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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관련 일을 끝마치고 돌아온 김남현 이사장이 본인 가게에서 상품정리를 하고 있다
 조합 관련 일을 끝마치고 돌아온 김남현 이사장이 본인 가게에서 상품정리를 하고 있다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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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 관내에 있는 슈퍼마켓의 자생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평생을 받쳐온 이가 있다.

바로 김남현 광명시수퍼마켓협동조합(아래 광명수퍼조합) 이사장이다. 그는 약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슈퍼와 함께 살아오면서 희노애락을 다 경험했지만, 90년대 말부터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기 시작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저돌적인 공세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이에, 그는 지난 1998년 지역의 뜻있는 12명의 슈퍼점주와 함께 공동구매를 위한 물류센터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1999년 광명수퍼조합까지 결성하게 된다.

"출자금 마련에서부터 조합원 확보까지 숱한 어려움도 있었지만, 광명수퍼조합은 지역 사회의 중소유통 상인들이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해 뭉쳤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후 광명수퍼조합의 자생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걸음도 더욱 빨라졌다. 하지만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동구매와 그에 따른 재고의 위험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지상최대의 과제였다.

이에, 김 이사장은 품목별 구매 담당자 섭외부터 재고관리까지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물색했고, 결국 그 해답을 조합 내부에서 찾게 됐다. 당시 조합원 중에는 대기업 유통사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공동구매, 재고관리 등 물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고, 주위에서의 우려와는 달리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김 이사장은 또 조합원들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매달 정기적으로 정치인이나 유통전문가를 초빙한 세미나를 갖고 있으며, 이밖에도 부부동반 해외여행, 체육대회 및 야유회, 송념회를 겸한 우수 조합원 시상식 등도 개최하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조합원들의 출석율을 높이기 위해 불참할 경우 10만 원의 벌금을 징수하고 있다는데, 벌써 400만 원이 통장에 쌓여있다고 한다. 이 벌금은 매년 열리는 우수 조합원 시상식 상금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귀뜸이다.

한편 광명수퍼조합은 2008년 중소기업청의 우수체인사업자 지정과 함께 중기청의 현장지도지원사업 시범사업으로 선정됐으며, 이를 계기로 2009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기도 했다.

슈퍼마켓공동판매센터로 제2의 도약

"조합 설립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적자도 없었으며, 작지만 매년 배당금을 지급할 정도로 조금씩 성장을 해왔습니다. 앞으로 조합원도 더 늘어나면, 배당금도 더 커질 겁니다."

그의 희망찬 바람처럼 광명수퍼조합의 발걸음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광명시가 지난 1월 코스트코 등 대규모 점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골목상권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슈퍼마켓공동판매센터'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번 공동판매센터 건립은 국회에서 13억9300만 원의 예산이 통과돼 탄력을 받게 됐으며, 광명시가 대응투자 형식으로 부지(13억3500만 원)를 제공하고, 민간부담으로 광명수퍼조합이 3억300만 원을 부담하여 총 30억3100만 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광명시는 "공동판매센터를 통해 유통구조의 단계를 축소하고 물류비용 절감 등 중소유통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고자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광명소방서 옆 노외주차장 시유지 부지(2140㎡)중 840㎡ 면적에 지상 1층 규모의 철골조 창고형식으로 건립될 예정이며, 물류시스템 및 물류장비와 판매시설 등이 설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동판매센터 건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김 이사장은 "슈퍼마켓공동판매센터 건립은 슈퍼마켓협동조합원들의 숙원사업이었다"며 "슈퍼마켓공동판매센터가 생기면 앞으로 조합원도 더 늘어날 것이고, 주류면허도 확보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주류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 가격경쟁력에서 대형마트에 뒤지지 않기 때문에, 슈퍼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걸음도 더 늘어나게 될 것이며, 이는 곧 골목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동판매센터는 시민설명회, 설계발주를 거쳐 최근 착공에 들어갔으며, 1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내년 상반기엔 본격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게 광명시수퍼조합 측의 설명이다.

'슈퍼의 달인'... 가게를 되살리다

김남현 광명시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에게 슈퍼는 물건을 헐값에 떼와 수익을 남겨 파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곧 문을 닫을 가게가 살아날 수 있을까" "손님이 왜 그렇게 말을 하지" "가장 신선하고, 당도가 높은 과일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이 정도 매출이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거야" 등 그에게 슈퍼는 하나의 연구 대상이었다.

