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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투어 버스를 타게 된 사연

삿포로 시티투어 버스
 삿포로 시티투어 버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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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으며 같은 조에 있던 동서지간의 두 여성으로부터 삿포로 시티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일 하루는 자유여행인데, 그들은 겨울 삿포로 1일 시티투어 코스를 돌 예정이라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오전 8시 30분에 삿포로역을 출발해 오후 5시 40분에 삿포로역으로 돌아오도록 되어 있다. 중간에 시로이 고이비토 파크(白色戀人公園), 오쿠라야마(大倉山) 점프경기장, 히츠지가오카(羊之丘) 전망대, 모이와야마(藻岩山) 로프웨이, 삿포로 맥주박물관 등을 보고 체험하는 코스다. 요금은 5,700¥이다.

나는 자료를 통해 삿포로 시티투어 코스가 여럿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코스가 9가지나 되었다. 반나절 코스, 한나절 코스, 전일 코스로 나눠지고, 요금도 반나절은 2,000-3,000¥, 한나절은 5,000-6,000¥, 전일은 10,000¥ 내외였다.

그래서 나는 한나절 코스로 5,400¥ 하는 역사탐방 코스를 돌기로 했다. 이 코스는 오전 8시 55분 삿포로역을 출발, 삿포로시 자료관, 홋카이도 개척마을, 히츠지가오카 전망대, 삿포로 맥주박물관을 거쳐 삿포로 역에 4시55분에 도착하도록 되어 있다.

삿포로 역전. 동상 뒤로 보이는 ESTA 빌딩에서 시티투어 버스가 출발한다.
 삿포로 역전. 동상 뒤로 보이는 ESTA 빌딩에서 시티투어 버스가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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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아내와 나는 지하철을 타고 삿포로역 앞 시티투어 버스 출발지로 갔다. 그곳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여럿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사람이 없어 역사탐방 코스가 취소되었단다.

시간이 많지 않아 아내와 나는 우선 반나절 코스를 돌기로 한다. 2층 버스를 타고 홋카이도 신궁, 시로이 고이비토 파크, 중앙 도매시장을 도는 코스다. 오전 9시에 출발해서 오후 1시 15분에 돌아오도록 되어 있다. 요금은 2,400¥이다. 이 코스는 한국어 안내방송이 나온다.  

눈과 삼나무 가득한 홋카이도 진구

버스를 타니 관광객이 15명 정도 된다. 일본팀이 가장 많고, 한국팀이 둘, 유럽팀이 하나 있다. 차는 시내 오도리 공원을 지나 북서쪽으로 가더니 9시 35분에 홋카이도 진구(神宮)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내리니 삼나무와 벚나무 사이로 하얀 눈이 잔뜩 쌓여 있다. 이곳에서 우리에게 30분이 주어진다. 그동안 신궁을 구경하고 나오면 된다. 신궁은 마루야마(円山) 자락에 위치한다. 제2도리이에서 참도를 따라 가면 그 끝에 본전(本殿)이 있다.

홋카이도 신궁 본전
 홋카이도 신궁 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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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신궁이 처음 생긴 것은 1869년 9월이다. 그리고 신궁이 현재의 자리로 옮겨온 것은 1871년 9월이다. 이곳에는 개척 3신과 메이지 천왕이 모셔져 있다. 매월 4번 월차제(月次祭)를 지내고, 절기 또는 기념일에 10여 회 제를 올린다. 이곳에는 또한 홋카이도를 개척하는데 공이 큰 판관 시마 요시다케(島義勇)의 동상이 있고, 개척공로자를 기리는 가이다쿠(開拓) 신사가 있다. 

신궁으로 들어가기 전 왼쪽 샘에서 손을 씻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곳을 지나 신문(神門)으로 들어서니 앞으로 본전이 보인다. 일본 사람들은 오른쪽 경양관(慶陽館)을 지나 기도자 대합실인 공전(控殿)으로 간다. 그리고 기도전을 거쳐 본전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우리는 기도를 할 일이 없어 경양관 앞의 에마(繪馬) 걸이와 결혼식 소원지 꽂이를 잠시 살펴본다. 에마는 감사와 기원의 표시로 신사에 봉납하는 말 그림 액자를 말한다.

