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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고 있다.
 4월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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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한 지 어느덧 2주일이 넘게 흘렀다. 그 사이 세상은 조금씩 평정심을 찾기 시작한 듯 하지만, 진도의 현실은 아직까지 참혹하기만 하다. 첫날 구조된 174명을 제외하고 실종자는 모두 사망자로 바뀌고 있으며, 이제는 100% 시신 수습도 확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거기에다 애끊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정부 관계자들은 슬슬 인양 이야기를 흘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4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야 사과를 하고 나섰다. 하필 국민들이 아닌 국무위원들 앞에서 사과를 했는데,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과거에 쌓아온 적폐들을 다 도려낼 것을 강조하였고, 재발 방지 대책으로 국가안전처 신설 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참사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을 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대책 역시 회의적이기는 매한가지다. 물론 부처가 하나 생기면 공무원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안전을 외치게 될 것은 자명하지만, 과연 그 대책이 실효성 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하는 척 하다가 또 뒷돈이 오가면 유명무실해지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이 대한민국의 자화상 아니던가.

게다가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을 통해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가족이 이민을 가겠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신뢰는 그 기초부터 무너졌다. "이번에도 정부는 생색내기에만 열중하다가 사고가 나면 또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말뿐인 재발방지책을 내놓겠지"라는 것이 비극적이지만 현실적인 생각들이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국민의 국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국가안전처고 뭐고 간에 정부의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우선 사고에 관한 합리적 의심들을 해소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국민들은 의심부터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천안함의 경우를 보자. 정부는 천안함 사고를 북한의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고 공식발표했지만 국민의 많은 이들은 아직까지도 이를 믿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합리적인 의심들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그 질문들을 이념공세로 막았기 때문이다. 해병의 TOD영상은 물론이요, 천안함의 조타사 일지, 항적기록 등 중요한 증거 자료는 공개하지 않은 채 정황만으로 북한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이를 믿으라고 강요하는 정부. 과연 이런다고 사람들이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있을까?

결국 이와 같은 정부의 행태는 사회 전반적으로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어 놓았다. 정부의 천안함 발표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부결시키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합리적인 의혹 제기도 눈치를 보게 되었으며, 그만큼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마저도 빼앗겼기 때문이다. 상호 간에 소통이 사라진 사회. 그 속에서 어떻게 신뢰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자, 그런데 MB 정부의 천안함에 이어 이번에는 세월호가 박근혜 정부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아직까지 정부와 언론들은 구조작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그 뒤에 묻힌 온갖 문제들을 애써 뭉개고 있지만 이미 많은 누리꾼들은 이번 참사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진정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유언비어들을 단속하겠노라고 국민을 협박하기 전에 다음 질문들에 답을 해야 한다.

최상재 당시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2010년 6월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천안함 조사결과 설명회에서 침몰한 천안함의 우현 쪽에 있는 오그라든 스크루를 살펴보고 있다.
 최상재 당시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2010년 6월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천안함 조사결과 설명회에서 침몰한 천안함의 우현 쪽에 있는 오그라든 스크루를 살펴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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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1] 세월호는 왜, 언제 침몰했는가

