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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전후 진주지역 민간인 희생자와 5월 광주민주항쟁 희생자들이 만났다. 두 사건의 성격은 다르지만 국가폭력에 희생되었다는 사실은 같은 것으로, 서로 위로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가 20일 오후 진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64주기 제6회 합동위령제'를 지냈는데, 광주 (사)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이 참석한 것이다.

오월어머니집은 5월항쟁 때 목숨을 잃었거나 부상당한 아들·딸, 남편을 잃은 어머니들이 모여 오월의 공동체 정신을 이어가는 곳이다. 오월어머니집이 진주유족회에 행사 결합의사를 전달해 이날 만남이 이루어졌다.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는 20일 오후 진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64주기 제6회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는 20일 오후 진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64주기 제6회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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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가 20일 오후 진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연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64주기 제6회 합동위령제"에 강민아, 류재수 진주시의원 등이 참석해 앉아 있다.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가 20일 오후 진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연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64주기 제6회 합동위령제"에 강민아, 류재수 진주시의원 등이 참석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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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머니집 관계자는 "사건의 성격은 다르지만 똑같은 국가폭력의 희생자로서 서로 위로하자는 취지에서 참석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진주유족회-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위령제를 지낸 뒤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에 있는 민간인학살 집단매장지 발굴 현장과 컨테이너 임시안치소를 참배하기도 했다.

"유해들이 아직도 전국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이날 합동위령제는 전통제례와 문화공연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초헌관은 강병현 진주유족회장, 아헌관은 심현보 진주시의회 부의장, 종헌관은 정영우 진주유족회 임원이 맡았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집단매장지에서 나온 유골을 국가가 나서서 보관·관리할 것을 촉구했다. 강병현 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유해들이 아직도 전국 곳곳에 방치되고 있다"며 "진주에도 수많은 이 나라의 국민들이 지하에서 잠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해자인 국가는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당연히 지켜야 할 국가적 책무인 법적·정치적 책임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조차 지지 않으려고 하는 현실"이라며 "정확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과 억울한 넋들의 원혼을 달래는 위령사업은 여전히 숙제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쟁전후 진주 일원에서는 많은 민간인들이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 당했다. 진주 명석면 용산고개에 집단매장지가 있었는데, 지난 2~3월 사이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발굴해 최소 35구의 시신을 수습하기도 했다.

또 마산 진전면 여양리에 있던 집단매장지에서 지난 2004년 총 163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진주유족회는 이 유해를 경남대에 보관해 놓았다가 지난 2월 진주 용산고개에 컨테이너를 마련해 임시안치해 놓았다.

강병현 회장은 "죽을 때도 억울한 죽음이요,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고, 유골은 편안한 안식처를 찾지 못했는데, 넋인들 어디에 편히 잠들겠느냐"고 따졌다.

또 강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 국가기구인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이 2010년 12월 종료되면서 '민간인집단희생 유해발굴과 안장을 위한 건의'를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하여 국가 차원의 후속 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는 20일 오후 진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64주기 제6회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는 20일 오후 진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64주기 제6회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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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는 20일 오후 진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64주기 제6회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는 20일 오후 진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64주기 제6회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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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장과 국회의원 등 인사들은 이날 추모사를 서면으로 보냈다. 이창희 진주시장은 "진주지역 민간인 희생사건은 아직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겨놓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 금할 길이 없다"며 "아픈 역사를 용서와 화해로 극복하고 유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밝혔다.

박대출 국회의원(진주갑)은 "반세기 동안 억울한 죽음이 은폐왜곡돼 통한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김재경 국회의원(진주을)은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억울하게 고통받은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변항종 진주경찰서장은 "불행한 민족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희망찬 미래를 향해 우리 모두 용서와 화해로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길 염원한다"고, 김광년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공동대표는 "위령제가 영령들을 추모하는 자리일뿐만 아니라 아직 제대로 다 못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굳은 각오를 다지는 자리여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진주유족회, #민간인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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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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