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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페이스북 첫 화면. 이 공간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이 이루어진다.
 내 페이스북 첫 화면. 이 공간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이 이루어진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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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에 사시면서 페이스북 눈팅만 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경고. 제가 우리 집사람 이야기를 할 때 나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각색까지 해서 저희 집사람에게 이르는 짓 하지 마세요. 페북에 나서지도 못하면서 그게 뭡니까.

어느 날 페이스북(아래 페북)에 올린 내 글에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늘 가볍고 부담 없는 이야기를 올렸다. 그 때문일까, 고정 독자도 꽤 된다. 그런데 느닷없이 왜 이렇게 다소 위협적인(?) 글을 올려야 했을까.

가끔 아내가 "당신, 어디서 이런 말 한 적 있어?"라고 말할 때만 해도 "페북에서 했던 것 같은데, 그게 뭐 문제되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를 하곤 했다. '내가 페북에 올린 글 내용을 누가 집사람에게 일일이 알려주는 것 같은데, 그게 뭐 대수겠나'라고 생각했다.

"당신 이제 페북에 내 이야기 좀 그만 하지? 남들이 대놓고 뭐라고 하잖아. '마눌탱이'라는 표현은 또 뭐야?"

며칠 전 퇴근하자마자 아내는 몹시 흥분한 표정으로 따져 물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옮기다 보면 사무실 이야기, 집사람과의 대화 등 상황 그대로 리얼하게 옮기게 된다. 정감 있는 이야기도 있고, 코믹한 내용도 있다. 집사람과 관련한 글들은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마눌탱이는 집사람이 내게 한 '영감탱이'라고 한 말에 빗대 쓰는 표현이다. 여기서 파생된 '마눌님', '마눌'이란 표현도 있다. 역시 애정의 한 표현이란 생각이다. 그런 것들에 대해 일일이 아내에게 말하는(아내는 "고자질"이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이 있단다. 참고로 아내는 페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이야기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공무원 신분이면서 어떻게 그런 저속한(?)말을 할 수 있느냐' 등 '본인의 주관적 잣대'로 생각한 것을 더해서 아내에게 전하는 건 좀 아니다 싶었다.

"그 사람들이 누군지 말해줄래?"라는 내 말에 아내는 절대로 알려줄 수 없단다. 홧김에 아내가 한 말을 더듬어 보니 알 만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다 '눈팅'(자신의 글을 올리지는 않고 남의 글을 '흔적 없이' 보기만 하는 것)만 하는 사람들이다.

"페북에 내 얘기 좀 그만 해"... 누가 고자질한 거냐?

'마눌님과 이틀째 냉전 중'. 페북에서 오로지 눈팅만 하는 사람들. 내가 페북에 쓴 이야기를 아내에게 고자질 한 사람들을 가리켜 '개벼룩 같은 사람들'이란 표현을 했기 때문이다. '쥐벼룩'이라고 할껄.

화가 몹시 난 상황에서 페북에 올린 글이다. 과연 페북에 사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아내는 내 글이 그들의 뒷담화 중심에 있다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페북에 쓴 글 일부를 옮겨본다.

"들기름 사다 놓은 거 있냐?"
"들기름은 뭐하게?"
"명절 때 형님이 매일 아침 들기름 한 스푼씩 먹으면 노폐물이 빠진다고 했잖아."
"인간아~ 들기름을 드시지 마시고, 차라리 술을 끊어라."

지난 설에 형님께서 알려준 새로운 정보다. 형님께서 말할 땐 집에 돌아가면 마치 그렇게 해줄 것 같은 표정을 보이던 아내였다.

골이 띵하고 코가 맹맹하다. 조류독감인가? 마눌탱이한테 증세를 말하지도 못하겠다. (땅에) 묻어버릴까봐.

