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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사자 유우성(전 서울시공무원)씨가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변, 민주법연,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 국민설명회'에 참석해 "백번 천번 물어도 저는 간첩이 아닙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 "백번 천번 물어도 저는 간첩이 아닙니다" 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사자 유우성(전 서울시공무원)씨가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변, 민주법연,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 국민설명회'에 참석해 "백번 천번 물어도 저는 간첩이 아닙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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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앞으로 다른 많은 일들이 밝혀질 텐데, 유우성씨를 왜 잡았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국정원이라는 기관 자체가 간첩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만 생존이 가능한 기관이기 때문에 (간첩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있다, 이게 바로 중요한 진실이고 엄중한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 최승호 <뉴스타파> PD

15일 오후 서울시 서린동 청계광장에서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과 참여연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당 국정원특위, 서기호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한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 설명회"가 열렸다.

'이 괴물을 어찌할 것인가'란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설명회에는 유씨의 변호인 김용민 변호사가 먼저 연단에 올라 사건의 정황을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 측이 유우성씨가 세 차례에 걸쳐 탈북자 개인정보를 북한에 넘겼다는 혐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출-입-입-입'으로 되어 있는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을 '출-입-출-입'으로 변조했다"면서 "이는 2006년 6월 유씨가 북에 들어가 간첩교육을 받았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검찰 측이 중국으로부터 발급받아 제출했다는 3건의 문서는 모두 위조됐다"며 허룽시 공안국과 공증처, 옌볜자치주공안국에 찾아가 발급 여부를 확인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 등장한 세 기관의 직원들은 모두 해당 문서를 발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 5일 허룽시 공안국에서 선양 총영사관으로 보낸 1번문서 발급사실 확인 공문의 발신번호는 공안국 번호가 아닌 선양시 쪽의 피싱사이트에 게재된 번호로 밝혀졌다"며 "보내는 사람이 팩스 발신번호를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증거를 조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의 사건 설명이 끝난 후 박주민 민변 사무차장의 사회로 간첩 조작 사건 당사자 유우성씨와 장경욱, 양승봉 변호사,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나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사자 유우성(전 서울시공무원)씨가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변, 민주법연,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 국민설명회'에 참석해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유씨는 "백번 천번 물어도 간첩은 아닙니다"라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 착찹한 표정의 유우성씨 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사자 유우성(전 서울시공무원)씨가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변, 민주법연,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 국민설명회'에 참석해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유씨는 "백번 천번 물어도 간첩은 아닙니다"라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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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사자 유우성(전 서울시공무원)씨가 참석한 가운데 민변, 민주법연,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 국민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국민설명회 개최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사자 유우성(전 서울시공무원)씨가 참석한 가운데 민변, 민주법연,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 국민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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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기사를 쓰면 한 사람을 죽인다는 것 제발 명심해 달라"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 설명하던 유우성씨는 이야기를 하는 내내 눈시울을 붉혔으며, 가끔 감정에 복받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유씨는 "백 번, 천 번 이야기해도 나는 간첩이 아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차라리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로 사는 것이 더 편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면서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하루 빨리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1시간 20분 만에 귀가한 것과 관련, "검찰 조사를 회피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유씨는 "검사 질문에 모두 대답했고 변호사들과 함께 200장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왔다"고 밝혔다. 또 유씨는 중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서 탈북자로 위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저희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북에서 태어났다"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지만 북에서는 자유롭지가 못해 작은 꿈을 지키고자 남한에 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언론이 나에 대해 왜곡된 뉴스를 내보낼 때마다 중국의 아버지와 동생이 울면서 전화를 해온다"면서 "사실을 쓰면 한 사람을 살리고, 왜곡된 기사를 쓰면 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을 제발 명심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장경욱 변호사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 사회는 국가보안법에 의해 지배되는 공포사회"라고 규정하고 "이런 공포체제에서 겁먹고 이의제기하지 못하는 상황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장 변호사는 또 "증거조작이 되고 날조가 되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아직도 유우성씨에 대해 의심하는 언론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양승봉 변호사는 "유우성씨가 기소된 후 3천 페이지에 달하는 공소기록에는 유씨가 간첩이라고 하는 25명의 진술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중 한두 사람에게 전화를 해보았을 뿐인데도 이 사건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면서 "(국정원은) 그 많은 증거와 그 많은 사람들을 동원했지만 진실을 아는 데는 많은 사람들의 말이 필요 없었다"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이 사건을 맡기 전까지는 국정원을 무서워 할 틈도,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하면서 국정원이 두렵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나같이 보수적인 사람까지 '이런 허무맹랑한 짓으로 한 사람을 죽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렇게 명백한 사건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고 밝혔다.

최승호 PD "한국사회가 얼마나 유령에 사로잡혀 있는 것인가 생각해야"

사건 초기부터 이 사건을 추적해온 최승호 PD는 "이 사건이 대한민국 법치의 수준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법치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PD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60년대, 70년대에도 조작간첩 사건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수 십 년 지나서 조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통치하고 있는 21세기에도 이런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한국사회가 유령에 사로잡혀 있는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정말 사심 없이 국정원과 검찰이라는 괴물을 국민들을 위해 개혁해야겠다는 진정성을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사건의 국가범죄적 성격분석'이란 제목의 미니 강의에 나선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우성씨 사건은 국가범죄적 성격을 갖는다"며 "가해자가 뭘 믿느냐가 범죄여부를 결정하는 마녀재판"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이 교수는 위조로 드러난 유씨 사건 관련 문서와 과거 간첩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누명을 씌우는 데 활용된 영사증명서에 관해 설명하면서 "영사증명서는 주문자가 원하는 내용으로 제작된 맞춤 문서이며, 영사증명서의 묘수는 '증명해야 할 것'을 '증명된 것'으로 둔갑시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오후 6시부터는 28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한 촛불집회가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책임자 처벌 ▲ 박근혜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했다.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시국회의 주최 '3.15부정선거 54주년,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특검 촉구 범국민촛불대회'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3.15부정선거 54년이 지났지만...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시국회의 주최 '3.15부정선거 54주년,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특검 촉구 범국민촛불대회'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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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정원, #간첩조작, #유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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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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