그의 첫 연구 대상은 지난 1987년 약 18000만 원을 들여 인수한 서울 서교동의 한 동네슈퍼였다.

"단골 점포였는데, 부부싸움 이후 문 닫는 횟수가 늘더니, 금세 가게가 엉망이 되더군요. 그래서 곧바로 인수를 했습니다. 위치와 상권, 유동인구도 좋았고요."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발길을 끊었던 고객들도 되돌아왔고, 새 단골도 늘었다. 위치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야채청과 등을 포함한 1차 식품의 중요성과 가격 보다는 질이 우선이라는 영업 마인드, 그리고 고객의 지적을 현장에서 즉시 반영하는 남다른 서비스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점포가 안정기에 접어들자, 가팔랐던 매출상승도 평행선을 이어갔다, 이는 곧 그가 떠날 시기임을 의미하는 것. 하지만 그의 통장에는 이미 초기 투입금의 세 배가 넘는 금액이 쌓여있었다. 불과 1년 10개월 만의 일이다.

이후 부천 신도시의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인천 작전동의 빌라밀집 지역에서 슈퍼를 잇따라 오픈했고, 또 다시 대박행진을 이어갔다.

"아파트상가 내 점포에서는 휴지, 세재, 옷걸이 등 비식품이 하루 100만 원을 넘게 팔렸으며, 빌라 밀집촌에서는 우유만 하루 80만 원을 넘게 팔았습니다. 당시 우유 1팩이 80년대 말, 1000ml 기준으로 7~800원 대였으니, 현재의 물가상승분을 반영한다면, 약 200만 원이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김 이사장의 탁월한 슈퍼 운영감각은 업계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고, 예비 점주들이 하나둘씩 그를 찾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코리아마트'란 브랜드를 런칭하고,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제자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과야채 구매, 상품진열, 재고관리, 고객응대, 배달 등 2~3개월의 피나는 훈련을 통과한 이들에게만 그의 영업기술을 전수했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내가 오픈시켜준 점포가 약 30여 곳이 넘으며, 올해에도 4곳의 점포가 더 오픈될 예정입니다. 너무 호되게 훈련시킨 것에 대해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에 훈련과정을 소홀히 할 수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저의 슈퍼 훈육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은퇴 시점으로 잡은 65세까지 후진 양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김 이사장의 말은 기존 슈퍼점주나 예비 점주들을 향한 애정어린 충고로 들리기에 충분했다. 현재 그는 서울 개봉동에서 코리아마트를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슈퍼 운영에 대한 원리원칙 변하지 않아

슈퍼 운영에 대한 김남현 이사장의 원리원칙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이 없다.

우선 그는 파, 양파, 마늘, 과일 등 기본 야채청과를 비롯해 라면 등 1차 식품으로 통하는 상품을 다양하게 구비할 것을 강조한다. 고객이 요리하다가고 달려와 목적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야만 고객과의 거리가 좁아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그는 ▲ 내부가 훤히 보이도록 전면 통유리에 상품을 진열하지 말 것 ▲ 작은 평수의 점포라도 신선야채 보관을 위해 에어커튼 냉장고를 꼭 구비할 것 ▲ 두 사람이 교차 통행할 수 있도록 통로를 충분히 확보할 것 ▲ 목적상품(인기상품)은 안쪽에, 충동구매상품은 카운터나 입구에 비치할 것 ▲ 바닥에 물건을 진열하지 말 것 ▲ 고객들의 쇼핑편의를 위해 장바구니를 꼭 비치할 것 ▲ 최고가 상품과 최저가 상품을 비교진열 할 것 등을 강조한다.

특히 그는 예비 점주들로부터 "작은 점포에 고가의 에어커튼이 왜 필요하며, 또 장바구니가 왜 필요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었다"며, 그 때마다 "최소한 10~20분 정도 고객이 머물도록 해야 되는데, 일례로 여닫이로 된 냉장고 앞에서는 고객들이 충동구매를 마음먹다가도 귀찮아서 발길을 돌리게 되며, 또 양손에 짐을 가득 들고 있을 때는 더 그렇다, 이럴 때 꼭 필요한 게 바로 에어커튼 냉장고와 장바구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그는 예비 점주들이 미처 생각지 못하는 부분까지 상세히 설명해줌으로써 점포의 성공률을 더욱 더 끌어올렸던 것이다.


태그:#광명시, #광명시수퍼마켓협동조합 김남현 이사장, #슈퍼마켓공동판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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