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2015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아래 최임위) 심의가 열리고 있다. 최임위 사용자 위원은 올해도 여전히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 6700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아래 알바노조)은 최저임금 1만 원 캠페인을 올해도 펼치고 있다. 알바노조는 2015년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시기인 6월 28일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이 필요한 천 가지 이유' 캠페인을 펼친다.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1만 원이 필요한 이유를 보내와 싣는다. [편집자말] |
[안현진] 최저임금 몇 백원 오르는 사이, 한끼 밥값은...내가 처음 한 알바는 고3 수능 끝나고 한 레스토랑 서빙이었다. 나는 근로계약서도 읽어보지 못하고 보건증과 통장사본만 제출한 뒤 바로 일을 시작했다. 근무시간이나 임금에 대한 협상은 없었다.
일은 간단했다. 주문을 받고 음식이 나오면 손님에게 가져다 주고 다시 빈 접시를 가져오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매장 전체를 담당하며 내내 서서 서빙하고 받는 돈은 시간 당 5천원이었다. 반면 내가 서빙하는 음식들은 한 접시에 2~4만 원이었다. 큰 테이블 40여 개를 돌아다니며 테이블 당 몇 만 원 어치의 음식을 서빙했다.
하지만 이렇게 일을 해도 정작 나는 내가 서빙하는 음식 하나도 사먹기 힘들었다. 한 시간 동안 내가 서빙하는 음식은 마흔 개가 넘지만 한 시간 일해서는 고작 콜라(당시 레스토랑에서 5천 원) 하나 밖에 사서 마실 수 없었다. 손님들이 먹는 파스타는 내가 세 시간은 일해야 겨우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지금은 첫 알바를 한 때로부터 약 삼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요즘은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면 대개 시급 5500원을 받는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최저임금으로 밥 한끼 사먹기 힘든 상황은 여전하다. 최저임금이 몇 백원 오르는 사이 밥 값은 더 많이 치솟았고, 이제는 점심시간에 밥 한 그릇 먹기위해서는 기본으로 5~7천원은 써야 한다.
한끼 밥도 먹기 힘든데 하루 종일 한 달을 일 해도 주거비, 교통비를 포함한 생활비 해결이 어려운 건 누가 묻지 않아도 당연하다. 지금의 최저임금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보증금조차 모으기 힘들다.
각 개인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의식주가 보장될 정도의 임금이 필요하다. 나는 적어도 한 시간 일하면 한 끼 밥 정도는 여유롭게 사먹을 수 있길 바란다. 한 달 일하면 최소 생활 정도는 보장되길 바라며, 더 나아가 여유자금도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조윤] 모든 알바가 '꿀알바'가 되길!얼마 전, 나는 아르바이트에서 잘렸다. 부모님께서는 용돈을 주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새로운 알바를 구해야 한다. 요새 알바 중개 사이트를 보면 '꿀알바'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꿀알바'는 그다지 힘들지 않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뜻한다.
하지만 현재 아르바이트 노동 시장에서 '꿀알바'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꿀알바'를 찾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꿀알바'의 조건을 맞추기에 2014년 최저임금 5210원은 택도 없다. 지금의 최저임금은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는 한, 한 달 동안 필요한 생활비를 벌기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은 모두가 꿀알바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른다면 우리는 장시간 노동을 할 필요가 없고, 그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짧은 시간 일을 하고 필요한 생활비를 벌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꿀알바다! 그런 점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양다혜] 우리 아빠에게도 최저임금 1만 원을!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자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공덕동에서 작은 가게를 하고 있는 우리 아빠가 생각났다. 그래서 화가 났다. 알바 노동자의 이익만을 고려한 주장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면 가뜩이나 힘든 우리 아빠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처음에는 최저임금 1만 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저임금 1만 원이 알바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우리 아빠를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인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빠는 빚까지 내가면서 음식점을 차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할머니가 퇴직하게 되면서 우리 가족의 생계가 막막해졌고, 남은 선택지라곤 할머니의 퇴직금으로 가게를 차리는 것 밖에 없었다. 치킨집이 한 집 건너 한 집 마다 생겨나는 상황에서 자영업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아빠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아빠는 하던 일을 그만 두고 할머니와 함께 가게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아빠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아빠는 마포에서 하던 고깃집이 망했는데도 공덕동에서 더 작은 평수의 가게를 구해서 자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매일 매상이 떨어져도 아침마다 가게로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들어온다. 아빠는 물론이고 우리 가족 모두가 우리의 생계가 불안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대안을 찾지 못한다. 늘 우리는 언젠가는 가게가 망할 것이라는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나는 아빠를 보며 종종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다. 최저임금이 1만 원이라면 아빠는 알바 수준의 일자리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불안하기만 한 자영업의 경쟁에서 벗어나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불안하기만한 우리 가족이 조금은 안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최저임금 1만 원을 지지한다. 우리 아빠가 최저임금 1만 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더 이상 매상을 계산하며 한숨만 내쉬는 아빠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 자영업자와 알바, 더 나아가 세상의 모든 '을'들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최저임금은 1만 원으로 인상되어야 한다.
[허영구] 내 삶의 또 다른 가능성, 최저임금 1만 원24시간 마트에서 일해야 하고, 올빼미 야간버스를 타면서 생존의 위협을 받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일까? 비정규직도 모라자 시간제 일자리 등 왜 이런 식의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을까. 전국의 500만 알바노동자들은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알바노동자는 알바천국이 아닌 벼랑 끝 지옥 같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시간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시민권, 노동권을 넘어 정치적 권리의 획득에 이르기까지 나아가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국가 권력과 자본이 쳐놓은 최저임금의 벽을 깨뜨리지 않으면 더 나은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여전히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동결을, 알바노조는 최저임금 1만 원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1만 원 주장이 영세사업자를 죽이기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반문도 있다.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은 자본 중심의 정부와 대기업 중심의 체제에 맞선 행동이다.
알바노동자들의 문제가 지금처럼 방치되는 한 정의롭고 평등한 노동사회는 결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전 세계적 움직임인 최저임금 인상, '내 삶의 또 다른 가능성'을 위해 최저임금 1만 원 운동을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알바노조 www.alba.or.kr 02-3144-0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