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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박근혜 대통령은 28년 동안 법관 생활을 해온 최성준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제 3기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했다.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 되는 다양한 여론의 형성과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기관인 방송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최고 수장의 자리에 방송과 통신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운 법관 출신을 내정한 것이다.

이번 인사는 참으로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인사로,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최성준 후보자를 방통위원장에 내정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와 이용자 보호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같은 법률 제1조에는 이 법률의 제정 목적이 "방송과 통신의 융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즉, 방송통신위원회는 뉴 미디어시대에 방송과 통신의 융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하는 조직으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과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과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그리고 공익성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와 명확한 인식이 있는 사람이 위원장으로 임명되어야 한다.

판사 재직 시절 <한겨레> 압수수색 영장 발부

판사 출신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일 오전 국회 미방위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 도중 눈을 감고 있다.
▲ 눈 감은 최성준 방통위원장 후보 판사 출신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일 오전 국회 미방위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 도중 눈을 감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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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에 방통위원장 후보로 내정된 최성준 후보자는 28년 동안 오로지 법조계에서만 일한 그야말로 '법조인'이다. 방송과 통신과 관련된 어떠한 교육경력도, 이력도, 그리고 경험도 없는 법조인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방송과 통신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의 수장으로 내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다.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방송의 사회적 역할을 고려할 때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있는 인사가 방송정책을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최성준 후보자의 경우 방송정책이나 방송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없다.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그를 방통위원장에 내정한 것은 올바른 인사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최성준 후보자는 언론의 자유와 방송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일까? 먼저 그의 과거 행적을 통해 언론자유에 대한 그의 생각을 살펴보자.

최성준 후보자는 지난 1989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재직하던 중 당시 안기부가 요청한 한겨레신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공권력이 언론사를 압수수색 하도록 허가해 주었다.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 하는 언론사를 감시와 견제의 대상인 국가 권력기관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영장을 발부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는 행위로, 국가체제에 위협이 되는 사건이 아닌 이상 최소화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언론이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성준 후보자는 언론자유 침해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선뜻 영장을 발부해 언론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그의 인식 수준이 매우 낮음을 드러냈다.  

청문회 자리서 여당 의원 질책에 곧바로 태도 바꿔

더불어 지난 1일 진행된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방송정책과 관련된 최성준 후보자의 답변 내용을 보면, 그가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그리고 공익성에 대해 잘못된 이해와 인식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최 후보자는 지난번 정기국회에서 새누리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방송사에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국 편성위원회는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기구로 방송제작과 편성에 외부 권력기관과 경영진 등 내부 인사들의 간섭을 막고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따라서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구다.

그런데 최 후보자는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기구인 편성위원회의 설치 의무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방송의 공정성 확립'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최 후보자는 방송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독립적인 업무수행에 대한 의지가 의심되는 모습을 보였다. 최성준 후보자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묻자 "참된 공영방송을 위해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국회에서 논의해 좋은 결론을 내리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곧이어 새누리당 의원이 "지배구조 개선을 주로 주장한 건 야당이고 관련 법안을 제출한 대부분도 야당이라"면서 "야당 의원이 질의했을 때 동의한다고 하는 건 야당 주장과 제출 법안에 동의한다고 오해 받을 수 있다"고 질책하자, 곧 바로 태도를 바꿔 "그런 취지가 아니라 원론적으로 답변한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서면서 "일반론으로 방송 지배구조를 바로 잡는다는 것으로 알 뿐,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라고 여당에 코드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최 후보자의 모습은 어떠한 외부 압력으로부터도 방송의 공정성을 지켜내야 하는 방통위원장으로서 독립적인 업무수행 의지와 능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는 앞으로 정부와 여당에서 압력을 가하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전문성은 물론 소신과 의지도 부족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공정성 보장, 그리고 시민 중심의 통신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앞서 살펴 본 것처럼 최성준 후보자는 방송과 통신에 대한 전문성도 없고, 언론의 자유와 공정 방송에 대한 의식도 낮고, 외부의 간섭과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방송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소신과 의지도 부족한 인물이다. 방송통신위원장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라도 최성준 후보자의 방통위원장 내정을 철회하고 방송과 통신에 대한 전문성과 언론의 자유,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방송과 통신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을 새로 내정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태그:#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언론자유, #최진봉 , #방송의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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