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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한 장의 초청장이 경기도 고양시의 지역 정가를 술렁이게 했다. 현직 고양시의회 의원이 관내 인사 수백 명에게 보낸 출판기념회 초청장이었다. 김영선 시의원(새누리당)이 보낸 초청장에는 <최성 시장을 고발합니다!>라는 책 제목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김 의원이 자신의 의정활동을 고양시의 랜드 마크로 떠오른 백석동 Y-City 복합시설 내의 학교부지 용도변경 및 기부채납, 킨텍스 지원시설 헐값매각 등 이른바 '3대 의혹'을 중심으로 기록한 그저 그런 책이었다. 그렇지만 책 제목에 시장 이름을 명기하고 '고발'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튀는 전략과 '노이즈 마케팅' 덕분인지 이 출판기념회는 여러 매체에 보도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보도 내용과 관련해 비판 기사도 많았다. 이런 식의 책 제목 자체가 "문제의 현안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데 따른 상식 밖의 일"(<기호일보> 2013년 12월 30일)  "지방선거를 앞둔 정략적인 포석"(<중부일보> 2014년 1월 2일) 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어떤 기사는 '정치인 출판기념회의 숨은 저의'(<중부일보> 2014년 1월 2일)를 의심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나중에 시장 출마 선언후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상식 밖의, 정략적인, 숨은 저의'를 간파한 기자들의 지적이 적중한 셈이다.

시장을 고발한 이례적인 초청장과 고발장

최성 새정치민주연합 고양시장 후보.
 최성 새정치민주연합 고양시장 후보.
ⓒ 중앙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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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세 달후 이번에는 고양시민 300명이 시장을 실제로 '고발'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김성호 '고양지킴이' 대표 등 시민들이 3월 27일 최성 시장을 업무상 배임 및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것이다. 고발의 주요 내용은 대부분 김영선 시의원이 출간한 책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고발을 주도한 김씨는 '고양지킴이 대표'라는 직함을 내걸었지만,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강현석 고양시장의 후보 캠프에서 선거운동원으로 홍보업무를 담당했다.

그래서인지 김씨는 이날 "지방선거가 2달여 남은 미묘한 시기에 현직 시장을 고발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이번 고발은 고양시장을 상대로 한 것이지만 대한민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 뉴스1, 2014년 3월 27일)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는 최근에 김씨가 주도한 고발이 강현석 후보(새누리당)와의 사전 교감 속에서 진행되었음을 보여주는 제보 자료를 확보했다. 이 자료의 제보자 A씨는 김성호씨는 물론, 강현석 후보 캠프 관계자들과도 가까운 인사로, 김성호씨가  최성 시장을 고발한 소송에서의 법정 증언과 양심 선언을 통해서도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예정이다.

이 제보 자료와 A씨에 따르면, 김성호씨는 최성 후보(새정치민주연합)를 낙선시키고, 강현석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고양시민 299명의 서명(김성호씨를 포함하면 300명)을 받아 최성 시장을 고발했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

우선 김씨는 고발 당시 "복마전 같은 행정업무를 보면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여론이 일었고, 뜻 있는 시민들의 연대서명을 통해 최 시장을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강 후보를 포함한 새누리당 예비후보 측으로부터 확보한 명단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도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강현석 전 시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일산포럼'에 공동 고발인 명부를 보내 서명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일부 내용을 시인했다(하단 인터뷰 기사 참조).

최성 시장 고발은 치밀한 사전 각본에 의한 정치공작 의혹

김씨는 또한 전화통화에서 "김영선 시의원이 낸 책과 시의회 속기록을 근거로 최성 시장을 고발했을 뿐, 강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책은 지난 3월 말 법원이 최 시장의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판매·배포가 금지되어 네이버 등 포털에서도 책 게시물이 삭제돼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 책이 시장의 직무집행의 적법성과 공정성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정도를 넘어서는 공격으로 시장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제보 자료와 A씨에 따르면, 김씨는 ▲ 책을 인용해 고발하면 자신은 무고죄를 벗어나고 ▲ 최 시장이 자신을 무고죄로 고소하더라도 최 시장이 김영선 시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건과 같은 내용이라서 병합심리를 하게 될 것이고 ▲ 검찰이 현직시장을 선거중에 소환할 수 없어 선거 전에는 결론을 낼 수 없고, 최 시장도 고양시민 300명을 고발할 수 없어 ▲ 선거기간에 시민 300명이 시장을 고발한 인터넷 기사를 SNS로 융단폭격해 최 후보에게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변에 자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 자료와 A씨에 따르면, 김씨는 이같은 결론에 이르기 전에 강 후보를 만나 사전에 조율하고, 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새누리당에서 파견된 당직자 J씨 등과도 협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김씨가 주도한 최 시장 고발은 강 후보는 물론, 새누리당 당직자도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전 각본에 의한 정치공작이라는 의혹을 갖게 한다.