조류인플루엔자(AI)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에 쓴 글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란 걸 안다. '감기증세가 있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했다.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미터에서 1등 한 캐나다 선수. 어느 여인에게 달려가 입맞춤을 한다. "옆집 아줌마인가 보다!" 그랬더니 집사람은 "넌 1등 하면 옆집 아줌랑 뽀뽀하냐?"라고 한다.

난 집에서 아이들과 농담을 잘한다. 아내도 그렇고 아이들도 아빠를 마치 제 친구처럼 편하게 생각한다. 서슴없이 농담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난 그런 분위기가 좋다.

남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이런 것도 다 '꺼리'가 되나 보다. 그래서 글머리에 쓴 것처럼 '이건 아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페북 담벼락에 남긴 것이다. '공무원이 어쩌고, 처신이 어쩌고' 아내에게 친절(?)을 베푼 몇몇 분들. 페북엔 참 편리한 게 있다. '친구차단' 과 '친구끊기' 기능이다. 사실 이 사람들이 먼저 나한테 친구요청을 했었다. 그들과 친구를 끊고 나니 문득 "왜 나한테 친구신청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는 내가 페북을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진 않는다. "이런 일이 있다던데, 소개 좀 해주지" 하고 '선행을 베푼 사람들' 또는 '가슴 시릴 정도의 슬픈 이야기' 등 소재를 제공하기도 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알리는 데는 아내가 더 적극적이다.

"당신 스스로 바보스럽게 표현하면서까지 페북에 글 쓰는 건 반대야."

사실을 말하는 건 좋은데, 과장은 하지 말라는 거다. 남들에게 푼수로 보여서 좋을 게 뭐냐는 말이다. 페북 때문에 한 차례 냉전(?)을 겪고 난 뒤, 아내의 뜻을 전폭 수렴하기로 했다. 아내와 집 안에서 평소에 쓰는 '스바', '너' 등의 말도 그대로 옮기지 않기로 했다. '마눌탱이'란 표현 역시 '마눌님'으로 격상시키는 것으로 이 사건은 일단락 됐다.

이렇게 멋진 인연들이 있으니, 페북을 멈출 수 없어

모처럼 아내가 준비한 저녁을 먹었다. 반찬투정 하면 안 된다고 배워서 요리가 일품이라고 말했다. 결국 난 물 말아 먹었다. 딸은 간을 맞춰 먹고 아들은 배달시켜 먹었다. 요리한 아내 혼자만 맛있게 먹는다.

페북에서 만난 정예현씨는 CBS 아나운서다. 그의 글은 거침이 없다. 한번 올린 글에는 삽시간에 200여 건의 '좋아요'가 달린다. 그의 글 다수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다. 한참 읽다 보면 단순히 웃기는 글이 아닌, 그의 아내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담겨 있다.

"페북에 '아내 반죽하기'란 그룹을 만들었는데, 동참하실래요?"

며칠 전에 그는 내게 자신이 만든 그룹에 동참하라고 제안했다. 내 글 중 많은 부분이 아내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반죽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큰일일 것 같다는 생각에, 대답만 해놓고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페북 때문에 나보다 아내가 더 유명해졌다"고 말하는 그는 한 술 더 떠 아내와 관련한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낼 계획이란다.

우리 집안은 지체 높으신 관노 출신입니다. 백정도 몇 명 있습니다.

우호창씨는 병원장이다. 그 또한 페북을 통해 만났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가문자랑 좀 하겠다고 말했다. '참 따분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자신의 선조는 권위 있는 가문의 관노 출신이라고 말했다. 백정도 몇 명 있단다. 농담이란 건 한참 뒤에 알았다. 페북에서 자신이 열어 놓은 문의 크기만큼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김연아 선수 피겨스케이팅 보시라고 전화 드렸습니다."

지난달 어느 날 새벽 2시, 휴대폰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모르는 번호다. 전화를 받자 상대방은 자신이 '우호창'임을 밝혔다. 그러곤 김연아 선수 경기 보라고 전화를 했단다. 전날 내가 페북에 올린 '김연아 선수 경기 보기 위해 일찍 잔다'라는 글을 기억하고 있다가 꼭두새벽에 전화까지 해주는 친절을 베풀어준 그를 좋아한다.

