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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정직하다. 책 제목이 참 정직하다. 그리고 겸손하기까지 하다. 책 제목이 <커피의 거의 모든 것>이다. 실은 이미 다른 이가 쓴 바리스타 과정을 위한 <커피의 모든 것>(2011, 김일호 외 2인, 백산출판사)이란 책 제목을 알고 있는 터라 더 그런지 모르겠다. 책 제목은 커피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 줄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커피를 전문하는 게 아니라면, 다른 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커피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정직하고 겸손하다고 한 것이다.

친절한 해설이 참 맛나다

<커피의 거의 모든 것>/ 하보숙, 조미라, 김학리 공저/ 열린 세상 / 2010
 <커피의 거의 모든 것>/ 하보숙, 조미라, 김학리 공저/ 열린 세상 / 2010
ⓒ 열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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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저자인 하보숙, 조미라는 같은 예다(禮茶)를 전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공동 저서인 또 다른 책 <홍차의 거의 모든 것>(2014, 열린 세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떻게 그들이 공모(?)했는지 지은이 소개란에서 드러난다. 하보숙과 조미라는 성균관대 생활과학대학원 예다를 전공하면서 만났다. 그리고 급기야 두 건의 사고를 쳤다. 그들의 사고가 신나는 것은 그들의 책이 커피와 홍차 부분에서 명쾌하게 독자를 감동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을 커피의 고수들이 읽으면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이미 이 책에 기술되어 있는 기본기는 익힌 분들일 것이니까. 그러나 이제 커피 맛을 조금 알고 좀 더 커피에 대하여 알고 싶어 하는 독자라면 꼭 읽었으면 좋겠다. 저자들의 겸손에도 불구하고 커피에 관한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제 커피콩을 볶을 때 살짝 볶으면 신맛이 강하고, 강하게 볶으면 쓴맛이 강하다는 것쯤만 아는 자칭 커피마니아인 나로선 어지간히 보탬이 되는 게 아니다. 라이트로 시작하여, 이탈리언에 이르기까지 약로스팅에서 중로스팅을 거쳐 강로스팅에 이르기까지의 8단계(라이트, 시나몬, 미디엄, 하이, 시티, 풀시티, 프렌치, 이탈리언)를 이리 친절하게 서술하고 사진까지 올 로케(?)로 촬영을 해 보여주다니. 책이 참 맛나다.

커피콩은 어떻게 탄생하는지부터 책은 시작된다. 해발 200~1,800m에 이르는 적도를 중심으로 하는 커피벨트에서 커피는 생산된다. 정제방법에 따라 내추럴과 펄프드, 워시드, 세미워시드로 분류되는데 이는 생산국가에 따라 그 방법을 달리하기도 한다. 실은 이런 이야기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거의 모르는 이야기다. 날마다 커피를 달고 사는 사람들도 모르는 이야기로부터 이렇게 출발하지만 책은 너무나 쉽게 읽힌다.

커피가 사진을 만나 출세한다

핸드드립, 뜸들이기는 25~30초 정도로 한두 방울 떨어지게 합니다.
 핸드드립, 뜸들이기는 25~30초 정도로 한두 방울 떨어지게 합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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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물쩍지근할 틈새가 없다.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멋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생두 고르기, 숙성, 로스팅, 커피 내리기의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사진작가 김학리는 대기업의 홍보매체에 사진을 싣는 실력가로 라이브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진작가다. 그의 사진 때문에 커피를 이해하는 게 여간 수월한 게 아니다.

커피 이야기를 사진에 담는다는 게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사진들은 두 사람(하보숙, 조미라)의 글을 더욱 맛깔나게 만들고 있다. 사진들만 훑어보아도 대강 커피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글 읽기 실어하는 사람은 그냥 사진들만 쭉 훑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책은 커피가 사진을 만나 출세하게 만들었다.

