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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외치며 행진하는 알바데이 참가자들
▲ '최저임금, 1만원까지 올려라' 지난 5월 1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외치며 행진하는 알바데이 참가자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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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인 미국의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2배로 올리라며 100여 개 도시에서 동시파업을 벌이고 본사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습니다.

패스트푸드 본사가 전 세계를 상대로 햄버거를 팔아 벌어들인 어마어마한 수익은 소수의 경영주들에게만 돌아가고 노동자들은 턱없이 낮은 최저임금만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용자 단체까지도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최저' 임금을 넘어 '초저' 임금 수준인 아시에서는 노동자들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OECD 최고의 소득불평등 나라. 기업과 가계의 소득격차가 OECD 최고인 우리나라에서도 최저임금 문제는 세간의 관심거리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합리적 기준'을 강조하며 사실상 동결수준의 인상안을 밝히고 있고, 경영계는 한 술 더 떠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매년 반복하는 주장은 경제가 어려운데 인건비만 자꾸 오르면 중소상공인들이 다 죽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놈의 경제는 매년 어려웠고 중소상공인들도 매년 어려웠습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와 경영계의 노력은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의 무능력에 치가 떨립니다.

한편 최저임금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돈은 잘사는 자들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검색창에 재벌을 검색하면 '억대 어린이 주식부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10대 재벌이 소유한 부동산이 사상 최초로 60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대기업들이 총수 일가에게 순이익의 10여 배에 달하는 '폭탄배당'을 실시했다는 등의 기사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알바노조 조합원들은 4월 11일 프레스센터 19층 회저임금위원회 전원 회의장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기대한다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 앞에서 피켓시위 중인 알바노조 알바노조 조합원들은 4월 11일 프레스센터 19층 회저임금위원회 전원 회의장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기대한다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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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당에 정부와 경영계가 중소상공인 핑계를 대는 것은 그들이 최저임금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정부와 경영계는 의도적으로 최저임금 문제를 가난한 중소상공인과 노동자들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 중 열에 아홉은 일명 '투잡알바'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임금은 낮은데 생계비가 자꾸 늘어서'라고 그 이유를 말했습니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알바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선 알바에만 전념해야 합니다.

많은 알바노동자들이 투잡이든 쓰리잡이든 휴일이든 야밤이든 알바를 하고, 하루 중 일하지 않는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긴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낮은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을 '일하는 기계'로 전락시켰습니다. 낮은 최저임금은 삶의 여유나 미래를 준비할 시간 마저 모두 빼앗아 갔습니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시급 1만 원도 부족합니다.

6월 5일,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에 알바를 비롯한 1700만 임금노동자의 시급이 세종시 골방에서 아무도 모르는 근거를 토대로 결정되고 만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 낮은 최저임금이 노동자 한명 한명의 삶을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하는지를 들춰내는 활동도 시작되어야 합니다.

고작 200~300원의 푼돈으로 결정하는 시혜적인 최저임금을 뛰어넘어 기계처럼 일하는 우리 삶을 멈추기 위한 최저임금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것입니다. 알바노조는 저열한 최저임금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고발할 것이며,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최저임금위원회를 피곤하게 만들 것입니다. 더불어 대국민 캠페인으로 최저임금 1만 원 지지를 호소하고 작든 크든 국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을 모아나갈 것입니다.

생명을 짐짝 취급하는 권력과 돈에 미친 기업에 맞서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싸움, 2014년 최저임금 1만 원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구교현은 알바노조 활동가입니다. www.alba.or.kr 알바노조(02-3144-0936)



태그:#최저임금, #패스트푸드노동자, #알바노조,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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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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