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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다 -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 하는가> 출간한 이광재 전 지사.
 <원로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다 -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 하는가> 출간한 이광재 전 지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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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군의 기획력, '일 벌이기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다웠다.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 하는가-문득(問得) 원로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다>(휴머니스트)출간을 계기로 지난 25일 만난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박연차 사건'으로 2011년부터 10년간 공무담임권과 피선거권, 선거권을 박탈당해 정당가입조차 할 수 없는'정치적 백수'지만, 여전히 바빴다.

전날 러시아에서 귀국했다는 그는 한러미래포럼(가칭) 창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오는 8월 발족식에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 우윤근 새정치연합 의원 등과 함께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을 짜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6·4지방선거에서 박원순·안희정·최문순·김부겸 후보가 '전선을 갈라쳐서 격렬한 대립을 유도'하는 보통의 선거 방식이 아니라,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 조용한 주장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낸 데 대해 "기본 원리에 충실했던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기존 정당이 국민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중간층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며 "담론으로는 절대 세상을 바꿀 수 없으며, 누가 더 유능한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책에서 '후보 단일화' 전략을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후보 단일화 전략의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며 "과거에는전선과 담론으로 결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매우 다양한 담론과 스펙트럼으로 흩어지기 때문에 전선적 사고로는 이길 수 없고, 후보 단일화 전략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미래전략과 관련해서는 특히 교육문제를 강조하면서  "하버드 박사, 서울대 교수는 왜 초중고 교사를 할 수 없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이 다양하고 세분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현재 교육제도는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계속 바쁠 것 같다. 인터뷰 다음날인 26일 그는 중국으로 떠났다.

아래는 이 전 지사와의 문답을 요약한 내용이다.

"동북아개발은행, 안중근-남덕우-강만길 모두 같은 생각"

- 우선 근황부터 전해 달라. 최근에 러시아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소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지금은 '국가흥망사'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같은 내용으로 가을 학기에 성균관대에서 강의할 예정이다.

어제(24일) 러시아에서 귀국했는데, 한러미래포럼(가칭)을 만들기 위해 한·러 의원 친선협회 러시아 측 회장인 가타로프 상원 의원 등을 만나고 있다. 8월에 발족예정인데, 포럼 공동회장인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 새정치연합 우윤근·서영교 의원과 새누리당 신성범·김세연 의원 등과 러시아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에게도 권유할 생각이다."

- 지사직을 상실한 2011년에 중국 칭화대에 유학하고 <중국에게 묻다>라는 책을 냈었는데.

"약 10년 전에 앞으로 중국을 움직일 만한 사람들을 찾다가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인사 등을 만났었다. 그 중에 저우창은 우리의 대법원장격인 최고인민법원장이 됐고, 후춘화는  저광동성 서기가 됐다. 우리가 야당 된 뒤에는 남경필 의원 등과 함께 다녔다. 이제는 러시아 쪽으로 넓혀보려고 한다.

최근에 가 본 바에 따르면 중국은 극동으로, 러시아도 동쪽으로 즉 아시아로 간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북한 문제가 풀리면 동해가 지중해가 되는 거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이 북한의 개방을 두드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고립을 피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보통 GDP(국내총생산)가 3천불이 되면 베이비붐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 북한 인구가 늘어나게 되고 남북한과 해외동포를 합쳐 1억 인구가 될 수 있다. 그 정도 규모가 되면 일본과 맞설 수 있고, 세계 5위권 국가가 가능하다. 완전한 통일이 아니어도 경제가 묶이고 남북 FTA가 되는 수준이면 가능하다고 본다."

"국민들이 함께 공감하는 국가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다. 그래서 나름 일가를 이룬 분들의 생각을 듣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달하려했다."
 "국민들이 함께 공감하는 국가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다. 그래서 나름 일가를 이룬 분들의 생각을 듣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달하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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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으로는 백수인데 굉장히 바쁜 것 같다.
"오래 전부터 통일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남북관계를 풀어내려면 미일중러가 도와줘야 한다. 미국은 열린사회(open society)인데 비해 일중러는 아직은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중국에는 아는 사람들이 좀 생겼고, 러시아는 지금 하고 있고, 김부겸 선배와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가 일본 쪽에 지인들이 많다. 이걸 다 모아서 아시아 시대를 여는 젊은 지도자들의 의미 있는 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

- 최근에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출간했다. 보수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남덕우 전 총리와 김장환 극동방송 회장부터 '분단극복 사학'을 이끈 강만길 전 교수 등 각계 원로와 전문가를 42명이나 만났던데.
"현재 우리나라는 위기상태다. 국민들이 함께 공감하는 국가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다. 그래서 나름 일가를 이룬 분들의 생각을 듣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달하려했다. 제 생각과 다른 점들도 많았지만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려 했다."

- 그들 중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을 꼽는다면.
"채명신 장군이다. 그는 6·25때인 1951년에 강원도 인제에서 게릴라전을 하다가 (조선노동당 제2비서이자 인민군 중장으로 대남 유격대 총사령관이던) 길원팔을 생포했다. 대해보니 출중한 사람이어서 채 장군이 '너희들이 말하는 인민을 위해 남에 가서 일하자'고 설득했더니, 그가 '당신은 괜찮은 사람 같은데 어떻게 이승만 괴뢰 밑에서 일하느냐'고 했단다.

