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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성폭력피해자지원단체들은 25일 오전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적장애인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전국성폭력피해자지원단체들은 25일 오전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적장애인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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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가해자에게 무죄 또는 솜방망이 처벌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며 전국 성폭력피해자 지원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전국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전국장애인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 대전여성폭력방지상담소·시설협의회 등 전국 187개 기관 대표들은 25일 오전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적장애인 성폭력 가해자 연이은 무죄판결로 피해자와 그 가족의 삶과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 대전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2013년 8월 14일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는 대전의 한 교회 장애인부서 담당 전도사가 지적장애 여성을 모텔로 유인하여 성폭력을 행사한 사건에 대해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은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으나, 범행 일시와 장소는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원심 4년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한 지난 4월 30일 대전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피해자가 다니던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시설장의 남편인 운전기사가 봉고차 뒤 좌석에서 피해자를 때리고 입과 항문에 유사강간 후 '엄마에게 말하면 혼난다' 고 협박한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 공소사실과 같은 추행 행위가 존재했을 개연성을 인정된다'면서도 '범행일시와 장소 등이 피해감정과 상관없이 객관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대전지방법원 제11형사부는 현재 재판 중인 친부에 의한 지적장애아동 성추행 사건에 있어서도 범행 일시, 장소 특정을 요구하고 있어 이 또한 무죄판결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러한 판결이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재판부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규탄발언에 나선 정은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장애인상담소권역 대표는 "대전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잇따른 지적장애인 성폭력사건 무죄판결은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성폭력 피해를 당한 지적장애 여성에게 사건의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지 못했다고 다그치고, 이를 근거로 무죄판결을 내리는 것은 재판부의 지극히 '무지함'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부순 구세군정다운집성매매피해자보호시설 원장도 "지적장애인을 왜 '지적장애인'이라고 부르는지 판사와 검사들은 모르는가 보다"며 "장애인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재판부가 자신들의 '무지'로 인해 성폭력피해를 당한 당사자와 가족을 또 한 번 울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기자회견문을 통해 "2011년 9월 영화 <도가니> 상영으로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일었고, 이로 인해 성폭력특례법이 개정되어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항거불능에 대한 해석을 개인의 장애상태나 정도와 함께 피해자를 둘러싼 사회 환경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도록 했다"며 "그러나 여전히 대전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은 피해자의 장애특성을 이용하는 가해자의 범행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판결을 내리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지적장애인은 그 특성상 자신을 스스로 방어하지 못하고 진술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없음에도 재판부는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진술 일관성'과 '신빙성'을 강요하여 결국 피해자는 2차 피해를 당하게 되고 가해자는 무죄로 풀려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법 개정 이후 많은 법원이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판단을 내이고 있으나 유독 대전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범죄구성요건에 맞는 진술을 끝까지 요구하고 판사의 상식과 경험칙에 맞지 않으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법원의 한심한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끝으로 "대전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은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대해 반 인권적이고 편협한 판결을 반성하고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 특성에 맞는 판결 기준을 마련하고, 장애인 성폭력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태그:#지적장애인, #대전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 #지적장애인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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