특히 김씨가 최 시장을 고발하는 과정에서 강 후보는 정부 산하기관장인 S이사장(전 새누리당 의원)과 접촉해 법률자문을 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강 후보는 2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그분이 정부 산하기관 이사장인데 어떻게 그런 자문을 할 수 있겠나"라고 부인했다(아래 박스 일문일답 참조). 그러나 국회 법사위 P의원은 "정부 산하기관장의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되어 S이사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찾아오기 했지만 다른 변호사에게 가라고 했다'고 해명하더라"고 전했다.

"김성호씨 그냥 가끔 만나는 사이..고발건 나와 상관 없다"
[일문일답] 강현석 고양시장 후보
강현석 새누리당 고양시장 후보.
 강현석 새누리당 고양시장 후보.
ⓒ 중앙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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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호 '고양시지킴이' 대표를 아는가?
"안다. 왜 그런가?"

- 그분이 주민자치위원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신분인데 불법으로 강 후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확인차 전화했다. 선거 참모인가?
"아니다. 2010년 시장선거에서 나를 도와준 적이 있지만 지금은 선거운동원 아니다."

- 그런데 김성호씨와 자주 접촉하신다고 들었다.
"전화 통화는 하지만.... 선거운동원도 아니고 그냥 가끔 만나는 사이다."

- 그분이 고양시민 300명 이름으로 고발했는데 그것도 강 후보와 관계가 있다는 제보가 있다.
"(김씨가 최성 시장을) 고발한 건은 알지만 저하고는 관련이 없는 일이다."

- 최 시장을 고발하기 전에 S이사장한테서 법률자문을 구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분이 정부 산하기관 이사장인데 어떻게 그런 자문을 할 수 있겠나. 왜 그런 것을 나한테 물어보냐? 바쁘니 끊겠다."

최성 후보 측, 강현석 후보-김성호씨 선거법 위반 고발 예정

김성호씨는 지난 2006년에 이어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강현석 시장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한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특히 김씨는 지난 1일 새누리당 경기도당의 10개 주요도시 시장후보 선출 당시 다른 후보들이 강 후보의 '여론조사 1위' 문자 메시지 배포를 문제삼아 경선 재실시를 요구해 최종 결과 발표를 미루자 강 후보와 함께 수원 경기도당을 항의 방문할 만큼 최측근 인사이다. 실제로 김씨는 주변에 "(1일) 수원에 내려가서 처음으로 내가 강 시장 캠프 사람이라는 걸 보여줬다"고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최 시장 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 파악을 위해 강 시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선거운동이나 선거 캠프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강 후보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김씨는) 선거운동원도 아니고 그냥 가끔 만나는 사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주변에 "내가 강 시장이랑 제일 가까운 사이인 건 맞지만 지금은 강 시장(캠프)에게 가 있을 수가 없다"면서 "강 후보가 직접 나더러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아달라고 했지만 밖에서 돕겠다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이처럼 최측근 인사임에도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외곽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김씨가 현재 고양시 송산동 주민자치위원으로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신분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물론 강 후보도 김씨가 주민자치위원 신분이고, 주민자치위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김씨가 또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강 시장을 공개 지원했음에도 이번엔 외곽에서 숨어서 활동하는 것은 김씨 자신이 고양 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을 지낸 시민운동 경력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강현석 후보를 비판하는 시민단체를 무력화해 강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 그런데 2010년에는 시민단체가 연합한 '고양 무지개연대'가 야권 시장후보 단일화를 이끌어내 최성 후보가 54%의 지지로 당선된 바 있다.

'고양무지개연대 2.0'은 이번에도 고양시장 출마자에 대한 후보검증을 통해 지난 13일 최성 후보를 '고양시장 시민후보'로 선정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인 '100만고양자치연대'도 같은 날 최 후보를 '고양시장 좋은 후보'로 선정했다. 이와 관련 김씨는 시장후보 선정을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철저한 평가 없이 분파주의와 정치논리에 입각한 후보선정이 다시 이루어진다면, 고양 무지개연대는 그저 좌파 내의 야바위 정치세력에 불과할 뿐이다"고 비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최성 후보 측은 새누리당 시의원의 책 출판과 새누리당 시장 후보 측근인사의 고발 등 일련의 행위가 강 후보와 새누리당이 개입한 정치공작에 의한 불법 선거운동 혐의가 짙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천정배 전 법무장관, 이석형 전 감사위원 등을 공동 변호인단으로 선임한 최성 후보 측은 다음주에 강현석 후보와 김성호씨를 공직선거법 제60조 2항(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와 제107조(선거를 위한 서명운동 금지) 및 제59조(선거운동 기간) 등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한편, 최성 시장이 김영선 시의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최근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후보 외곽 지원? 사실이 아니다"
[일문일답] 김성호 고양시지킴이 대표
- 최성 고양시장을 고발한 건에 대해 제보 들어온 게 있어 확인차 전화했다. 고양에서 주민자치위원을 맡고 있나?
"그렇다."

