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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시기만 되면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많은 매체에 게재됩니다. 후보자와 참모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선거 결과를 보면서 이러저러한 의견을 내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단지 1~2%p의 차이에 사람들이 환호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눈에는 오차범위니 응답률이니 하는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눈에 보이는 수치만 크게 들어옵니다. 하나하나 잘 톺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선거에서의 여론조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후보자(정치인)에게는 영감을, 착한 시민(유권자)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 기자 말

냉정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가 널뛰기를 거듭했지만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김진표 후보가 남경필 후보를 많이 따라잡았다는 겁니다.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다는 것이죠. 물론 남경필 후보의 실수(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말 바꿈) 덕을 봤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구도와 텃밭을 보았을 때, 김진표 후보가 유리한 것이 없음에도 이만큼 선전하고 있는 것은 세월호 여파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당력(黨力)이 결집한 것도 아닙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은 김진표 후보에게 그다지 도움이 못 되고 있습니다. 당이 나서서 점수나 까먹지 않으면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판입니다.

김진표가 절대 자만해서는 안 되는 이유

유권자는 후보자를 지지하기 때문에 투표할 것이라고 대부분의 후보자는 착각을 한다.
▲ 대부분 후보자의 착각 유권자는 후보자를 지지하기 때문에 투표할 것이라고 대부분의 후보자는 착각을 한다.
ⓒ 최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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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이 결과가 김진표 후보의 노력에 의한 성과가 아니라 외부적 변수인 세월호 여파에 의해 이뤄진 성과라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남경필 후보는 정당지지율에 따라 자신의 지지율도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새누리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선 남경필 후보의 지지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이 말을 거꾸로 하면, 만약 새누리당이 현재의 상황에서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인다면 남경필의 지지율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고 김진표의 지지율은 개인이 어지간히 노력하지 않는 한 답보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입니다. 왜?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의 조직적 뒷받침을 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물론 이는 여론조사 분석 결과이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왜 '감성정치'에 접근을 했는지, 왜 김장수와 남재준을 다 쳐내고 내각을 교체하려고 하는지 설명이 됩니다. 새누리당에서는 남경필 말고도 같은 경향을 가진 수많은 후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실 이미 '착한 정치컨설팅 20'에서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한 적 있습니다. 바로 '유권자의 심리'입니다. 지금의 지지율은 김진표 후보가 자력으로 만든 상황이 아닙니다. 비록 김진표 후보의 지지율이 당의 지지율보다 더 높지만 이는 개인 김진표가 잘 해서라기보다는 새누리당(을 포함한 정부)이 못해서 나온 결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그림으로 설명을 했지요.
모든 유권자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나 대체로 유권자는 후보자에 대해 배제투표 심리를 가진다.
▲ 유권자의 심리 모든 유권자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나 대체로 유권자는 후보자에 대해 배제투표 심리를 가진다.
ⓒ 최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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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후보자 A, B, C에 각각 남경필, 김진표, 백현종(통합진보당 후보)을 대입해 보십시오. 한 치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요.

유권자 김, 이, 박, 최, 정, 강이 후보자 A, B, C(남경필, 김진표, 백현종)에 대해서 이런 심리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서 무책임과 무능력을 보인 정부여당에 대한 환멸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더 정확하게 말하면 '분노투표' 성향을 가진 것입니다.

1. 김진표가 좋아서 김진표 후보를 찍는 것이 아니라 남경필이 싫어서 김진표를 찍는다. 

2. 김진표가 좋아서 김진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지지하는 정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이기에 김진표를 찍는다.

3. 새정치민주연합이 좋아서 김진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싫어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선택한 것인데 (우연히) 김진표가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였다.

이것이 바로 선거 시기에 나타나는 유권자의 냉철한 심리입니다. 유권자의 '분노투표' 성향으로 김진표 후보가 지지율이 상승한 것이지 김진표가 잘 해서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아니라는 것, 좀 더 적나라하게 말씀 드리자면 사실상 조금 건드리기만 해도 금방 허물어지는 '사상누각(砂上樓閣)'이라는 겁니다. 6월 4일까지 무너지지 않고 가면 당선이 되는 것이고 무너지면 속절없는 것이죠. 이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떠오른 '보육교사 공약'

