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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드디어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이동통신시장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불법 보조금 문제가 해결되리라 기대된다. 단말기별 출고가와 보조금·판매가를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게 되면 보조금 차별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동안 불법적으로 마구 뿌리던 단말기 보조금 대신에 소비자 입장에선 요금 할인을 선택할 수도 있어 자급제폰 활성화에도 큰 힘이 되고 알뜰폰 시장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통신시장의 새로운 변화 몰고 올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

여기에 정부가 현재 단말기 할부구매를 독점하고 있는 이동통신사만의 특권(보증보험)까지 풀어준다면 전자제품인 단말기 시장과 통신서비스 시장의 분리는 가속화될 것이다. 현재 이동통신3사를 제외하고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단말기 할부 채권을 담보로 보증보험에 가입한 업체는 없다.

이동통신3사는 고가의 단말기를 판매할 때 소비자가 끊는 보증보험 증권 덕에 위험이 거의 없어진 단말기 할부채권을 바로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만들어 금융권에 팔 수 있다. 이로써 단말기 할부원금은 물론 높은 채권이율까지 보장받아 자금 흐름이 원활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영세한 알뜰폰 업체들은 중저가 단말기마저도 현금을 주고 사야 하고, 할부로 판매하게 되면 모든 리스크를 할부기간 내내 장기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때문에 자금흐름과 단말기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알뜰폰 업체들에게도 서울보증보험이 단말기 할부채권에 대한 보증보험증권을 끊을 수 있게 해주면 자금 흐름이 원활해져 고가의 단말기를 쉽게 취급할 수 있게 된다. 알뜰폰 업체들의 자금 흐름이 원활해지면 그동안 알뜰폰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였던 '고객센터 연결이 어렵다'는 고질적인 문제도 해결이 가능해진다. 투자 여력이 생기고 신규고용을 늘림으로써 알뜰폰 시장은 선순환의 구조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 마케팅 담당 임원들이 20일 오전 과천 미래창조과학부 브리핑실에서 단말기 보조금 관련 이동통신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 앞서 '공정경쟁 서약서'를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이통3사는 불법 보조금 근절, 공동시장감시단 운영 계획 등을 발표했지만 구체적 시기나 방식은 발표하지 않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 마케팅 담당 임원들이 20일 오전 과천 미래창조과학부 브리핑실에서 단말기 보조금 관련 이동통신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 앞서 '공정경쟁 서약서'를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이통3사는 불법 보조금 근절, 공동시장감시단 운영 계획 등을 발표했지만 구체적 시기나 방식은 발표하지 않았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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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통신시장을 왜곡 시켰던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 중 하나가 각각 천문학적인 시장규모인 전자제품 휴대폰 단말기 시장과 통신서비스 시장의 유통권을 이동통신3사가 꽉 쥐고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통과는 통신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예측하고 있는 이동통신3사가 지속적으로 알뜰폰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위기감의 표현이다.

전화요금이 싸서 알뜰폰? 아닙니다

알뜰폰을 전화요금이 싸게 나오는 휴대폰 단말기(기계) 정도로 알고 있는 소비자들도 아직 있다. 알뜰폰은 근본적으로 똑같은 통신망과 똑같은 주파수를 통한 통신서비스를 100% 가격을 다 주고 이동통신대리점이나 판매점(소매상)에서 구입하느냐 아니면 통신서비스를 대량으로 현재 통신요금의 40% 가격에 매입한 알뜰폰 업체(도매상)에 일정한 마진을 주고 싸게 구입하느냐는 통신서비스 유통 방식의 차이이다.

즉, 알뜰폰은 단말기 하드웨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시스템(소프트웨어)을 일컫는 것이다. 따라서 개념의 혼동을 주는 '알뜰폰'이라는 이름보다 '알뜰한 요금제도'라는 말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통신소비자들이 이러한 본질적인 차이점을 깨닫게 되고 알뜰폰 업체들이 단말기 유통도 쉽게 된다면 기존의 이동통신사가 주도했던 통신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의 통과는 이러한 변화의 시기가 바로 눈앞에 와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라고 볼수 있다.

따라서, 이동통신3사의 알뜰폰 시장진출 시도의 이면에는 앞으로 단말기와 통신서비스 유통이 알뜰폰 시장 위주로 전개될 것에 대한 예측과 사전포석이라고 볼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동통신3사는 통신망만 제공하는 단순 '망제공자'로 전락하고 유통은 알뜰폰 업체들에게 빼앗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저렴한 알뜰폰 통신서비스까지도 공동구매를 통해 더욱 싼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통신소비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 따라서, 알뜰폰 업체들은 따로 마케팅비용을 들일 필요없이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을 통해 절감된 마케팅 비용을 요금할인으로 반영시켜 소비자들과 직접 거래할 수 있다.

통신망을 제공하고 도매대가를 지급받는 대기업 이동통신3사도 정상 이윤을 볼 수 있고, 영세한 중소 알뜰폰 업체들도 일정 수익을 보장받으며,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을 통해 소비자들은 똑같은 품질의 통신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이자 합법적 경제민주화 운동의 이상적인 모델이다.

이동통신3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막아야 하는 이유

또한, 전국의 5000만 통신소비자가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을 통해 하나로 뭉치게 되면 새로운 유통플랫폼이 구축된다. 이렇게 되면 무슨 물건이든 공동구매를 통해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되어 국민들의 실질소득을 높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알뜰폰을 수탁 판매해 단순한 수익을 내는 것이 창조경제가 아니라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의 잠재가치와 비전을 현실화시키는 것을 도와 주는 게 바로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동통신3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이러한 비전을 현실화 시키려는 노력을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물이다. 또 모처럼 만들어 놓은 상생의 이상적 경제모델을 무너뜨리고 알뜰폰 시장마저 다시 이동통신3사의 지배력 아래 놓으려는 기득권 연장의 몸부림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그동안 통신시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던 이동통신3사에게 다시 알뜰폰 시장을 맡길 것인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통과를 통신시장의 구악을 청산하고 건전한 새로운 통신혁명과 질서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용구님은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상임이사입니다.



태그:#알뜰폰, #통신소비자협동조합,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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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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