- 그런데 김 대표가 사실상 강현석 시장후보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아니다. 선거운동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김영선 전 고양 시의원이 발간한 책자(<최성 시장을 고발한다>)를 보고서 고양시 요진(Y-City)과 킨텍스 문제를 인지했다. 그때부터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민 공동고발인 299인을 모집해 3월 27일 최성 시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그 문제에 대해 잘 아는 분이 강현석 전 시장인지라 사실 파악을 위해 몇 번 강 시장을 찾아간 적이 있다. 또 그 뒤에 경찰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고 필요한 여러 사안들을 알아보기 위해서 강 시장을 찾아가 보곤 했지만 선거캠프에 참여한 적은 전혀 없다."

- 그런데 최성 시장을 고발하기 전에 정부 산하기관장인 S 이사장을 찾아가 법률자문을 구했다는 얘기가 있다.
"저는 S 이사장을 찾아간 적이 전혀 없다. 사실과 다르다. 강 시장이 찾아갔는지는 모르지만, 그분 얘기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 그분이 변호사여서 법률자문을 구한 것 아닌가.
"저한테는 법률자문 변호사가 따로 있다. 사단법인 청소년역사교육원 활동을 함께 한 L변호사한테 최 시장 고발 건을 갖고 찾아가 의논한 적이 있다."

- 최성 시장을 후보매수 혐의로 또 고발했던데.
"이평화 후보(경기도의원 후보) 문제도 기사가 난 것을 보고 안 것이지 저는 누구한테서 사주를 받거나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제가 고양에서 10여년 환경운동을 했고, 정치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강현석 후보의 인품이 좋아 선거를 옆에서 도와준 적 있지만 현실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

- 그런데 말씀하신 김영선 시의원 책은 법원에서 배포-판매금지 가처분이 인용되었는데 알고 있나. 검찰 고발건 수사는 어떻게 되어 가나?
"가처분을 받아들인 건 알고 있다. 저는 경찰 조사만 받았고 그 이후는 연락이 없다. 아마도 선거 때라 피고발인 조사를 하기 힘들 것이다."

- 공동 고발인 300명이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서 동원된 인물이라는 얘기가 있다.
"아니다. 그건 정확히 말씀 드리겠다. 제가 주변의 지인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고발인 서명을 받은 게 대다수이고, 일부는 강현석 후보가 시장 출마선언 전에 '일산포럼'(강현석 대표)에 공동고발인 명부를 보내 서명을 받은 적이 있다."

- 고발인들이 대부분 새누리당 당원들 아닌가?
"아니다. 저도 시민운동 한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하면 순수하지가 않다는 걸 안다. 그분들 중에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있겠지만 그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 현재 '고양시지킴이'라는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 단체를 검색해보니 최 시장 고발과 최 시장을 비난한 성명서 발표 등을 제외하곤 활동한 게 없더라.
"'고양시지킴이'는 원래부터 있던 조직은 아니고, 이번에 공동 고발인 몇 분이 제안해 임의로 만든 조직이다. 사실 제가 카페(인터넷) 하나 열어 놓은 것뿐이다. 가입자도 서너 명이 불과하고, 사실상 죽어있는 카페다."

- 최 시장을 반대하고 강 후보를 돕기 위해 급조한 단체가 아닌가?
"그건 아니다. 제가 과거에 고양 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을 했고, 강현석 시장 시절에 고양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2년간 무보수로 역사 강연도 했다. 그후 사단법인 청소년 역사교육원을 설립해 활동하다가 이번에 '고양시지킴이' 조직을 만든 것이다."

- 그런데 시민단체로서 활동이 없지 않느냐.
"최성 시장을 고발한 책이 1월 18일에 나오지 않았냐. 그 책을 보고 최성 시장한테 문제가 많다고 본 것이다. 그 뒤로 고양 시의회 속기록을 검색해보고 이 사안이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판단해 책과 속기록을 근거로 최 시장을 고발한 것이다."

- 고발 건에 대해 강현석 전 시장과도 상의했나?
"강 전 시장한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긴 했다."

- 강 후보를 사실상 외곽에서 지원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오해할 소지는 있다. 선거를 앞두고 고양시민 300인 명의로 최 시장을 고발할 때 보도자료에 밝혔다. 최 시장 관련 의혹을 인지한 때가 1월말이어서 공동 고발인단 모으느라 한 달 반 이상 걸려 3월말에 하게 된 것이지만, 고발 시점상의 오해 소지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제가 한쪽을 고발하면 다른 한쪽은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그걸 가지고 제가 강 후보를 외곽에서 지원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태그:#강현석, #김성호, #최성, #고양시장,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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