지난 3월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시장에서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경기도의 미래를 위해 저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하겠다"며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지난 3월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시장에서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경기도의 미래를 위해 저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하겠다"며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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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언론에서는 '혁신과 복지를 내세운 새누리당의 남경필 후보 vs. 경제와 경륜을 강조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진표 후보'의 양자구도가 격돌하면서 여야 후보가 뒤바뀐 듯한 묘한 양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서 '착한 정치컨설팅 2'에서 말한 것과 같이, '상대측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자신의 이슈 어젠다에 계속 포커스를 맞추도록 한다'는 소위 중도층 포섭전략(이슈 선점·해결의 법칙, 삼각주의, Triangulation)의 일환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유심히 봐야 하는 것은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양측이 충돌한 김진표 후보의 공약 '보육교사의 교육공무원 전환' 어젠다입니다. 이 공약은 경기지사 선거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를 교육공무원(김진표 후보 표현대로 한다면 사립학교의 준공무원 수준)으로 전환하는데 드는 '돈' 문제로 격돌하는 겁니다. 이 문제가 큰 어젠다라 것은 보육교사와 가족 등, 이 공약문제로 인해서 표를 좌우할 만한 유권자가 최소 20만 명 이상이고 보육과 복지에 민감한 30~40대 주부들의 표심을 자극할 만하기 때문입니다.

'혁신과 복지를 내세운' 남경필 후보는 이를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공격하고 있고, '경제와 경륜을 강조하는' 김진표 후보는 돈 별로 안 든다며 방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어젠다가 선거의 큰 쟁점으로 부각된다면 김진표에게 승산이 있습니다. 어젠다는 먼저 던지는 쪽이 유리하며 그 유리한 지점부터 갈라치기 전략을 사용해서 공약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김진표의 공약에 찬성하는 편과 그렇지 않은 편으로 나뉘어 버리는 것이죠. 어차피 선거란 대규모 유권자 패싸움이기 때문에 결집도가 높은 쪽이 이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수도이전'이라는 충격적 공약을 통해 충청도 민심에 대해 갈라치기 전략을 구사한 사례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그때 노무현 후보는 수도이전에 드는 비용 문제에 대범하게 대처했습니다.

선거 시기에 유권자는 말로는 인물과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한다고 하지만 그런 유권자는 10%에서 많아야 20%입니다. 대부분은 정당에 따른 투표 혹은 바람에 따른 투표를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김진표에게 더 유리합니다. 현재 유권자의 인식 속엔 과거 한미FTA를 추진하려고 했고, 론스타 먹튀가 연상되는 김진표는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분노투표를 하는데 마침 거기에 김진표가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정체성을 더 왼쪽으로 옮겨야 하는 것인데 마침 김진표가 내세운 공약은 여기에 부합하는 겁니다. 김진표의 정체성이 왼쪽으로 옮겨지는 공약인 것이죠. 여기에 딴죽을 거는 남경필 후보 측은 속절없이 말려들고 있는 겁니다. 이미 공격을 시작했으니 멈출 수도 없고, 계속 공격을 하자니 김진표 후보의 공약을 선전해 주는 꼴이 되니까 말이죠.

답은 나왔다, 상대의 이슈전환을 경계하라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김진표 후보가 수락연설을 하며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 필승 다짐하는 김진표 후보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김진표 후보가 수락연설을 하며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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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기간에 새누리당의 색깔을 바꾸고 경제민주화 아젠다를 선점하고 복지를 비롯해 여러 공약과 약속을 새누리당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만든 '광고쟁이'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모바일 정당을 만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렇게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득표를 위해서 파격적인 행보를 걷겠다는 선언인 것입니다. 그래야 당선이 되고 당선이 되어야 뭘 해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말을 하는 이유는 행여 모를 '이슈의 전환'에 말려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함입니다. 청와대가 국무총리에 안대희를 앉히든, 개각을 하든, 모바일 정당을 만들든, 거기에 말려들지 말고 지속적인 이슈 파이팅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답은 나와 있습니다. 상대의 이슈전환을 경계하여 공약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착한 정치컨설팅]을 사랑해 주시는 독자 여러분, 여론조사 분석을 잘 읽고 계신가요? 저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의 서울시장 박원순 후보의 원순TV(http://www.ustream.tv/wonsoontv)에 출연합니다. 매일 저녁 7시~9시까지 시사개그맨 노정렬과 함께 '원순쇼'를 진행합니다.



태그:#남경필, #김진표, #경기도지사 선거, #착한 정치컨설팅, #최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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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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