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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임기가 끝나는 2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이 17일 낮 과천정부청사 식당에서 열린 고별 간담회에서 출입기자단에게 감사패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재 위원장, 김충식 부위원장, 홍성규 위원, 양문석 위원, 김대희 위원.
 오는 25일 임기가 끝나는 2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이 17일 낮 과천정부청사 식당에서 열린 고별 간담회에서 출입기자단에게 감사패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재 위원장, 김충식 부위원장, 홍성규 위원, 양문석 위원, 김대희 위원.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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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이 기자들에게 대접받는 건 단군 이래 처음 아닌가."

17일 낮 과천정부청사 국무위원식당으로 이경재 위원장을 비롯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이 들어서자 요란한 박수가 쏟아졌다. 방통위 출입기자들이 오는 25일 퇴임을 앞둔 2기 위원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자리였다.

지난달 이 자리를 준비할 때만 해도 한두 위원은 '연임'이 유력했지만 모두 교체가 확정되면서 분위기는 한결 숙연했다. 이경재 위원장도 "순수하게 모임을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진짜 이별주가 돼 버렸다"면서 "미리 예측했나?"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야당에서 칭찬하면 불이익"... 이경재 '뼈 있는' 농담

'친박 정치인' 출신인 이 위원장은 누구보다 연임이 유력했지만 청와대가 지난 14일 최성준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낙점하면서 취임 1년 만에 하차를 확정했다.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3월 초 이미 교체를 예감했다고 밝힌 이 위원장은 이날도 "난 보다시피 밝고 화사하고 가벼운 마음"이라면서도 "아주 섭섭지 않다면 거짓말"이라고 퇴임을 앞둔 소회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33년간 방송통신계 숙제였던 KBS 수신료 문제를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국회로 넘겼고 보조금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할 법을 국회에 제출했다"면서 "후임 위원장이 훌륭한 인격을 갖고 있고 대법관 추천을 두 번이나 받을 정도로 실력있고 공정하고 원칙 있는 분이어서 새 방통위원들이 잘 처리해줄 걸로 믿는다"고 최성준 내정자를 잔뜩 추켜세웠다.

지난 2010년 이병기 전 위원 대신 들어와 2기 연임에 성공했던 양문석 위원은 "<오마이뉴스>에 야당에서 평가를 너무 좋게 받아서... (연임이 좌절됐다)라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위원장이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방통위를 이끌어왔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 '연임 좌절' 이경재 방통위원장 "야당 평가가 좋아서...")

이경재 위원장 역시 야당 추천인 김충식 부위원장이 자신을 추켜세우자 "야당에서 칭찬하면 불이익 받는다"는 뼈있는 농담으로 화답하기도 했다.

다만 양문석 위원은 "합의제는 얼마나 인내하고 합의하느냐 문제인데 적어도 통신 영역은 지체 없이 결정했지만 방송 영역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나름 빌고 무릎 꿇거나 사퇴와 삭발로라도 지키려고 했지만 첨예하게 부딪히는 부분은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고 철저하게 패배했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 관료 출신으로 야당 위원들과 사사건건 부딪혔던 김대희 상임위원은 이날도 "다음 기수는 정쟁보다 합리적인 토론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토론과 합의, 타협이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응수했다.  

방통위 출범 6년 만에 첫 '전원 교체'... "차관이 너무 많다"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 상임위원 관용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다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 상임위원 관용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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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 부위원장도 <동아일보> 입사 동기인 김재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17대 국회의원)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김 부위원장은 "그동안 여러분(기자)과 접촉이 적었던 게 가장 아쉽다"면서 "상임위원은 위원장도 모시는 입장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게 제한적이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부위원장 역시 방통위 내부에서도 신망이 두터워 민주당에서도 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지만 언론시민단체와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결국 3년 임기에 만족해야 했다. 김 부위원장은 자신의 연임을 공개 지지했던 양문석 위원에게 "'선대본부장'으로 실패한 걸 빼놓고는 다 좋았다"는 농담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밖에 민주당은 양문석 위원 자리에 고삼석 중앙대 교수를, 새누리당은 홍성규 위원 자리에 허원제 전 새누리당 의원을 각각 추천했다. 정부 몫인 김대희 위원 자리만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부 관료 출신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8년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합쳐 탄생한 방통위는 '이명박 멘토' 최시중 전 위원장 시절만 해도 '권력기관'으로 군림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미래부로 쪼개지며 위상과 예산이 크게 줄어들었다. 장차관급 상임위원 5인 체제는 그대로 유지돼 "예산에 비해 차관이 너무 많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올 정도지만 여야 정치권에서 중앙행정기관 차관급 관료를 배출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여서 줄대기 경쟁이 어느곳보다 치열하다.

그 결과 1기에서 2기로 넘어올 때 최시중 위원장과 양문석 위원 등 여야 한 명씩 연임하던 '관례'마저 깨지고 만 것이다. 자신을 추천한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고 올곧게 자리를 지키기에 6년은 너무 긴 셈이다.  

2기 위원들은 이날 오전에 열린 전체회의에서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의결로 3년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야당 위원들의 반대로 의결이 미뤄지면서 오는 19일 한 차례 더 회의를 열 예정이다.


태그:#방통위, #이경재, #김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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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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