제주의 전도사이신 조영순 님께서 전번 좀 알려달라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럴 땐 튕기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라봉 보내줄려고 그런다고. 괜히 딴 생각 했어. 우~ 쪽팔려.ㅋㅋㅋㅋ

조영순씨를 '제주의 전도사'라 표현한 적이 있다. 제주도정 뉴스를 쓰는 그녀는 표현력이 섬세하다. 몇 편의 글을 읽다보면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정도다. 그래서 그녀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한라봉을 보내려고 내게 전화번호를 물었단다. 택배를 보내려면 받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기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천의 특산품인 블루베리가 익거든 생과일 한 박스를 선물해야겠다.     

페북에 올린 아내 이야기
#1
"당신 나 이뻐?" "그러~엄~ 세상에서 젤 이쁘지." 하느님, 부처님 죄송합니다. 제가 낼 아침이라도 얻어먹으려고 마눌에게 뻥을 쳤습니다~.

#2
"세상에서 우리 딸이 제일 이쁘다"라고 말했더니 "그 다음엔?"이라고 말하며 쳐다보는 마눌에게 '전지현' 그랬더니 표정이 바뀐다. 솔직히 말했는데 왜?

#3
마눌이 TV 쇼핑몰 방송을 벌써 20분째 보고 있다. 한 삼일 뒤엔 저 화장품이 집으로 배달되어 있을 거다.

#4
"미역국 줄까? 카레 줄까?" 마눌님의 아침 뭘 먹겠냐는 질문에 '카레'라고 했습니다. 왜? 어제 봤거든요. 카레 남은 거. 이럴 때 눈치 없이 '미역국' 했다간 욕만 먹습니다.

#5
옛날 연애할 때 집사람이 내게 "키가 몇이세요?"라고 물었었다. 그래서 "1m80 조금 안 됩니다"라고 말했는데. 요새 그걸 가지고 따진다. 사실 170밖에 안 된다. 근데 조금이란 기준이 뭔데?

#6
케이블로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를 봤다. 대사 중 "사랑한다면 놓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나도 당신 사랑하는데 놓아줄까?" 했더니 "넌 나한테 10억 주고 놓아줘".

#7
마눌 사진을 전격 공개했더니, 나를 걱정해주는 페친은 한 분도 없고 '넌 이제 디졌다'라는 말투다.ㅋㅋㅋ 내겐 너무 훌륭한 페친 분들.ㅋㅋㅋ

#8
"당신 20년 정도 젊어지면 뭐 하고 싶어?" "글쎄~ 공부?" "난 당신 안 만났을 거 같아." 이런 스바~ 지가 날 꼬셔놓고선.

#9
"여보 우리 사이 좋~게 지내자~." "왜?" "부부는 전생의 원수지간이 만난대. 그러니까 다음에 안 만나려면." 모야, 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10
미열이 약간 있는 듯해서 빨리 퇴근했다. "감기인가?"라는 마눌님의 말에 "생리통 같아~"라고 했더니, "왜~ 요실금이라고 하지!"라고 말한다.

#11
"짠~ 나 어때?" 마눌님이 어제 사온 듯한 옷을 입고 내 앞에서 소감을 묻는다. "글쎄~ 뭐 홍콩의 라이터돌 밀수범 같은데." 쌩~ 갑자기 찬바람이 분다. 저녁 얻어먹긴 틀렸나? 오늘의 교훈 '솔직하면 오래 못 산다'.

#12
자신을 이기는 자를 위대하다고 하고, 마누라를 이기는 자는 졸라 위대하다고 한다. 또 마눌에게 줘터지지 않는 사람은 '노약자'라고 한다. 노련하고 약삭빠른 자.



태그:#페이스북, #페북,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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