홋카이도 신궁의 너구리
 홋카이도 신궁의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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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합격을 기원하는 내용이 가장 많다. 소원지는 하얀 종이에 검은 글씨로 결혼의 축복과 소망을 표현했다. 나는 본전으로 가 안을 잠깐 들여다보고는 계단을 내려온다. 떨어지는 눈을 조심하라는 안내판도 보인다. 이곳에서 앞쪽 신문 쪽을 살펴보고는 동문 쪽으로 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는 너구리를 만난다. 두 마리가 눈이 녹은 물을 먹고 있다.

이곳 홋카이도 신궁 지역이 작은 동물의 낙원이라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이곳 마루야마 지역에는 직박구리, 오목눈이, 곤줄박이 등 인가 가까운 곳에 사는 새는 물론이고, 오색 딱다구리, 황금새 같은 희귀 조류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람쥐, 청설모는 물론이고, 북방 여우까지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이들 동물이 살 수 있도록 주목, 삼나무 등 침엽수와 참나무, 벚나무 등 활엽수가 심어져 있다.

시로이 고이비토 파크는 뭐야?

시로이 고이비토 파크의 상징 시계탑
 시로이 고이비토 파크의 상징 시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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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진구를 떠난 버스는 오전 10시 15분쯤 시로이 고이비토 파크에 도착한다. 시로이 고이비토는 홋카이도의 명물 과자 이름이다. 이곳 시로이 고이비토 공장에서는 초콜릿, 사탕, 캔디, 쿠키 등 연인들이 좋아하는 과자가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공장 주변으로 정원인 로즈가든, 전시 및 체험관인 튜더하우스, 컬렉션 하우스, 레스토랑 등이 있다. 우리는 이 중 로즈가든, 태엽시계탑, 초콜릿 팩토리, 튜더하우스를 돌아볼 예정이다. 이들을 보는 데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이다.

나와 아내는 튜더하우스를 지나 로즈가든 쪽으로 간다. 그런데 튜더하우스 건물 밖으로 벽을 타고 오르는 요리사들의 조소 작품이 보인다. 겨울이라 로즈가든에 장미는 없고 눈사람과 인공조형물이 있다. 그리고 추운 지방답게 침엽수와 자작나무가 있다. 로즈가든은 전체적으로 동화나라 분위기가 난다. 길은 가든을 지나 태엽시계탑 앞으로 이어진다. 시계탑은 시로이 고이비토 파크의 상징이다.

오로라 샘물
 오로라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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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계탑이 있는 건물 앙트르포(Entrepot)관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오로라 샘물이 나타난다. 영국의 로얄 덜튼(Royal Doulton)사에서 1870년 만든 분수로, 겉에 도자기가 붙어 있어 상당히 화려하다. 그리고 위쪽 수반에서 물이 분수되어 흘러내린다. 은은한 조명까지 있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음으로 우리는 공장의 제조라인을 따라가며 과자 만드는 모습을 살펴본다. 쿠키도 만들고, 초코릿도 만들고, 사탕도 만든다.

그리고 초콜릿컵 컬렉션을 보고, 상품 판매점을 지나 튜더하우스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축음기 전시관(Gramophone Gallery)을 들러 본다. 강릉에 있는 참소리박물관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곳의 전시 패널을 보니 축음기는 1877년 처음 만들어졌다. 2년 후인 1879년 축음기가 일본에 소개되었고, 1886년에 원통식 축음기가 개발되었다. 1887년 원반형 축음기가 개발되고 SP(Standard Playing) 방식이 나오면서 축음기의 수준이 높아지게 되었다.