세월호 침몰과 관련하여 가장 궁금한 것은 그 원인과 시각이다. 현재까지 정부와 언론은 세월호가 애초부터 문제가 있었던 선박으로서 무리하게 구조 변경을 했고, 화물을 규정보다 많이 실었음에도 고박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평행수도 제대로 채우지 않는 등 총체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맹골수도에서 변침(항로를 바꿈)하는 과정에 침몰했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문제는 그 변침의 이유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정부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한 채 기계작동의 결함 등을 유추하고 있는데, 많은 누리꾼들은 이 사실에 대해 여러 가지 의심을 하고 있는 중이다. 배가 갑작스레 급격한 변침을 했다는 것도 수상한 일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도VTS에서는 세월호와 아무런 교신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혹자들은 선박이 군산을 지나갈 때 충격을 크게 받으며 배가 15도 정도 기울었다는 증언과 배가 '쿵'소리 뒤에 크게 기울었다는 증언 등에 주목한다. 이때 암초나 한미연합훈련에 참여했던 잠수함 때문에 바텀 터치(Bottom Touch, 배 바닥이 스치는 것)가 일어나면서 본격적인 침수가 시작되었고 그것이 갑작스런 변침의 원인이 되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들은 배가 이미 오전 7시 30분 경부터 인근 해역에 서 있었다는 어민들의 증언과 TV에서 인천-제주 간 운행 선박의 구조요청 속보를 봤었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을 상기시키며 세월호가 이미 정부의 구조 요청 발표 시간보다 1시간 앞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 의심한다. JTBC에 고인이 된 아들의 마지막 사진을 제보한 학부모 역시 아들이 16일 사고 당일 오전 6시 26분경 배의 난간과 오전 7시 20분경 객실 천장을 찍은 것은 이전부터 배에 이상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의심과 관련하여 해경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해경은 사고 초기 공식적인 구조 요청 시간 이전에 진도VTS와 세월호 간의 교신이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의 교신 내역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의심을 자초했다. 게다가 며칠 뒤 공개한 교신 내용은 편집된 상태였다. 그러니 어느 누가 해경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들이 무언가 숨기기 위해 애쓴다고 생각할 수밖에.

정부가 위와 같은 논란을 종식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왜 진도 VTS가 인근 해역의 다른 배들과는 모두 교신을 하면서 유독 세월호와는 교신을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해경은 왜 구조요청 교신 내용을 며칠 동안 밝히지 않았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선장이나 선주, 항해사들의 통화내역 역시 오전 7시부터 공개해야 한다. 그들의 통화 내역에는 배의 침몰 원인과 시각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문2] 구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위는 무엇인가?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4일째인 4월 29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시신을 추가 발견한 잠수사들이 바지선 언딘 리베로호로 복귀하고 있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4일째인 4월 29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시신을 추가 발견한 잠수사들이 바지선 언딘 리베로호로 복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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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침몰 원인 다음으로 정부가 반드시 밝혀야 하는 것은 승객들 구조와 관련된 초기대응실패 원인과 구조작업이 지지부진한 이유이다. 이는 그 어떤 사실 보다도 매우 중요한데 진도 현장의 학부모들은 물론이요, TV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고 소식을 접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정부에 대한 신뢰를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이기 때문이다. 첫날 스스로 탈출한 174명을 빼고 구조 인원 '0'명이 말이 되는가.

배는 침몰할 수 있다고 치자. 어차피 인간의 일은 완벽하지는 않으니까. 문제는 이후 정부의 대처이다. 정부는 말로만 최선을 다할 뿐, 우왕좌왕하며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끔찍한 참사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달려왔던 민간잠수부들을 내쳤으며,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은 그가 천안함 사건 당시 정부에 불리한 증언을 했기 때문인지 배제시켰다.

언론에서는 끊임없이 몇 백 명의 인력이 투입되었다고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실제 얼마 되지 않는 잠수부들만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징어 배 조명이나 주변 그물망 설치 등도 정부가 아닌 학부모들의 요구 결과라고 하지 않는가.

부모의 입장에서 당장 생때같은 자식이 배 속에 갇혀 죽고 있는데, 국가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과연 그것을 어떻게 국가라고 인정할 수 있는가. 내가 군복무를 하고 세금을 내는 등의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나와 가족을 지켜준다는 것을 전체로 하고 있는 것인데, 이번 사건은 그 신뢰 자체를 허물어뜨렸다.

다행히 현재 이와 관련해서는 해경과 민간업체 언딘과의 유착관계가 드러나며 서서히 그 원인이 밝혀지고 있다. 해경이 언딘의 우선적인 투입을 위해서 세계 최고라는 해군 특수전전단(UDT)과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의 사고 현장 투입을 막았고, 민간 잠수부들의 시신 수습 실적을 가로채려는 언딘을 비호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우선해야 하는 경찰이 실적에 눈이 어두워, 아니면 돈 때문에, 혹은 특수한 관계 때문에 그 모든 것을 뒤로했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정부는 이를 쉬쉬 감출 것이 아니라 명명백백하게 밝혀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정부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참회의 길이다.

