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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강원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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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6·4지방선거는 "지난 2011년 보궐선거보다 더 힘든 선거였다"라면서 "(새누리당 후보에 비해) 조직이 워낙 열세인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다 보니, 굉장히 쫓기는 선거를 했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번 선거에서 강원도민들이 이전과 같이 특정 당에 무조건 도장을 찍는 식이 아니라 특정 인물과 정책을 확인하고 나서 "정교하게 투표를 했다"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유권자들이 아주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라는 소감을 덧붙였다.

최 지사는 또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강원도민들이 자신을 선택한 것을 보고는 "이젠 보수냐 진보냐로 구분을 해서 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강원도민들의 투표 성향에 일정한 변화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 이번 선거는 지난 2011년에 있었던 보궐선거와는 다른 경험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당선 소감을 말씀해 달라.
"보궐선거 때보다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때 당시에는 일대일 선거, 당의 대표 인물을 내세운 당 대 당 선거였다. 그래서 역량이 비슷한 사람끼리 대결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국 선거를 하다 보니까, (후보 간에) 역량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선거를 치르게 됐다. 그 결과 강원도에서는 (상대 후보를 비롯해) 새누리당 국회의원 9명, 시장·군수·도의원·시의원·군의원 등과 맞서 선거를 치러야 했다.

전체적으로 한 10대 1의 선거를 한 셈이다. 그래서 그때보다 힘들었던 선거였다. 상대는 후보 1명과 국회의원 9명, 그래서 10명이었다. 이번에 시장·군수 선거 결과만 봐도, 15대 2대 1이다. 새누리당이 15, 무소속이 2, 새정치민주연합이 1이다. 도의원은 38대 6였다. 시의원·군의원은 더 차이가 난다. 이렇게 조직이 워낙 열세인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다 보니, 굉장히 쫓기는 선거를 했다고 봐야 한다."

- 선거가 본격화되기 전에는 상대 후보를 만만하게 본 측면도 없지 않은데….
"만만하게 보지는 않았다. 여론조사가 좀 그렇게 나왔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조직의 열세, 강원도의 정치적 관성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이 세 가지가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나는 굉장히 힘든 선거로 봤다."

- 지난 5일 개표가 화제였다. 오전 5시가 넘을 때까지 당락이 결정나지 않았다. 혹시 이런 결과를 예상했나? 
"당시에 박빙일 것으로 보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엎치락뒤치락 할 정도로 보지는 않았다. 아무리 늦어도 오전 1~2시에는 끝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결국 날이 동이 틀 때까지 갑갑한 시간을 보냈다. 여하튼 나는 이번 선거에서 (지난 임기 동안의) 내 경력이 인정된 점 그리고 강원도민의 반은 저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경고·질책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새누리당 최흥집 후보와의 지지도 격차가 점점 더 좁혀졌다. 최흥집 후보의 그 같은 저력이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나? 
"최흥집 후보 개인이 가진 힘이라기보다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새누리당이 가진 조직, 조직력의 강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 그리고 강원도의 정치적 관성 등이 융합됐다. 그러면서 본래 새누리당의 실력이 나온 것이다. (선거 전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차이가 많이 나온 것은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바로 강원도의 현재 정치 지형이다.

세밀하게 따져 보면, 지난번 보궐선거(2011년 4월)에서 엄기영 후보와 붙었을 때와 표 분포가 거의 똑같다. 그 당시 내가 2만5000여 표 차이로 이겼다. 이번에는 1만3000여 표 차이로 이겼는데, 여기에 1만2000여 표는 진보정당 (이승재 후보에게 간) 표였다. 진보정당 지지표가 내게 왔으면, 결국 똑같아진다. 정치적인 분포로 보면, 지난번 선거와 거의 비슷하다."

- 그 말은 지난 3년 사이 최 지사 지지도에서 별 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얘긴데….
"결국 이번 선거는 지난 번 표를 방어하는 선거였다. 겨우 방어했다고 봐야 한다(웃음). 그런데 그 사이에 어떤 정치 변화가 있었냐 하면, 총선과 대선이 있었다. 총선과 대선 당시 강원도에서 우리(새정치민주연합)이 완패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선거에서 이런 관성이 관철되는 것을 겨우 막아냈다고 해석하고 있다."

