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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갈 데까지 가 보자' 현수막 철거 요청 여부를 두고 검찰과 진실 공방을 벌이던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가 검사와의 전화 녹음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현수막 철거는 법질서 준수의 상징"이라며 별 문제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26일 오후 2시 '구원파 평신도 복음선교회'는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다"라며 검사와의 통화 녹취록과 음성을 변조한 녹음내용을 공개했다. 구원파 측은 지난 21일 압수수색 당시 금수원 정문에 붙여놓은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 현수막을 검찰 측이 철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25일 기자회견에서 밝혔지만,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이를 부인하자 물증을 제시하며 폭로에 나선 것이다.

25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사 앞에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500여명이 검찰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 구원파 신도 잇단 긴급체포에 검찰 규탄 집회 25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사 앞에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500여명이 검찰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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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구원파 공개 녹취록서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그런 건 안 좋다"

구원파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현수막 철거를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윗분들이 안 좋아하시냐'고 묻는 구원파 신도에게 "아이 그럼요. 아 윗분들이 안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굉장히 안 좋아한다니까. 여론이 안 좋다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유병언 회장이 잘못해가지고 지금 조사받고 도망다니고 있는데 그게 뭐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 정부에 대해서 막 반대하는 것 그런 건 안 좋죠. '우리가 남이가'(현수막) 그것은 뭐 모르겠습니다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지검 앞에서 시위하지 말 것도 당부했다.

이 검찰 관계자는 철거한 현수막 대신 다른 내용을 내걸 것도 권유했다. 그는 '유병언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유병언 비리 수사와 우리 교단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한민국 법질서를 존중하겠습니다'와 같은 문구를 제시하면서 "의논 한 번 해보세요. 그렇게 하면 여론 진짜 좋아질 거예요"라고 했다. 그는 "우리도 검찰도 면(체면) 살고. 지금 뭐 우리는 엄청 코너에 몰려있어요"라면서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늦어져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도 언급했다.

이 검찰 관계자는 다음날 다시 전화를 걸어 '아직도 현수막이 붙어 있다고 한다'며 즉각 철거를 요구했다. '그런데 그게 엄청 중요한 거냐'라고 묻는 신도에게 이 검찰 관계자는 " 기자들이 안 뗐다고 그러더라구 자꾸"라면서 "어제 난 좋은 얘길 하면서 '플래카드 다 뗐습니다' 그랬는데, '아이 뭐 7시까지 안 뗐었는데 뭘 그래요'라고 (기자들이) 물어보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이 녹취록대로라면 이 검찰 관계자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관련 현수막을 철거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렸지만 기자들이 현수막이 철거되지 않았다며 면박을 줬고, 그에 대해 구원파 신도에 따진 것이다.

특별수사팀장 "문제될 발언 아냐, 현수막 철거는 법질서 상징"

이같은 폭로에 대해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김회종 2차장은 "(구원파 측이) 상황을 극한으로 끌고가는 면이 보여 대단히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반응했다. 25일 김 차장은 '현수막 철거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차장은 26일 오후에도 "확인을 해봤는데 수사팀 내부엔 누구도 그런 전화를 한 사람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압수수색에 참여했지만 수사팀이 아닌 검찰 관계자가 그런 말을 했을 수 있는데, 문제되는 내용은 없는 것 같다"며 "그 쪽(구원파) 이미지를 개선하고 법질서를 준수하자고 권유하는 그런 내용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가 현수막 철거 요청을 한 게 적절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금수원) 집회를 하면서 (수사 인력의) 진입을 방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문 앞에 현수막을 걸어놓은 것은 상징성이 있는 것"이라며 "(구원파가 압수수색에 동의한 뒤에는) 집회를 안 하겠다고 한 것이니까 그런 상징성이 있는 현수막은 제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차장은 구원파 신도들의 이날 기자회견 내용을 '구원파 내 소수의견'으로 간주했다. 그는 "복수의 협력자들에 의하면 90%, 대부분의 신도들은 유병언 회장 개인 문제에 환멸을 느끼고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극소수들이 '유병언이 구속되면 망한다'는 식으로 교회와 직결시켜 강경대응을 선동하고 있고 극심한 내부 갈등이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25일 밤 30대 여성 1명을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이 여성이 최근까지 유 전 회장과 함께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유 전 회장을 어떻게 도왔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로써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이유로 체포된 사람은 5명이 됐다.

구원파 신도들은 "우리 교인들이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며 검찰이 물증 없이 체포를 남발하고 임의동행을 강요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도들은 25일 김 비서실장 관련 현수막들을 다시 설치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3월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했던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현수막도 걸었다.


태그:#구원파, #인천지검, #현수막, #김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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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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