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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었다. 아이의 몸이 공중부양을 했다.

잠시였지만, 탁자 위에 사뿐히 놓인 아이는 검은 망토를 덮은 채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숨을 멈추고 침을 꼴깍 꼴깍 넘기며 지켜보던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다.

"우와!"
"올라가요! 올라가!"
"엄마! 진짜 올라갔어요!"

무언가에 홀린 듯 태권도장 안의 모든 아이들은 정신 줄을 놓았다. 어른들도 신기해하며 연신 박수를 쳐댔다. 티브이에서는 종종 보던 마술이었지만 눈앞에서 직접 보게 되니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궁금했다.

마술사의 말처럼 '공중에 뜨고 싶은 꿈과 열망이 현실이 된 것일까?'

난 지금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태권도장에서 마술 콘서트를 보고 있다. 대구에 있는 마술사인데 마술사협회와 전국의 태권도장이 연결 되어 일 년에 한 번씩 전국 각지의 태권도장을 찾아다니며 아이들을 위한 마술 콘서트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고른 카드를 살아있는 오리가 정확히 짚어낸다. 그리고 그림 속의 돼지가 입술을 씰룩거리며 노래를 한다.
▲ 매 년마다 태권도장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마술콘서트를 한다 아이들이 고른 카드를 살아있는 오리가 정확히 짚어낸다. 그리고 그림 속의 돼지가 입술을 씰룩거리며 노래를 한다.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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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적절한 입담과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술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물론 대상이 5세에서 10세 정도의 아이들을 위한 마술이기에 어른들이 보기엔 식상할 수도 있지만, 덩달아 웃다보니 저절로 시선이 집중된다. 아이들에게 길다면 긴 시간인 한 시간 반의 공연이었으나 웃고 즐기다 보니 한 시간 반은 금세 지나갔다.

이제 마술사는 앙코르 공연으로 자신이 십여 년 전에 마술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마술을 보여준다. 여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양 손만을 가지고 보여주는 마술이다.

배경 화면에 커다란 보름달을 비춰주고는 손가락을 이용한 퍼포먼스이다. 배경음악으로는 마이클 잭슨의 'We are the world'가 흘러 나왔다. 가사에 정확히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다양한 몸짓과 표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새들과 악어 혹은 토끼 등이 짝을 지어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록 손가락으로 표현하는 그림자극이지만 그 안엔 감정이 있었다. 속삭이는 소리엔 나긋나긋하게, 듀엣 부분은 두 사람 혹은 두 마리의 새가, 열창하는 부분은 강렬한 손놀림으로 말이다.

노래하는 사람의 표정이 보였고, 사랑하는 연인이 보였다.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먹이를 주는 사랑스런 장면이 나타났다. 감동적이었다. 엄청난 장치와 무대를 사용한 그 어떤 마술공연보다 짜릿한 5분 동안의 공연이었다.

생각해 보면 마술 같은 일은 우리 주위에 항상 일어나고 있다. 날고 싶다는 꿈은 비행체의 발명에 의해 가능해졌지만, 이제는 커다란 비행체가 아닌 최소한의 비행슈트만으로도 산과 들판을 날아다니며 혹은 도심의 빌딩 숲을 자유자재로 누비는 세상이 되었다. 밤을 지켜주는 달에 토끼를 찾으러 이미 수십 년 전에 사람을 보냈다. 인간과 비슷한 로봇이 사람의 자리를 꿰어 차고 있기도 하다. 해저터널로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하나의 도로망을 갖추었고, 위성통신의 발달은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영상대화가 가능하다. 이 모든 것들은 수십 년 전 혹은 수백 년 전에 누군가 꿈꾸었던 상상이었을 것이다.

'꿈이 현실이 되도록 하는 것이 마술이다'라는 마술사의 대사가 계속 뇌리에 남는다. 내가 어릴 적 꾸었던 꿈은 무엇이었나? 그게 지금 나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을까? 아무리 허황된 꿈이라도 경우에 따라 현실이 되어버리는 세상이다. 결국 마술사의 말처럼 꿈은 현실이며 실제가 된다. 난 오늘, 순수한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상상력들이 꿈으로 그치지 않고 미래에 하나씩 하나씩 현실이 되는 또 하나의 꿈을 꾼다.


태그:#마술, #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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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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