"유권자, 이젠 진보-보수 나뉘어 투표하지 않아"

최문순 강원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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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흥집 후보가 막판에 초초한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들고 나와 "조금만 더 도와 달라"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할 분이다. 그분도 그렇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는데, 소속 정당에서 (대통령의 눈물 등) 그런 점들을 (선거에) 활용한 것은 대통령께 좋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은 그냥 우리 전체 국민의 대통령으로 둬야 한다는 생각이다."

- 대통령의 눈물이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지…. 
"지역 별로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 때문에 결집된 지역이 있을 수 있고, 오히려 (새누리당에) 돌아선 지역이 있을 수도 있다. 정확하게 분석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리 강원도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결집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

- 앞서도 언급했지만, 강원도에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결과 18개 시·군 중 15개 시·군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강원도에서 야권의 입지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나?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를 보고 강원도민들께서 정교하게 투표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전처럼 1번을 죽 내리찍거나 2번을 죽 내리찍는 게 아니고, 도지사는 2번, 시장 군수는 1번, 또 여기는 무소속으로. 또한 삼척시 같은 곳에서는 도민들이 정확하게 정책 투표를 했다. 반핵 정책 투표를 한 것이다. 한편, 속초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이겼는데, 이곳에서는 현 시장을 심판하는 성격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것들을 아주 상세하게 들여다보고나서 도민들이 아주 정교하게 투표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고, 유권자들이 아주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 하지만 지금까지의 선거 결과를 보면, 강원도민들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경향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내가 진보적인 정책 몇 가지를 펼쳤다. 예를 들어서 도립대학 등록금을 32만 원까지 깎았다. 전국 최초였다. 50% 넘게 깎았다. 이번에도 대학생 등록금을 20만 원씩 지원하는, 전국 최초의 등록금 지원 정책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 최초로 고등학교 무상 급식을 시도했다가 도의회 반대로 무산됐다.

반핵, 골프장 허가 중단 등의 문제들은 강원도의 정치적 성향과는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강원도민들이 나를 찍어준 걸로 봐서는 이젠 진보냐 보수냐 등의 구분으로 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진보 정책들을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집행을 해내느냐, 이것이 관건 아닌가. 지난번에 박근혜 대통령도 우리(새정치민주연합) 당의 복지 정책들을 다 가져가서 당선됐다. 기초노령연금 20만 원 등의 정책을 우리보다 더 과감하게 해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정책들에 대해서 당이 조금 더 신념을 가지고 해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조직확대 등에 대한 확고한 철학 필요"

최문순 강원도지사 당선인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사진은 지난 3일 속초 유세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최문순 강원도지사 당선인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사진은 지난 3일 속초 유세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 최문순 후보 선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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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선거는 최문순 도지사의 개인적인 역량이 돋보이는 선거라는 평가가 있다. 그에 반해 새정치민주연합의 강원도당은 무슨 역할을 수행했냐는 비판도 있다. 
"내가 봤을 때, 새정치민주연합 강원도당은 최선을 다한 것 같다. 그런데 도당이 중앙당의 기본 철학과 신념을 분명하게 가져가는 문제, 그리고 그 철학과 신념을 기초로 해서 조직과 정책을 확장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 당이 자꾸 흔들리는 것 같다.

앞서도 말했지만, 아주 보수적인 지역인 강원도에서 진보 정치인으로서 도민들을 설득해 나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우리 당도 자꾸 정책들을 포기(중도를 주장하는 등)하려 하지 말고, 정책들을 잘 만들고 더 확대하는 방향을 택해야 한다.

고등학교 무상급식이나 버스공영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정책들은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봤을 때 생활에 큰 도움이 안 되는데도 지지해준다. 그러니까 새정치민주연합은 조금 더 과감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면 무상교육제도라든지 국민이 생각하기에 '진짜 살아가는데 이 당을 지지하면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이런 정책들을 잘 만들어서 끈질기게, 일관성 있게, 소신 있게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그러자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조직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때 도지사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내가 행정인으로서 직접 조직을 확대하는 등의 활동은 할 수 없다. 도지사는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한다. 그런 일은 당에서 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정치를 잘함으로써 외연이 넓어지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당은 앞서 말한 대로 우리의 정체성, 확고부동한 신념, 그것에 대한 정책 그리고 정책들을 기반으로 한 조직 확대 등에 대해 조금 더 확실한 철학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태그:#최문순, #강원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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