축음기 전시관
 축음기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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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에는 전기축음기가 개발되고, LP 방식이 도입되었다. 이때부터 축음기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 이곳에 전시된 축음기들은 모두 역사가 있고 사연이 있는 것들이었다. 1880년대 축음기부터 1950년대 축음기까지 전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관의 축음기는 소리도 중요하지만 조형미와 개성도 무시할 수 없다. 나팔꽃 모양의 스피커를 가진 황금색과 연두색 축음기가 인상적이다. 

축음기 전시관을 지나면 옛 장난감관이 나온다. 이곳에는 메이지 시대부터 쇼와 시대까지 장난감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의 장난감은 수제품도 있고, 대량생산품도 있다. 수제품으로는 메이지 시대 관람차, 다이쇼 시대 비행탑 등이 눈에 띈다. 대량생산품으로는 자동차, 기차, 비행기 같은 탈 것과 아톰, 로봇 같은 만화 캐릭터들이 있다. 장남감관 옆에는 1950년대 일본인들의 생활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캔디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직원들
 캔디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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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보고 우리는 1층으로 내려간다. 1층에는 휴게소와 캔디 라보(Candy Labo)가 있다. 휴게소에는 모나리자, 베토벤, 피노키오상이 의자에 앉아있다. 의자 옆자리가 비어 있어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캔디 라보는 사탕과 캔디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연장이다. 엿처럼 큰 덩어리를 지속적으로 꼬아 끈기를 높인 다음 이것을 잘라 사탕을 만든다. 사탕에는 아름다운 색상을 넣어 시각적으로도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한다. 이곳에서는 사탕을 시식하고 구입할 수도 있다.   

시장의 모습도 살펴보고

어류시장
 어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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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정도 여유 있게 시로이 고이비토 파크를 구경한 우리는 11시 20분에 다음 행선지인 중앙시장으로 향한다. 중앙시장은 삿포로 북서쪽 소엔(桑園)역 근처에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시장 구경도 하고 점심도 먹은 다음 오후 1시까지 버스로 돌아오면 된다. 이곳은 중앙시장이라고도 부르고, 장외시장이라고 부른다. 이곳은 홋카이도 근해에서 잡히는 어류를 주로 팔고 있었다. 게와 가재가 많고, 어패류, 생선도 보였다.

그리고 싱싱한 연어알이 눈에 띄었다. 가격은 1,000¥에서 10,000¥까지 다양했다. 우리는 이들 시장을 한 바퀴 돌며 눈요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을 살 수도 없고, 산다고 해도 해먹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옥수수와 과일을 사서 맛을 보는 정도로 만족했다. 그런데 옥수수는 냉동시킨 것을 다시 쪄서 그런지 맛이 덜 했다. 과일도 남쪽 지방에서 올라온 것이라 선도가 떨어졌다.

삿포로 문화센터
 삿포로 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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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구경한 우리는 시장 안에 있는 해산물 식당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기로 한다. 입구에 차려진 견본을 보니 생선회, 된장국과 밥으로 이루어진 세트 메뉴가 괜찮을 것 같다. 가격도 1,500¥ 정도로 비싸지 않은 편이다. 아내와 나는 내용물이 약간 다른 두 가지 세트를 시켜 나눠먹었다. 밥과 생선회가 특히 맛이 있다. 이들을 먹고 난 우리는 시간에 맞춰 버스로 돌아간다.

버스는 1시에 시장을 출발한다. 15분 후 시티투어 버스는 아침에 출발했던 삿포로 역전으로 돌아간다. 중간에 차창으로 삿포로 문화센터와 시계탑을 볼 수 있다. 나는 이번 시티투어 버스를 탑승함으로써 두 가지 정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하나는 이어폰을 통해 다섯 가지 언어로 해설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버스에서 내릴 때 돌아오는 시간을 안내방송 외에 패널을 통해 알려준다는 사실이다. 축구경기에서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투어버스들도 벤치마킹해야 할 일들이다.


태그:#삿포로 시티투어 버스, #홋카이도 진구, #시로이 고이비토 파크, #초코릿 팩토리, #중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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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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