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유예은양은 저렇게 환한 미소를 남기고 지상의 가족의 품을 떠나 천상의 가족에게 안겼다.
 유예은양은 저렇게 환한 미소를 남기고 지상의 가족의 품을 떠나 천상의 가족에게 안겼다.
ⓒ 유경근

관련사진보기


"가수가 되고 싶어서 노래를 배우러 온 아이가 있었습니다.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부족한 저를 믿고 따라서 열심히 노래해주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더 이상 레슨을 할 수가 없게 되고 바다 건너에서도 가끔 소식을 들으며 즐거운 학생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노래 열심히 하라고 쌤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오늘 그 아이가 드디어 편하게 쉴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제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 춥고 어두운 곳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슬픈데... 너무 너무 슬픈데... 눈물이 나질 않습니다. 어쩌면 그냥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너무 소중한 나의 첫 제자 예은이... 오늘 하늘이 너무너무 맑았단다. 너를 가족들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서 잘 보이라고 그렇게 날씨가 좋았나 보다. 예은이의 못다 이룬 꿈까지 합해서 쌤이 더 많이 노래할게... 더 노력할게... 예은아 쌤이 정말 많이 사랑한다.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해...  이제 그 곳에서 편히 쉬렴, 이상 아프지 말고 힘들지 말고... 행복하기만 해주라. 사랑해 사랑한다 예은아!"- 안지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사망한 유예은(단원고 2학년)양은 유경근씨의 쌍둥이 자매 중 둘째다. 쌍둥이 언니는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해 화를 면했다. 가수가 되길 꿈꾸던 소녀는 지난 23일, 17년간의 짧은 지구별 소풍을 마치고 별이 되었다. 꿈 많고 맑고 고운 소녀가 노닐기엔 지구별이 너무 부패했던 걸까. 소녀는 꿈도 펴보지 못하고 서둘러 우주별로 돌아갔다.

별이 되어 돌아온 유경근씨의 딸 '예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씨는 한달음에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가 딸의 생환을 손꼽아 기다리며 일지 형식으로 현장 소식을 전했다. 때로는 다급하게, 때로는 간절한 호소로, 때로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그가 전하는 현장 소식은 놀라웠다. 언론이 전하는 소식과는 너무 다른 소식을 접한 그의 지인들은 함께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한마음으로 빌었다.

유씨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예은이가 기적처럼 살아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다. 무능력하고 무책임하고 생명을 존중할 줄 모르는 어른들이 우리에게 다가오던 기적을 멀리 보내버린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예은이, 여전히 예쁘네요. 확인했습니다. 함께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실종 여드레째인 지난 23일 오후 유경근씨가 별이 되어 돌아온 딸의 모습을 확인했다며 소식을 전했다. 너무 담담한 그의 글에 오히려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24일 헬기를 이용해 예은이를 안산 한도병원 장례식장에 안치한 가족들은 25일부터 조문을 받았다. 예은양 가족들은 부조금 대신 예은이에게 보내는 글을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예은이를 오래 오래 기억해달라고 부탁했다. 작별인사를 하러 빈소에 간 사람들은 방명록에, 페북 지인들은 페북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동안 별달리 기대하는 바가 없어 세상 모든 일에 관심 없었던 두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이번 아픔을 통해서 내가 어른으로써 소중하게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던 것들이... 나 하나  쯤이야 했던 것들이 이렇게 아픈 화살로 다가 올 줄 몰랐습니다. 허무하게 하늘나라로 가버린 우리 아이들이 제게 소중한 것을 가르쳐주고 갑니다... 절대 오늘을 잊지 않을 겁니다. 힘내세요!" - (페친 김미사 글)