[의문3] 왜 국민의 시선을 호도하려 하는가?

해경이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승무원들의 탈출 장면을 담은 영상을 4월 28일 공개했다.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123정(100t급)의 한 직원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이 영상에는 승무원들이 제복을 벗고 123정에 허겁지겁 오르는 장면이 담겨 있다. 심지어 이준석 선장은 속옷 차림으로 세월호를 떠나 123정에 오르기도 했다. 뒤편에는 123정에 타고 있던 이형래 경사가 심하게 기운 갑판에 올라 구명벌을 펼치려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 '속옷 차림' 탈출, 이준석 세월호 선장 해경이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승무원들의 탈출 장면을 담은 영상을 4월 28일 공개했다.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123정(100t급)의 한 직원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이 영상에는 승무원들이 제복을 벗고 123정에 허겁지겁 오르는 장면이 담겨 있다. 심지어 이준석 선장은 속옷 차림으로 세월호를 떠나 123정에 오르기도 했다. 뒤편에는 123정에 타고 있던 이형래 경사가 심하게 기운 갑판에 올라 구명벌을 펼치려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 해경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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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해양수산부 재난매뉴얼'에는 충격적인 문구 하나가 있었다. "충격 상쇄용 기사 아이템 개발"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에 대해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오해라며 이 문구는 세월호 사고와 관계없다고 밝혔지만 현재 정부나 언론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사고 책임에 관한 이야기를 보자. 처음 정부와 언론들은 이 모든 사고의 책임을 선장 한 명으로 몰아가는 듯 했다. 사고 당시 자리를 지키지 않았고, 침몰될 때 승객들은 살피지 않고 자신만 빠져나온 선장이 만악의 근원이라는 주장. 물론 선장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은 맞다.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나 몰라라 하며 자기 한 목숨 구하기에 급급했던 수준 이하의 인간인 것도 맞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모든 잘못을 선장에게만 뒤집어씌울 수는 없다. 선장처럼 중요한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오로지 돈 때문에 승객들의 안전은 뒤로 한 채 규정보다 많은 화물을 싣게 만든 이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액의 돈을 받아먹으며 그런 관행을 용인했던 수많은 책임자들. 현재 언론들은 이 부분을 누락 혹은 최소화 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현재 정부와 언론들은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회장의 비리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역시 충격 상쇄용 아이템일 가능성이 높다. 도대체 세월호의 침몰과 그가 직접적으로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결국 현재 유병언 회장과 관련된 보도들은, 희생양으로서 선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정부의 눈물겨운 노력이 아닐까. 더 큰 공분을 일으켜 최소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키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현재 국민들은 확실하지도 않은 구원파가 궁금하지 않다. 그들이 사이비든 아니든 궁금한 건 오직 세월호의 진실일 뿐이다.

현재 정부는 이 외에도 급격하게 나빠지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언론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유언비어 터뜨리는 자는 구속한다고 겁을 주며 시민들 간의 소통 자체를 막고자 한다. 그러나 워낙에 다급한 모양인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양새다. 곳곳에서 정제되지 않은 막말이 튀어나오고 있으며, 말도 안 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4월 30일 대통령 참배 시, 청와대 경호팀들도 조문객인지 유족인지 누군지 몰랐다는 한 할머니가 대통령과 껴안고 인사했다. 이런 촌극이 과연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부디 정부는 이번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환골탈태하기 바란다. 최악의 수준이 드러난 만큼 감추기보다는 겸허히 인정하고, 국민들의 바람대로 초심으로 돌아가 기초부터 닦기 바란다. 그것이 바로 이번 사고로 희생된 이들을 위한 길이며, 살아남은 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정부는 국민의 슬픔과 분노를 어설프게 막으려 말고, 이 모든 의심에 대해서 답을 하라.

알려왔습니다
위 기사 내용과 관련해 유병언 전 회장 측은 "유 전 회장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관련 주식을 소유하지 않아 실소유주나 회장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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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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