그러면서 김일성이 준 총으로 자결하겠다기에, 총을 주고 방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자신을 공격하거나 도망가는 위험을 감수하고 총을 준 것이었는데 그는 순순히 자결했다. 땅에 묻어주고 부하들과 '받들어 총'으로 예를 표한 뒤, 그가 부탁한 아이를 남으로 데려왔다. 전쟁터 한복판에서도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담대함을 보인 것이다. 지금 우리는 전쟁이 아닌 평시에도 종북이니 보수꼴통이니 하면서 싸우고 있는데 말이다."

- 남덕우 전 총리는 '한중일이 참여하는 동북아평화개발은행'설립을 강조했던데.
"북한의 지하자원이 7천조원 규모다. 몽골도 자원이 풍부하고, 러시아도 가스 등 자원이 많다. 그런데 이런 자원 개발사업은 각각의 주권도 있고 영토 통과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개별 국가차원에서 추진하기는 어렵다. 철저하게 사업 마인드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 형태가 바람직하고, 그 주체는 현재의 6자회담 당사국일 수밖에 없다. 동북아평화개발은행에 대해서는 안중근 의사도 100년전 동양평화론에서 한중일 3국 평화회의와 함께 한중일 공동은행을 제안했다. 강만길 교수도 같은 의견이었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후보 단일화 전략시대는 지나가"

- 책에서 '대선후보 단일화' 전략을 비판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후보단일화 전략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같은 영화를 두 번 돌려서 흥행할 수 있겠나. 단일화는 양 진영의 증오와 혐오를 높이고 극단적인 결집을 유도한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자기 노선을 갖고 표를 달라고 해야 한다."

-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구조를 근거로 2017년 대선때도 후보단일화 전략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결선투표로 가야 한다. 개헌하지 않고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연립정부로 가야한다. 그래야 정책안정성이 가능하다. 지금처럼 정권 바뀌면 다 바뀌는 식으로는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어렵다. 소선거구제도도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당내에서 소신 발언이 가능하고 정당도 바뀐다."

-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히 주목한 부분이 있다면.
"안희정, 박원순, 남경필, 원희룡 같은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1993년에 노무현 대통령과지방자치실무연구소 할 때 앞으로 의원 출신이 아니라 자치단체장이 대통령이 되는 선진국형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하고 책도 냈는데, 그런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당선은 비호남-비영남의 제3지대가 만들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부겸 선배가 아깝게 떨어지기는 했지만 2년 후(총선)에는 당선될 것으로 본다. 호남에서도 무소속이 기초자치단체장에 다수 당선됐다. 지역주의가 깨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옳고 그르고를 갖고 싸움하는 시기는 지났다. 누가 더 유능한가의 문제다."
 "옳고 그르고를 갖고 싸움하는 시기는 지났다. 누가 더 유능한가의 문제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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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안희정, 최문순, 김부겸 후보는 이전처럼 '전선을 갈라쳐서 격렬한 대립을 유도하면서 중도층을 끌어오는' 방식보다는 싸우지 않고 조용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방식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본원리에 충실했던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존 정당이 국민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중간층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저학력, 저소득층이 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가. 이건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것인데, 안정을 원하기 때문이다.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에 '4대개혁법'에 올인하면서, 386정치인들을 가장 열성적으로 지지했던 40대가 가장 먼저 떠났다. 그들은 지금 50대다. 6월 항쟁과 명퇴를 앞둔 생활인이라는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는 이들로부터 지지 받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지난 대선은 그래서 졌다고 본다."

- 이 전 지사의 2010년 강원지사 선거가 그런 컨셉트였다고 주목받았었는데.
"옳고 그르고를 갖고 싸움하는 시기는 지났다. 누가 더 유능한가의 문제다. 인도에 가난은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구제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현실이고, 담론으로는 절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내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수의 생각을 정확히 읽는 게 중요하다. 사회학자 머슬로우는 소득이 3천불까지는 10인 1색, 1만불 넘으면 1인 1색, 3만불 넘으면 1인 10색이 된다고 한다. 과거에는 전선과 담론으로 결집할 수 있지만 지금은 매우 다양한 담론과 스펙트럼으로 흩어진다. 그래서 전선적 사고로는 이길 수 없고, 후보 단일화 전략도 안 된다."

- 남경필, 원희룡 당선자가 지방정부에서 연정을 하겠다고 하는데.
"작은 연정의 실험이 일어나는 건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새정치연합쪽에서도 이런 시도가 나왔으면 싶다. 공존할 수 있다는 걸 국민들한테 보여줘야 한다. 채명신과 길원팔은 전쟁터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면서 설득하려고 했는데, 우리는 평시에 왜 못하나. 중도가 회색이 아니다. 물은 가운데가 가장 빠르다. 유체역학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원리도 그렇다."

- "대한민국의 정책적 과제는 크게 교육과 통일에서 누가 어떻게 미래를 내다보고 설계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책의 결론이었다. 교육에 대한 강조가 눈에 띈다.
"한 나라의 융성은 국민이 똑똑해야 가능하다. 모방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는 창조가 핵심이다. 이건 어렸을 때부터의 교육에 달려있다. 우리처럼 어린이집은 복지부, 유치원은 교육부가 담당하는 나라는 없다. 지능의 80%가 형성되는 0~8세 사이에 최고의 교육을 받도록 만들고, 이 교육담당자들에게는 공무원 자격을 줘야 한다.

그리고 서울대 교수는 왜 초중고 교사를 할 수 없나. 교직과목 이수를 안 했기 때문이라는 건데, 바꿔야 한다. 미국 박사 중에 대학에 자리 못 잡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도 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다양하고 세분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경직돼 있다. 새정치연합의 길은 교육문제 해결에 있다고 본다. 교육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 하는가-문득(問得) 원로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다>이광재 엮음/휴머니스트/2만3000원



태그:#이광재,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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