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이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 지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각리에 있는 지상 22m 높이의 광고용 철탑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다.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이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 지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각리에 있는 지상 22m 높이의 광고용 철탑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이곳 충북 옥천 광고철탑에 올라올 때는 가을이었는데, 벌써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했습니다.

여기 옥천 광고철탑 장소를 물색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주변으로 경부고속도로와 4차선 국도, 경부선 철길이 지나는 것을 보고, 그래도 봐주는 사람들이 조금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올랐습니다.

살인적 만행을 저지른 유성 자본을 만천하에 알려 반드시 유시영 사장을 구속시키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이곳에서 고속도로를 바라보고 손을 흔들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선전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50일이 지나고 100일이 다 되도록 언론이 거의 관심도 보이지 않아 허무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관련기사]
두개골·콧등 함몰...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았다
밤에도 목에 줄을... 개보다 못하게 살았습니다

확신한다고 힘 주고, 독하다고 격려... 큰 힘을 얻습니다 

홍종인 지회장과 둘이서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 철탑에서 2013년 연말을 보내고 2014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연말과 새해를 이곳에서 맞이하자니 참 서러웠습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냈습니다. 질긴 놈이 이긴다는 마음을 가지고 철탑에서 지내왔습니다.

얼마 전 3월 15일 옥천 광고철탑을 찾아준 희망버스는 말 그대로 감동이었습니다. 저 아래 다리와 도로를 가득 메운 깃발과 동지들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수천 명의 희망버스 동지들을 만나고 나서 저는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유성기업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3월 15일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각리에 있는 광고탑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은 지난해 10월부터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각리에 있는 지상 22m 높이의 광고용 철탑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성기업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3월 15일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각리에 있는 광고탑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은 지난해 10월부터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각리에 있는 지상 22m 높이의 광고용 철탑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건강을 걱정하고, 잘 버텨 줘서 고맙다고, 힘내라고 응원해 주고, 유성은 이길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고 힘을 주고, 이정훈 독하다고 격려 아닌 격려의 말을 건네준 많은 동지들을 여전히 기억합니다. 마음 깊이 담았습니다. 그것 자체가 저에겐 크나큰 힘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희망버스 모든 승객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유성 자본이 제 아무리 돈으로 용역깡패를 고용하고 권력의 힘을 빌린다 해도 우리 민주노조를 깰 수는 없을 것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미 국회 청문회, 압수 수색, 국정감사,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수많은 사실 근거를 확보했습니다.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도 이 진실을 묻어버릴 순 없을 것입니다. 유성 조합원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습니다. 우울증에 시달리고 꿈에 용역깡패와 폭력 경찰이 수시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저는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하겠습니다. 기우제를 비가 내릴 때까지 지내면 결국 비가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처럼 저도 살인적인 유성 자본에 대한 특검을 실시해 죄상을 낱낱이 밝혀 유시영 사장이 구속되고 퇴진하는 날까지 이곳에서 죽을 각오로 투쟁하겠습니다. 이곳 광고철탑의 한 노동자가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힘을 보태주시길 바랍니다.

희망버스는 그 자체로 희망입니다. 절박하고 어두운 삶의 자리를 비추는 희망버스의 전조등은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 1700만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희망입니다.

지난 3월 15일 희망버스가 온다고 그 전 일 주일 전부터 난리가 났습니다. 자본과 정권은 희망버스가 두려웠던 모양입니다. 저에게 출두 명령서를 보내고, 수십 명의 경찰이 사흘간 철탑 주위를 사전 답사하며 지형을 파악하고, 평상시 없던 조류독감까지 들먹였습니다.

유성 자본 또한 희망버스를 두려워하긴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자신들의 행실이 만천하에 알려질 테니까요. 그러나 유성 조합원들에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다들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힘겹게 고립되어 싸움을 계속해온 그들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으니까요. 이 투쟁에서 다시 한 번 크게 성큼,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터였으니까요.

유성노조는 2011년 5월 18일 직장 폐쇄 이후 수많은 투쟁을 해왔습니다. 지금도 유성 자본과 어용노조를 상대로 2대 1의 싸움을 해야 하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 파업을 강행하며 가열차게 싸우고 있습니다. 해고와 손배, 온갖 징계를 수없이 당하면서도. 징계자의 생계비는 몇 푼 받지도 못하는 조합원 월급을 쪼개 함께 나누어 책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성 노동자들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딛고, 생계 압박을 견디며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치지 않고 하나로 뭉쳐 싸우고 있습니다.

5월 10일 드디어 2차 유성 희망버스 출발... 벅찹니다

유성 희망버스 포스터.
 유성 희망버스 포스터.
ⓒ 유성 희망버스

관련사진보기

저는 지회장이지만 유성 조합원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들에게 책임감을 느낍니다. 사활을 걸고 유시영 회장을 반드시 구속시키고 퇴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만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어디에서던 정의가 승리한다는 믿음을 남기고 싶습니다. 부당한 사업주들이 이 사회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희망을 남기고 싶습니다.

함부로 평범한 이들의 삶이 탄압받지 않아도 된다는 기준을 세워두고 싶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다시 한 번 희망버스가 유성노조에 희망을 전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5월 10일 드디어 2차 유성 희망버스가 출발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벅찬 눈물이 치솟았습니다. 그게 저에게는 살아가도 된다는 간절한 신호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유성 희망버스가 우리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이 암담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노동자 민중들에게 힘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 날을 기다리며 건강히 잘 지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정훈님은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입니다.



태그:#유성노조, #희망버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