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교육시민단체 '좋은교사운동' 주최로 16일 교육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교육운동의 과제는 무엇인가'란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교육시민단체 '좋은교사운동' 주최로 16일 교육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교육운동의 과제는 무엇인가'란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 유성애

관련사진보기


"강의에 자율성을 주는 등 혁신학교는 사실 유럽으로 치면 보수주의자들이 하는 정책입니다. 그런데 자꾸 혁신학교를 '좌파학교'로 몰아가는 이유가 뭘까. 그건 보수 측의 열등감이라고 봅니다. 이주호 전 장관(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시절에 보수 교육정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가 높았는데,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던 데다 세월호 사고가 종지부를 찍은 거죠." (이광호 함께여는교육연구소 소장)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중 13개 지역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대거 당선돼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16일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교육운동의 과제는 무엇인가'란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시민단체 좋은교사운동(아래 교사운동) 주최로 이날 오후 7시 서울 관악구 청룡동 교사운동 사무실에서 개최된 간담회에는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 이범 교육평론가,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이광호 함께여는교육연구소 소장 등 교육전문가 4명이 패널로 참석했다.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들은 공통적으로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앵그리 맘'들의 역할과 학부모들의 교육 변화에 대한 열망이 이번 선거 결과를 낳은 주요한 이유라고 봤다. 이들은 특히 새로 당선된 교육감들의 과제로 입시경쟁의 근본적인 해소와 혁신학교 활성화를 꼽는 한편, 교육시민단체도 무상급식 등 진보적 정책들을 함께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수의 민낯 드러난 선거... "중도·보수 학부모들의 변심 작용했다"

이광호 함께여는교육연구소 소장은 이번 선거의 결과에서 진보 진영의 혁신교육에 대한 '제한적 지지'가 있었다고 봤다. 이 소장은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총리 임명 등에서 볼 수 있듯 보수의 맨얼굴이 그대로 노출됐다"며 "박근혜 대통령 등이 알 수 없는 자녀 교육의 현실, 나아가 진보 진영이 제시하는 혁신교육 가능성에 대한 제한적인 지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도 혁신교육과 무상교육 확대 등에 대해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이어 "선거에 무엇보다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세월호 참사로, 특히 유의미한 부분은 중도·보수 성향 중산층 학부모들이 변심"이라며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교육감 선거에서만은 진보 교육감을 지지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김형태 교육의원도 뜻을 같이 했다. 김 의원은 "문용린 전 교육감이 진보와 보수를 통합해 이끌 수 있기를 바랐는데 자신의 입장을 고수해 유권자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겼다"며 이후 "국민들이 지난 4년간 벌어진 무상급식과 학교인권조례 등의 정책 전쟁에서 사실상 진보교육의 손을 들어줬다"고 평가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왼쪽부터), 민병희 강원교육감, 조희연 서울교육감, 장휘국 광주교육감 당선자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육감 당선자 상견례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손 맞잡은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 김병우 충북교육감(왼쪽부터), 민병희 강원교육감, 조희연 서울교육감, 장휘국 광주교육감 당선자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육감 당선자 상견례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단순히 세월호 사고 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세월호 이전부터 중요한 교육적 변화들이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기업채용 과정에서의 학벌주의 완화, 혁신학교에 대한 요구들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고 말했다. 참사 이전에 이미 혁신교육에 대한 갈망들이 있어 왔다는 것이다.

이씨는 특히 "보평초등학교 등 혁신학교에 강남 엄마들이 이사를 가는 이유는 두 가지로, 아이들이 굉장히 행복해 하는 것과 이렇게 하더라도 대입에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혁신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의지다, 혁신교육을 확대시키는 데에는 관료주의와 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해묵은 진영논리 벗어나야... "결국 중요한 건 학생 중심의 교육환경"

이들은 이어 2기 진보교육감의 과제와 함께 교육시민운동의 역할에 관해 토론했다. 김형태 교육의원은 "서울의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서울시와 교육청, 구청 등이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면서 "교육감 한 명이 나서기보다는 전체 교육감들이 모이는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감들 모두가 합의하고, 이를 통해 한 목소리로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광호 소장은 '혁신학교의 질적 도약'을 강조하며 중·고등학교 교육을 내실화 시켜야 한다고 봤다. 그는 특히 "문화자본을 가진 중산층 전업주부들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교육감들이 정부가 추진 중인 2015년 융합교육과정에 대해 실질적 대안을 내놓는 한편, 중산층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공교육에 대한 신뢰와 참여로 연결 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묵은 진영논리를 벗어나자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태 교육의원은 "여야든 진보든 보수든 OECD 국가의 중간은 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교육재정 투자 등 실질적인 교육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이라며 "교육 정책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지 말고, 정말 교육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중요한 건 학생 중심의 교육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주도권을 높여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정동혁(50) 교사는 "좋은 정책과 좋은 시스템이 좋은 교육을 만들어내는 건 아니라고 본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학생들을 교육의 중심에 세워 실질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사회를 본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교육감들께서 학생들을 위한 정책을 펼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방향성에 대한 제안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며 "교사 평가와 학생들에 대한 평가제도를 개선하는 등 다방면에서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태그:#혁신교육, #좋은교사운동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