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실천하겠습니다."

경남대(사립) 교수 73명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이같이 다짐했다. 감정기(사회복지), 강문구(정치외교), 강인순(사회) 교수 등 교수들은 '뜻을 같이하는 경남대 교수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3일 성명서와 참여자 명단을 언론사에 배포했다.

경남대 교수 41명은 2013년 10월 "공권력 대선 개입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2009년 교수 71명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경남대 교수들은 3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은 창원 정우상가 앞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 시민분향소의 모습.
 경남대 교수들은 3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은 창원 정우상가 앞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 시민분향소의 모습.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교수들의 입장이 경남지역 대학에서 나오기는 처음이다. 경상대(국립) 교수들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시국선언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대 교수들은 먼저 정부에 대해 "실종자 수색을 빠른 시일 내에 완료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또 교수들은 "침몰사고의 원인은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하며 불법을 저지른 자들은 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되어야 할 것"과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집권여당, 국회, 사법부는 즉각적이고 철저한 혁신을 통해 시민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을 촉구했다.

교수들은 "교육부는 학벌이 타파되고 미래세대가 자율적이고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교육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일에 동참해야 할 것"과 "왜곡보도로 진실을 가리고 시민들을 호도하는 일부 언론은 시민사회의 요구와 내부의 민주적이고 합리적 목소리를 수용하여 언론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다음은 '세월호 참사' 성명 전문과 참여 교수 명단이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실천하겠습니다

지난 4월 16일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지 벌써 한 달 보름이 지났습니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실종자들이 조속히 가족의 품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원하고 있습니다. 뜻을 같이 하는 우리 경남대학교 교수들도 희생자들의 영령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유가족들도 깊은 슬픔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두 손 모아 빕니다.

세월호를 침몰로 내몬 자본권력과 정확한 사실보도는커녕 허위사실을 받아 적고 선정적으로 보도하기 바빴던 주요 언론과 방송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여 자괴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친다면서 우리는 진정한 스승이었는가, 아니면 그냥 타성에 젖어 지식이나 파는 한낱 장사꾼이 아니었던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효율을 중시하고 돈만을 추구하는 탐욕에 눈먼 신자유주의사회에서 인간과 자연의 생명은 능멸되고 개인은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런 대한민국은 이미 자본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탐욕이 머리꼭대기까지 가득 찬 신자유주의 자본과 그와 결탁한 권력과 일부 지도층에 저항하고 철저한 반성을 통하여 생명이 소중한 사회를 만들어내어야 합니다. 

국가의 사명이 무엇입니까? 사회가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지 않도록 하고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질서를 수호하며 자유롭고 창조적인 미래 세대를 키워내는 일이 바로 국가의 사명이라 하겠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가 없었더라면 20년이 넘은 낡은 선박들이 우리의 바다를 위험하게 다니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세월호 참사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마치 적진으로 돌격하듯이 규제를 없애고자 합니다.

그러나 규제완화만 없었더라면 과연 우리나라는 안전했을까요? 우리나라는 평온할까요? 부정부패가 만연한 고위 관료사회와 그 이익단체, 법원의 결정을 능멸하고 비정규직을 남용하여 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대자본, 버젓이 드러내놓고 권력에 추파를 던지며 시민의 눈과 귀를 호도하는 언론과 방송을 사유화한 일부 경영진, 미래세대를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교육과 학벌사회, 시도 때도 없이 색깔론으로 시민을 겁박하는 일부 정치인들, 사랑은커녕 공감의 공자도 모르는 일부 종교지도자들, 죽은 학문으로 세상을 왜곡하는 많은 교수들, 이들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시민들은 행복하지도 안전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사회를 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일이 살아남은 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를 겪은 유가족들에 대한 진정한 보상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나라가 잘못된 제도를 철폐하여 공정한 제도로 바꾸고 정의롭고 윤리적인 사회로 나아가도록 촉구합니다. 이에 다음 몇 가지를 주장하면서 이러한 개혁에 적극 동참하고자 합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영령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이 사건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 정부는 실종자 수색을 빠른 시일 내에 완료해야 할 것입니다.
- 침몰사고의 원인은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하며 불법을 저지른 자들은 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되어야 할 것입니다.
- 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집권여당, 국회, 사법부는 즉각적이고 철저한 혁신을 통해 시민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 정치권은 시민사회와 함께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선거제도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 교육부는 학벌이 타파되고 미래세대가 자율적이고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교육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일에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 왜곡보도로 진실을 가리고 시민들을 호도하는 일부 언론은 시민사회의 요구와 내부의 민주적이고 합리적 목소리를 수용하여 언론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2014년 6월 3일. 뜻을 같이하는 경남대학교 교수 일동(73명)

감정기(사회복지), 강문구(정치외교), 강인순(사회), 권종일(영어), 고재홍(심리), 권현수(사회복지), 김경복(국교), 김남석(신문방송), 김대중(영어), 김선광(무역), 김성언(경찰), 김연민(영교), 김영곤(e-비즈니스), 김영상(영어), 김영주(신문방송), 김용복(정치외교), 김은정(국교), 김재현(철학), 김정대(국문), 김종덕(사회), 김종원(문화콘텐츠), 김지미(사회복지), 김창윤(경찰), 김태식(중국), 김태훈(심리), 김학범(경영), 김학수(경영), 김형태(국문), 류승아(심리), 박대길(전자), 박준수(조선해양IT), 배대화(국문), 변종현(국교), 서익진(경제금융), 신동순(식품영양), 신원식(사회복지), 안차수(신문방송), 양상용(토목), 양영자(사회복지), 엄태완(사회복지), 여성구(무역), 옥원호(행정), 유영민(건축), 유장근(역사), 윤존도(나노신소재), 이두헌(교양), 이상용(컴퓨터), 이선미(국문), 이수훈(사회), 이원제(도시환경), 이은진(사회), 이재승(중국), 이지우(역사), 이호열(경영), 이환우(기계), 장동석(관광), 장윤정(사회복지), 정병대(경영), 정상윤(신문방송), 정성기(경제금융), 제경숙(유아교육), 조옥귀(심리), 지주형(사회), 진익수(정보통신), 진홍근(신문방송), 최덕철(경영), 최송자(중국), 최성규(산업디자인), 최유진(철학), 최청호(정치외교), 하춘광(사회복지), 하태인(경찰).


태그:#세월호 참사, #경남대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