"유경근 선생님, 친구 페이스북에 올라온 소식 타고 선생님 페이스북에 와서 예은이 사진을 보고 한참을 넋 놓고 울었습니다.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도 이렇게 황망하고 고통스럽지 않았는데, 최근 며칠 지옥 같은 고통과 분노를 경험합니다. 무슨 말로도 위로가 되기 어려운 슬픔이겠지만, 그 슬픔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예쁜 딸 예은이를 보내시는 그 마음이 너무 외롭지 않으시길 기도드립니다. 같이 울며 슬퍼하며 인사드립니다." - (김종호)

4월 23일 유경근씨는 별이 된 예은양을 만났다.
▲ 4월 23일 유경근씨는 예은양을 만났다. 4월 23일 유경근씨는 별이 된 예은양을 만났다.
ⓒ 유경근

관련사진보기



"우리 예은이, 여전히 예쁘네요. 어쩜 예은인 창문 밖으로 구조되는 사람들을 보며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을 런지도 모릅니다. 구명조끼를 갖추어 입고 기다리고 있었겠지요. 친구들과 "꼭 살아서 나가자" 약속하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을 겁니다. 이렇게 예쁜 예은이의 희망을 냉정하게 외면해버린 어른들을 향해 예은인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요?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으로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요? 무슨 말로, 무슨 얼굴로 예은이를 보내야 하는 걸까요? 마지막까지도 예쁜 모습이었을 예은이를 위해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예은아, 하늘에 올라 가장 밝은 별이 되려무나." - (색종이)

"여러분들의 걱정과 기도로 예은이는 외롭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도 저 안에 갇혀 못나오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미쳐버리겠습니다. 제발 한명도 빠짐없이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유경근)

"이쁘니 예은이... 모두의 바람처럼 천상에서도 꼭 가수가 되어 아름다운 목소리로 답해주렴...! 미안하다." - (유경근)

구원의 손길은 끝내 아이들에게 미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선장 등 승무원들이 빨리 신고를 하고, 해경 등이 이 신고에 빠르게 대처했다면, 더 많은 학생들과 승객들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만일 침몰 후 최초 3일간이라도 재빠르게 다각적인 구조 작업을 펼쳤더라면 분명 예은양과 친구들은 지상의 소풍 길에 더 오래 머물며 그들의 꿈을 펼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언론들은 사고 발생 뒤 현장으로 몰려와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했지만, 정작 현장의 구조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떨던 아이들이 간절히 기다렸을 구원의 손길은 끝내 아이들에게 미치지 않았다. 같은 시각, 아이들이 살아 있으니 제발 구해달라고 하소연하던 유경근씨와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이 기막힌 범죄에 대해 유경근씨는 페이스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실을 알리며 구조를 요청하는 한편, 어서 빨리 제대로 된 구조작업이 시작돼 예은이와 친구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유경근씨는 자신의 눈으로 예은이의 생사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좌절하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실종 일주일째, 예은이의 단짝 친구가 차가운 주검으로 변해 돌아오자, 지난 22일 절규하며 안타까워했다.

"어제부터 돌아온 녀석들, 상하기 시작했는데... 예은아, 이제 그만 나와야지... 아빠랑 집에 가야지." - 페이스북 22일자 글

결국 그렇게 꿈 많던 10대 소녀 예은이와 친구들은 엄마가 있는, 아빠가 있는, 또 다른 친구들이 있는 지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28일 오전 7시 예은이의 발인이 진행됐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예은이를 가슴에 묻은 유경근씨는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분히 살릴 수 있던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아이들이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 다시는 화환이 놓이는 비극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잊지 말자며 교실의 풍경도 찍어 올렸다.

유경근씨는 저 교실의 풍경을 결코 잊지 말고, 더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이 잘못된 사회를 바꾸자고 말한다.
▲ 단원고 2학년 3반 교실 유경근씨는 저 교실의 풍경을 결코 잊지 말고, 더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이 잘못된 사회를 바꾸자고 말한다.
ⓒ 권태홍

관련사진보기


** 아직도 시신조차 인양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현재 단원고 실종자는 28일 현재 113명입니다. 이들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기도해 주세요.


태그:#세월호 참극
댓글17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8,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