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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후보직 사퇴 발표를 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 안대희 총리 후보 전격 사퇴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후보직 사퇴 발표를 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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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28일 오후 6시 40분]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국무총리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지난 22일 국무총리에 지명된 지 6일 만이다.

안 후보자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소재 정부종합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총리 후보자로 임명된 이후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의혹들로 인해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라며 국무총리 후보직 사퇴를 발표했다.

안 후보자는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공직에 있을 때 전관예우를 한 적이 없어서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전관예우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했다"라며 "억울하거나 가난한 사람 편에 서는 것도 잊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 후보자는 "여러 가지 부족한 제가 계속 후보자로 남아 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늘 보이지 않은 힘이 됐던 가족들과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는 것도 저로서는 너무 버겁다"라고 각종 의혹 제기로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안 후보자는 "저를 믿고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한 대통령께도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며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평범한 한 서민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안 후보자는 "제가 국민 여러분께 약속한 기부는 성실하게 이행하도록 하겠다"라며 "그동안 국민 여러분이 보내주신 분에 넘치는 사랑에 깊이 감사한다"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커져가는 '전관예우 수임료'에다 수상한 5억여 원 현금·수표

이날 안 후보자의 기자회견은 긴급하게 잡혔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국무총리 후보직 사퇴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안대희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한 한 관계자도 기자회견이 잡히기 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총리실에서 수임료와 관련해 정리해서 발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핵심쟁점으로 떠오른 '전관예우 수임료' 문제를 해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예상을 깨고 그는 국무총리직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이를 두고 "역시 '칼잡이'(특수통 검사를 가리키는 은어)답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이 "사퇴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물었지만, 안 후보자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이어 기자들이 "박 대통령에게 연락을 받지 않았나? 언제쯤 연락을 받았나?", "가족들에게 부담이 됐던 것이냐?" 등의 질문을 쏟아내자 안 후보자는 "아들 등 가족, 의뢰인 이렇게 하시죠"라고 답변했다.

안 후보자가 지명된 지 6일 만에 국무총리직을 사퇴한 결정적 이유는 2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전관예우 수임료'였을 가능성이 높다.


국무총리 후보자에 지명된 직후 안 후보자가 변호사 개업으로 5개월간 16억여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월평균 3억2000만 원, 일평균 약 1067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는 지난 26일 "저의 소득은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한 결과이다"라고 주장했지만, 전관예우가 아니라면 힘든 금액이라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시선이다.

문제는 안 후보자의 '전관예우 수임료'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그가 국회에 제출한 '재산신고 관련 부속서류'를 보면, 2014년 1월부터 4월까지 19건의 사건을 수임했고, 총 4억400만 원의 수임료를 반환하겠다고 신고했다. 최소한 그가 약 10개월 동안 20억여 원의 수임료를 받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안 후보자의 납세사실증명서를 분석한 결과, 그는 2013년도에 1억8700여만 원, 2014년도에 8900여만 원의 부가가치세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역산하면 그가 27억 원의 '매출'(수임료)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전관예우 수임료' 의혹은 점점 커져갔다.

게다가 안 후보자가 '채무'라고 신고한 5억6150만 원도 의심받았다. 이 가운데 5억1950만 원은 국무총리에 지명된 이후 의뢰인들에게 되돌려주려고 찾아놓은 현금·수표였다. '문제'가 전혀 없다면 수임료 반환은 보통 계좌 이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현금·수표' 5억여 원은 새로운 의혹거리로 떠올랐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오전에 열린 인사청문사전검증팀 연석회의에서 "소송채무를 반환할 목적인데 왜 계좌 이체가 아닌 현금 (반환)으로 하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수임료 반환도 총리 지명을 염두에 둔 정치적 반환이 아닌지 규명해야 한다"라고 공세를 폈다.

'청빈검사' 이미지 훼손에 부담 느낀 듯... '김기춘 책임론' 나와

그런 와중에 이날 장남의 병역 특혜 복무 의혹까지 불거졌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인 안아무개씨는 지난 2010년 4월 입대한 뒤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의경으로 배치된 뒤 다음해인 2011년 1월 경찰청 본청으로 발령난 것을 두고 당시 대법관이던 안 후보자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다.

경찰청 의경계의 한 간부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안 후보자의 아들은 핵안보정상회의 기획단 행정요원으로 근무했다"라며 "외고출신으로 외국어를 잘해서 행정요원으로 발령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그는 "대법관이었던 아버지가 개입할 수는 없다"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칼날 검증이 가족들에게까지 미치자 안 후보자가 부담을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사퇴 결심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장남이 병역을 면제받은 것도 아니고, 경찰청 근무도 대체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기 때문에 야당에서도 크게 문제삼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전관예우 수임료' 논란이 점점 커지면서 그동안 쌓아온 '청빈검사', '국민검사' 등의 긍정적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에 가장 큰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안대희 변호사 사무실의 한 관계자는 "전관예우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상황이 이렇게까지 번져 많이 지쳤다"라고 토로했다.

안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사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꺼내든 회심의 카드였다. 하지만 그가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사퇴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정국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 책임론을 제기하며 김 실장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향후 수석비서관을 전원교체할 때 김 실장이 여기에 포함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안대희 전 후보자가 오늘 언론에 사퇴를 발표하기 직전에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더 이상 정부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사퇴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해왔고, 비서실장을 통해 이 내용을 들은 박 대통령은 안타까워 하셨다"라고 전했다


태그:#안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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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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