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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후보사퇴 입장 발표를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퇴 발표 앞 둔 문창극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후보사퇴 입장 발표를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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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새 국무총리 후보자가 후보 지명 14일 만인 24일 오전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일제의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며 식민사관 논란을 부른 지 12일 만이다. 이른바 '문창극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거센 역풍을 맞았던 여권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상처가 만만치 않다. 먼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책임론이 불가피하게 됐다. 새누리당도 '결단'하지 않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무기력한 모습을 다시 노출했다.

특히 남아있는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문창극 사태'로 인한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7·14 전당대회에서도 '김기춘 책임론'은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또 연이은 인사실패로 악화된 여론은 7·30 재보궐선거를 앞둔 여권 처지에서 큰 부담이다. 박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김기춘 책임론] 7·14 전당대회 쟁점으로 부각...청와대 당 장악력 흔들

'김기춘 책임론'은 이미 안팎으로 끓고 있다. 새누리당마저도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에 이어 총리 후보자 2명이 연이어 낙마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청와대 역시 인사시스템을 조속히 재정비해서 더 이상의 공직후보자 낙마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점잖은' 지적과 달리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차기 지도부를 뽑는 7·14 전당대회에서 양강구도를 그리고 있는 서청원, 김무성 의원이 '김기춘 책임론'을 둘러싸고 견해차를 보이면서 향후 이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격화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김무성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인사책임자가 너무 과하게 일탈했다, 일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즉 인사위원장인 김 실장에게 총리 후보자 사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7·14 전당대회에 도전장을 던진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날 문 후보자 사퇴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문 후보자도 박근혜 정부의 인사시스템 피해자"라며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책임이 불가피하다"고 못박았다.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저녁 서울공항에 도착, 김기춘 비서실장 등과 함께 공항을 나서고 있다.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저녁 서울공항에 도착, 김기춘 비서실장 등과 함께 공항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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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서청원 의원을 비롯한 친박 주류 인사들은 김 실장을 적극 감싸고 있다. 서 의원은 '김 실장에게 이번 인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견이다. 그는 이날 서울 마포구 경찰공제회관에서 연 '소통 투어'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은 국민들이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비서실장이 검증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김기춘 책임론'을 반대했다.

'친박 주류' 후보로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홍문종 의원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야당이 총리지명자 낙마 책임을 물어 김기춘 청와대비서실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기춘 책임론'이 차기 당권주자들의 논쟁과 별도로 다른 내각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더욱 부각될 수도 있다.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는 불법 대선자금을 전달한 '차떼기 원장'으로 규정되고 있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는 논문 표절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방송사 기자 시절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났다.

[동반하락 당·청] 7·30 재보선 코 앞인데 국정운영 동력 상실되나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하락세인 점도 '위기'다.

23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6월 셋째주 정례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4.7%포인트 하락한 44%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49.3%)는 주간지표에서는 취임 후 처음으로 긍정평가를 앞질렀다(전국 성인남녀 2500명,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전화 유무선 임의걸기 병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

이와 관련, '리얼미터'는 "일간집계로는 취임 직후인 작년 3월 27일 단 하루 초기 내각 인사 후폭풍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았던 적이 있으나 그 이후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문창극 총리 지명 후폭풍으로 6월 13일 일간조사부터 계속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그간 50% 중·후반의 견고한 지지율을 국정운영 동력으로 삼았던 박 대통령의 '위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 개각은 박 대통령 처지에서 세월호 참사 정국을 벗어날 '국면전환용 카드'였다. 그러나 안대희·문창극 등 총리 후보자 2명이 연이어 낙마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더 큰 부담만 안겨준 꼴이 돼 버렸다.

새누리당의 정당지지율 역시 동반 하락 중이다. 새누리당은 '리얼미터'의 같은 조사에서  전주 대비 4.5%포인트 하락한 39.1%를 기록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0.2%포인트 상승한 35.0%를 기록, 두 당의 격차는 4.1%포인트로 좁혀졌다. 전주 8.8%포인트 격차와 비교해 4.7%포인트가 좁혀진 셈이다. 새누리당이 사태 초반 문 후보자의 식민사관 논란을 적극 엄호하고 '자진사퇴' 논란 와중에도 청와대의 결단만 바라보는 무기력함을 노출한 결과다.

이 같은 당·청의 지지율 하락세가 7·30 재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이번 재보선은 24일 현재 확정된 지역구만 14곳으로 최대 16곳에 이를 수 있는 '미니총선급'이다. 만약 새누리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패해 과반의석을 유지 못한다면 '여소야대' 국회 구도가 새로 짜이게 된다. 자연히 박 대통령은 구조적인 '조기 레임덕'을 맞게 된다.

재보선 결과와 무관하게 국정은 계속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대개조'·'관피아 척결' 등 새로운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를 수행할 2기 내각 구성은 '총리 인선'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면서 갈 길을 잃었다. 후임 총리를 인선하기 위한 시간도 최소 2~3주일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면돌파] 청와대 책임론 무시한 박 대통령 "청문회 못 가서 안타깝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선택은 '정면돌파'다.

박 대통령은 이날 문 후보자 사퇴 직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그를 통해 검증을 해서 국민들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는 부디 청문회에서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서는 소명의 기회를 주어 개인과 가족이 불명예와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 외 2기 내각 후보자 8명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도 이날 오후 재가했다. 야당은 이들도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즉, '김기춘 책임론'으로 요약되는 청와대의 인사실패를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야당은 "청와대는 남탓을 하고 있다"라며 경고했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인사청문절차도 밟지 못할 부적격자를 지명하고 국민여론에 떠밀려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내지 않아 인사청문절차를 시작도 못한 것"이라며 "무슨 책임전가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기춘 비서실장의 즉각적인 경질을 시작으로 청와대부터 전면 개조하지 않는다면 제2의, 제3의 문창극은 계속 나올 것"이라며 "국정공백과 국력낭비가 일상화 될 것임을 지적하는 바"라고 밝혔다.


태그:#문창극, #박근혜, #김기춘,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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