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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파나이공정무역센터 의장인 로메오 카팔라씨가 지난 2007년 아이쿱(iCOOP)생협 관계자들과 만난자리에서 '좋은친구'라는 종이액자를 선물로 받고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로메오 의장은 지난 15일 필리핀 파나이섬 오톤시에서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고 숨을 거뒀다.
 필리핀 파나이공정무역센터 의장인 로메오 카팔라씨가 지난 2007년 아이쿱(iCOOP)생협 관계자들과 만난자리에서 '좋은친구'라는 종이액자를 선물로 받고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로메오 의장은 지난 15일 필리핀 파나이섬 오톤시에서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고 숨을 거뒀다.
ⓒ iCOOP소비자활동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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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낮 서울 용산구 이태원 주한 필리핀대사관 앞. 조그마한 탁자위에 국화꽃이 차곡차곡 쌓였다. 이어 60여 명의 평범한 여성들이 머리를 조아렸다. 그들 앞에는 '좋은친구'라고 씌여진 종이액자를 보고 웃고있는 평범한 남성의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그는 필리핀 파나이지역의 공정무역센터를 이끌었던 로메오 카팔라(65)씨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아이쿱(iCOOP)소비자활동연합회 소속 회원과 공정무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은 추모식을 마치고  촛불을 들었다. 그들의 요구는 '조속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과 '피에티씨(PFTC, 파나이공정무역센터) 탄압중단'이었다. 필리핀 대사관쪽에 항의서한도 전달했다.

그들은 왜 촛불을 들었을까. 필리핀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필리핀 언론과 공정무역 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6시30분께 필리핀 파나이섬 오톤시의 재래시장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오토바이를 탄 2~3명의 괴한들은 장모와 함께 물건을 사기 위해 길을 걷던 로메오씨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머리에 총상을 입은 로메오씨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곧장 숨을 거뒀다.

필리핀 공정무역의 대부, 로메오 카팔라씨... '정치적 암살' 논란

로메오 카팔라씨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파나이공정무역센터(PFTC)는 성명을 통해 "필리핀 군부에 의해 정치적 암살을 당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어 필리핀 시민사회와 인권단체 등도 일제히 "로메오 암살사건의 배후를 즉각 조사해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국제공정무역기구(WFTO)를 비롯한 해외공정무역 기구와 인권단체 등도 필리핀 정부를 상대로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인권운동가인 쉐이 컬린 신부는 "로메오는 필리핀에서 사회정의를 주창해왔으며, PFTC를 만들어 공정무역사업을 이끌어온 선구자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그가 공정무역으로 파나이 지역의 많은 노동자와 농민들이 빈곤과 가난을 벗어날 수 있게 해줬다"면서 "그는 필리핀 군부와 경찰 등에게는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다"고 강조했다.

PFTC쪽에 따르면 필리핀 군부는 실제 로메오 카팔라씨를 지난 2005년 반군 지원 혐의 등으로 체포해 구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로메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곧장 풀려났다. PFTC는 "현 필리핀 아키노 정권이래 정치적 살인 사건이 169건이나 발생했다"면서 "하지만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인권단체에선 올 들어서만 모두 11명의 정치적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등 필리핀 정부에 조속한 수사 요구

지난 26일 국내 공정무역 시민사회단체 등 회원 60여명은 주한필리핀대사관 앞에서 로메오 카팔라 의장 피살사건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지난 26일 국내 공정무역 시민사회단체 등 회원 60여명은 주한필리핀대사관 앞에서 로메오 카팔라 의장 피살사건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 iCOOP소비자활동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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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TC는 지난 1991년부터 파나이섬에서 바나나칩과 마스코바도설탕 등을 유럽과 아시아에 수출하고 있는 단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아이쿱(iCOOP)생협과 마스코바도설탕을 거래하고 있다.

권미옥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활동국장은 "로메오 의장은 필리핀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과 사회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분"이라며 "이번 사건은 그동안 필리핀 군부에서 해온 전형적인 '정치적 살인' 방식과 같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이는 사회정의를 위해 맞서 싸워 온 PFTC와 활동의 중심에 있던 로메오 의장에 대한 명백한 정치적 탄압이자 위협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현화 우리농업지킴이상조회장도 "로메오 의장을 직접 만나봤는데 매우 겸손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정 회장은 "그는 평화와 민주주의, 농민과 빈민들을 사랑한 사람이었다"면서 "자신에 대한 어떤 정치적 탄압도 이겨냈던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필리핀 군부 등은 자신들과의 연루설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이어 현지 경찰 등도 이번 사건과 배후 등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조사중"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iCOOP소비자활동연합회를 비롯해 국내 공정무역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인다. 또 국제 인권단체 등과 함께 필리핀 정부와 검찰을 상대로 항의서한 보내기 등을 벌일 예정이다.


태그:#공정무역, #로메오 카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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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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