처음 커피를 배울 때 그렇게 배웠기에 강로스팅만을 즐기던 내가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약하게 볶아보았다. 프렌치를 시티 정도로 말이다. 커피의 종류에 따라 약하게 볶아야 더 맛있는 게 있다는 귀띔을 따라서 말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정말 강로스팅을 했을 때보다 상쾌하게 혀를 자극하는 허브향이 입안 그들먹한 게 아닌가. 강로스팅으로 쓴맛만을 즐기던 나로선 너무 진한 흥분이다.

주로 페이퍼드립으로 커피를 즐기는데 그것도 대강 뜸들이고 물을 주르륵 한두 번에 부어(성질이 급한 터라) 마시는 게 일상이다. 그런데 책은 친절하게도 25~30초 뜸들이기를 하는데 물은 한두 방울 떨어질 정도로만 하란다. 2인분인 분쇄한 원두 20g을 내릴 때 첫 30초에 70cc를, 두 번째 20초에 50cc를, 마지막 40초에 30cc를 부으란다. 그렇게 3번에 걸쳐 내려 마시는 게 정석인 게다.

그냥 커피가 작품이 된다

헨드드립, 책에 있는대로 한 번의 뜸들이기와 세 번의 드립을 끝내고 스마트폰 타이머가 3분이 다 되었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헨드드립, 책에 있는대로 한 번의 뜸들이기와 세 번의 드립을 끝내고 스마트폰 타이머가 3분이 다 되었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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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성질 버려두고 책의 친절함 속으로 풍덩 들어가 봤다. 이미 수동 분쇄기의 노역에 반발한 결과 전동 분쇄기를 갖추고 있는 터라 시티로 볶은 원두를 진동 분쇄기로 거칠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늘지 않게 갈아 여과지 위에 올리고 서버를 저울 위에 놓았다.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곤 일일이 저울의 눈금을 감상했다. 물이 둬 방울 떨어지는 걸 보고 30초 기다린 후 70cc, 다시 50cc, 마지막으로 30cc. 그것만이 아니다. 동시에 눈은 스마트폰 타이머를 살핀다. 30초 후, 또 30초, 그리고 20초, 다시 40초... 동시에 3분이 넘지 않게 하라는 지시를 순종하여 타이머를 3분에 맞춰놓고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희열과 함께 작업을 마쳤을 때, 과연 커피 맛이 어떨까?

핸드드립으로 완성된 커피입니다. 얼마나 먹음직스런가요? 비로소 커피가 작품이 된 순간입니다.
 핸드드립으로 완성된 커피입니다. 얼마나 먹음직스런가요? 비로소 커피가 작품이 된 순간입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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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준다!'가 정답인데. 뭐 그렇게까지는 아니었다. 정석대로 정성을 다해 내린 커피인지라 그 소중함만큼은 금은보석 못지않다. 그러나 맛은 예전에 막 쏟아 부어(?) 마시던 커피 맛하고 굳이 차이를 찾으라면 감칠맛이 더한다고나 할까? 원래 감칠맛이란 게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이렇게 답하면 가장 무난하리라고 생각해 한 표현이다.

어떤 이가 말했던가. '사람들은 혀에 속고 있다'고. 원래 맛있는 것이란 없다. 다만 익숙한 맛이 있을 뿐이다. 그걸 사람들은 맛있다고 하는 것이란다. 하여튼 책대로 내린 커피는 감칠맛으로 으뜸이다. 비로소 커피가 작품이 된 느낌이다. 내가 한 방법은 페이퍼 드립이지만 그 외에도 프렌치프레스, 융드립, 사이폰, 모카포트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커피의 역사와 커피의 주요 산지들에 대한 꼼꼼한 리포트, 커피와 건강, 커피와 관련한 일반상식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커피에 관한 모든 것을 쉽고 적나라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냥 커피 마시는 것만 좋아하지 말고, 커피란 물건이 도대체 뭔지 알아보고 싶다면 한 번 이 책을 들춰보시는 게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커피의 거의 모든 것

하보숙.조미라 지음, 강혜원 그림, 김학리 사진, 열린세상(2010)


태그:#커피, #커피의 거의 모든 것,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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