욕을 얻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다.

나는 그때마다 한 가정을, 한 목숨을 구하는데 자그마한 끈이 된 것을 감사하고 보람으로 느꼈다.

나는 사는 날까지 건강이 허용하는 한 세상살이에 힘든 사람들의 작은 길 안내자가 되고 싶다. 마치 고사목이 마지막 임무로 개울에 걸쳐 뭇 짐승들의 외나무다리 역할을 하는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세대와 세대, 남과 북, 나아가 나라와 나라 간 가교를 놓는 징검다리나 외나무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나는 그 큰 욕심을 가지고 오늘도 '박도 글방'에서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태그:#큰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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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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