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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2일 오전 LTE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10월 29일 보도자료 사진을 재활용한 사진을 배포했다. 기업들의 '자료 사진' 재활용이 드문 사례는 아니지만, 당일 LG유플러스에서 출시한 요금제에 맞춰 비슷한 요금제를 급조했다는 논란을 더 부추겼다.
▲ 어디서 봤다 싶더니... SK텔레콤이 2일 오전 LTE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10월 29일 보도자료 사진을 재활용한 사진을 배포했다. 기업들의 '자료 사진' 재활용이 드문 사례는 아니지만, 당일 LG유플러스에서 출시한 요금제에 맞춰 비슷한 요금제를 급조했다는 논란을 더 부추겼다.
ⓒ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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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3일 오후 3시 30분]

2일 LG유플러스(LGU+)를 시작으로 SK텔레콤(SKT)과 KT가 잇따라 'LTE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 부가세를 빼고 한 달에 8만 원만 내면 음성 통화와 문자뿐 아니라 데이터까지 추가 요금 없이 쓸 수 있는 말 그대로 '무제한 요금제'다. 다만 3개월 전부터 준비해 영업 재개를 앞두고 승부수를 던진 LGU+와 달리 경쟁사들은 급조한 티가 역력하다. 이통3사 요금제를 꼼꼼히 따져봤다.

음성-데이터 무제한? 진짜 '무제한' 맞나

먼저 몇 가지 짚고 넘어가자. 'LTE 무제한 요금제'가 처음 선보인 건 아니다. 이미 LGU+와 KT는 지난해 LTE 음성통화뿐 아니라 데이터까지 '무제한' 쓸 수 있는 요금제를 선보였다. 하지만 요금이 너무 비쌌다. KT '유선무선 완전무한 129' 요금제는 월 12만9천 원, LGU+ 'LTE 울티메이트 무한자유 124'는 월 12만 4천 원이었다. 24개월 약정 할인을 해도 10만 원이 넘어가나 한 달 통신요금이 수십 만 원씩 나오는 '헤비 유저'가 아니면 그림에 떡이었다. 참고로 3G의 경우 이통 3사 모두 월 5만2천 원 요금제부터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었다.

이동통신3사 LTE 무제한 요금제 비교
 이동통신3사 LTE 무제한 요금제 비교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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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선보인 요금제도 진짜 무제한은 아니다. 하루 데이터 사용량이 일정량을 넘어가면 속도를 제한한다. LGU+의 경우 하루 2GB를 넘어가면 3Mbps로 제한한다. 3G 평균 속도 수준이다. LGU+에선 모바일 TV나 HD급 음악 스트리밍을 듣기엔 무리 없는 속도라고는 하지만 최대 100Mbps(다운로드)를 넘나드는 LTE-A나 광대역 LTE에 비하면 정말 느리다.

SKT와 KT도 월 기본량을 넘으면 하루 2GB를 더 쓸 수 있지만 역시 초과하면 속도를 제한한다. 제한 속도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기존 '안심 옵션'의 경우 최대 400kbps다. 동영상 감상까진 어렵고 이메일 확인이나 웹 브라우징을 간신히 할 수 있는 속도다. 그나마 LGU+가 무제한 요금제 출시에 대비해 왔다는 증거다.

이상철 LGU+부회장은 2일 기자 간담회에서 "무한대 요금제가 상업적 이용이나 다른 목적에 악용돼 기존 이용자들이 쓰기 어려워지는 걸 막으려고 하루 2GB를 넘으면 속도를 제한한 것"이라면서 "3Mbps는 풀HD급 속도로 일반인이 야구 중계 보는 데도 지장이 없는 반면 타 사업자는 400kbps로 조절해 동영상은 거의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노트북PC나 태블릿에 무선공유기 대신 스마트폰을 연결해 쓰는 '테더링' 이용도 하루 2GB로 제한했다. 여러 단말기에 연결해 무선망을 무한정 쓰는 '기업' 수준의 헤비 유저를 막겠다는 의미지만 '무늬만 무제한'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월 6만 원대 무제한? 위약금 감안하면 '눈속임'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8만원대 LTE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하고 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8만원대 LTE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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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는 월 8만 원대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실질요금은 6만 원대라고 홍보한다. 바로 24개월 약정 할인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LGU+ 'LTE8 무한대 80'은 월 8만 원에서 1만8천 원을 할인해 6만2천 원, SKT 'LTE 전국민무한 75+안심옵션' 역시 8만 원에 1만8750원 할인해 6만1250원, KT '완전무한79'는 7만9천원에서 1만8천원 할인해 6만1000원이다.

이는 번호 이동이나 기기 변경을 하면서 24개월 이상 약정하는 가입자들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약정을 채우지 못하면 기간에 따라 많게는 수십만 원까지 위약금을 토해 내야 한다. 결국 약정 할인까지 포함한 요금은 일종의 눈속임인 셈이다.

LGU+는 여기에 24개월 이상 자사 가입자가 기기 변경하면서 무한대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매달 1만5000원을 추가 할인하는 '대박 기변'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당분간 번호 이동이나 기기 변경 계획이 없는 가입자들에겐 그림에 떡이다. 일부 요금제 전환 수요도 있을 수 있지만, 약정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기본료가 더 싼 요금제로 옮길 경우 약정 요금 할인액이 줄어들 수 있다.

12만 원 내나 8만 원 내나 '무제한'... 고가 요금제 '역차별'

그에 비해 SKT는 기존 전국민무한 75+안심옵션, 85, 100 가입자도 별도 절차 없이 자동 적용되는 이점이 있다. '무제한 데이터'가 적용되면서 월 8만 5천 원이나 10만 원 내던 가입자들도 8만 원짜리로 내려올 유인이 생기게 된다.

KT '완전무한79' 요금제도 예정대로 7일 출시되면 기존 '완전무한 129' 가입자들은 앉아서 5만 원 손해를 보는 셈이다. 물론 기본 제공량은 각각 10GB, 25GB로 차이가 있지만 어차피 기본 제공량 초과시 하루 2GB까지 추가되는 걸 감안하면 굳이 5만 원 비싼 129요금제를 쓸 필요가 없다. 고가 요금제 가입자들에겐 '역차별'이 발생하는 셈이다.

어쨌든 음성이나 데이터 사용량 초과로 매달 통신 요금이 10만 원 넘게 나오는 이용자들에겐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월 5~6만 원대 가입자들이 굳이 몇 만 원 추가해 가며 무제한으로 갈아탈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실제 음성이나 데이터 무제한이 필요한 가입자는 제한적이다. 통신업계에선 매달 10만 원 이상 쓰는 헤비 유저는 전체 가입자 5% 수준으로 보고 있다. 실제 SKT에서 밝힌 75+ 이상 완전무한 요금제 가입자도 100만여 명으로, 전체 2700만 명에 비하면 3~4%에 불과하다. 결국 이번 LTE 무제한 요금제는 '상위 5%' 우량 가입자들을 끌어가려는 통신사들의 '러브콜'인 셈이다.


태그:#LTE 무제한, #LG유플러스, #KT, #S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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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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